"누리호 활용도 극대화해야"

오태석 우주항공청장

오태석 우주항공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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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사천에 살면서 남해안 바닷길을 바라볼 때마다, 430여 년 전 일본 침략에 맞서 싸웠던 이순신 장군의 고뇌와 절박함이 이 바다에 스며 있음을 느낀다.


우주항공청이 들어선 이곳은 거북선이 처음 실전에 투입된 사천해전의 현장이기도 하다. 불리한 조건에서도 치밀한 전략으로 판세를 바꿨던 그 경험은 불확실한 국제 환경 속에서 우주주권과 우주경제 경쟁에 뛰어든 우리에게 중요한 시사점을 준다.

우리는 지난해 누리호 4차 발사 성공에 이어 올해 3분기에 5차 발사를 추진한다. 2032년까지 매년 1회씩 반복 발사하는 계획도 준비하고 있다. 이는 단순한 시험이 아니라 발사체 신뢰성과 운용 경험을 체계적으로 축적하는 과정이다.


누리호 발사 단가는 아직 높지만, 후속 재사용 발사체 개발을 통해 비용 구조를 획기적으로 낮추려는 전략도 추진하고 있다. 차세대 발사체 전략 변경 과정에서 일부 논란이 있었으나, 현재는 시스템 개념 설계, 시험설비와 전용발사대 구축 검토 등 본격 개발 단계에 진입했다.

전 세계적으로 위성 대량생산 시대가 본격화됐다. 저궤도 위성통신, 우주데이터센터, 초소형 지구관측위성 등 다양한 수요가 폭증하며 발사체 수요도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그러나 글로벌 발사 서비스 시장은 스페이스X가 재사용 기술을 기반으로 주도하고 있고, 공급 부족으로 위성 발사 대기 기간이 수개월에서 수년까지 늘어나고 있다. 소형위성 특화 기업 등 신규 발사서비스 사업자들도 빠르게 시장에 진입하고 있다.


우리의 지리적 여건은 발사 효율과 경제성 측면에서 불리하다. 적도에서 멀고, 발사 가능한 공역도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약점이 시장 진출을 늦출 이유는 아니다. 발사체 경쟁력을 충분히 확보할 때까지 기다리다가는 시장이 포화된 이후에 진입할 가능성이 크다. 지금 필요한 것은 기술 고도화와 함께 시장 확보를 위한 선제적 준비를 병행하는 것이다.


안보 측면에서도 발사체를 보유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평시에도 경제성을 확보하며 지속적으로 운용할 때 전략 자산이 된다. 경제성이 없는 발사체는 위기 상황에서도 유지되기 어렵다. 발사체의 경제성은 엔진 성능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제작 공정의 효율성, 시험·인증 체계, 발사장 운영 능력, 고객 대응, 일정 준수 능력 등 서비스 운영 역량이 가격과 신뢰성을 좌우한다.


기술 고도화와 함께 서비스 산업 관점에서 발사체 산업 생태계의 역량을 키워야 한다. 이를 위해 첫째, 누리호의 활용도를 극대화해야 한다. 국내외 위성 수요를 적극적으로 확보해 발사 빈도를 연 1회에서 최소 2회 이상으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 발사 빈도 증가는 단순히 비용 절감 수준을 넘어, 신뢰성과 고객 확보 측면에서 핵심 요소다.


둘째 지리적 제약을 상쇄할 기술과 서비스 모델을 개발해야 한다. 궤도수송선(OTV), 해외 발사장 활용 등 다양한 수단을 활용해 발사 위치의 한계를 극복하고 다양한 궤도 요구에 대응할 수 있는 유연한 수송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더 나아가 위성 개발과 발사 서비스를 연계한 패키지형 사업 모델도 필요하다.


셋째, 발사 서비스 운영을 위한 민관 역할 분담을 명확히 해야 한다. 초기 시장에서는 수익성이 제한적이므로 정부가 안정적인 수요를 제공하는 '앵커 고객' 역할을 수행하고, 민간은 발사 서비스 운영과 고객 확보를 담당하는 구조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 발사 서비스 구매 계약 기반의 제도 설계와 민관 협력 체계를 보다 구체화해야 한다.


발사 서비스 시장은 선점 효과가 강한 산업이다. 지금 시장에 진입하지 않으면 기회를 놓칠 수 있다. 우주 주권은 기술 개발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시장에서 지속적으로 운용되고 경쟁력을 확보할 때 비로소 완성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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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태석 우주항공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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