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 대변인 "콜럼버스는 영웅"
진보 측 "학살자·인종차별주의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크리스토퍼 콜럼버스 동상을 백악관 경내에 설치했다. 콜럼버스는 보수와 진보 진영에서 역사적 평가가 엇갈리는 인물이다.


22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포스트(WP)와 뉴욕타임스(NYT) 등은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 부지 내에 콜럼버스 동상을 설치했다"고 보도했다. 콜럼버스 동상은 백악관 옆 업무용 건물인 아이젠하워 행정동 앞에 펜실베이니아 애비뉴를 바라보는 방향으로 세워졌다. 이에 대해 데이비스 잉글 백악관 대변인은 "백악관에서 콜럼버스는 영웅"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은 앞으로 여러 세대에 걸쳐 그가 영웅으로 기려지도록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백악관 경내에 세워진 콜럼버스 동상. AP연합뉴스

백악관 경내에 세워진 콜럼버스 동상.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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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사회에서 콜럼버스를 둘러싼 보수와 진보 진영의 평가는 극과 극이다. 보수 진영에서는 콜럼버스를 미국 건국의 기초를 마련한 '건국 영웅'으로 평가한다. 콜럼버스의 아메리카 대륙 발견이 미국 건국의 기초가 됐다고 보는 것이다. 수도 워싱턴의 정식 명칭 또한 콜럼버스의 이름을 딴 '컬럼비아구(District of Columbia)'다.


반면 진보 쪽에서는 아메리카 대륙 원주민을 학살한 '인종차별주의자'라고 비난한다. 미국은 전통적으로 매년 10월 둘째 주 월요일을 '콜럼버스의 날'로 기념해 왔지만, 진보 진영은 같은 날을 '원주민의 날'로 명명하며 맞서고 있다. 조 바이든 전 미국 대통령은 2021년 현직 대통령으로서는 처음으로 콜럼버스의 날이 아닌 원주민의 날을 기념하기도 했다.

2020년에는 미국 곳곳에 있던 콜럼버스 동상이 쓰러지거나 목이 잘렸다. 당시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가 경찰의 과잉 진압으로 사망하자 '흑인 목숨도 소중하다(Black Lives Matter)'는 인종차별 반대 시위가 전국적으로 확산했는데, 시위대가 콜럼버스 동상이 인종차별의 상징이라며 부순 것이다. 이번에 백악관에 설치된 동상은 2020년 7월 메릴랜드주 볼티모어 리틀이탈리아 인근에서 철거된 동상을 복원해 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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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통령은 두 번째 임기를 시작한 뒤 "좌파들이 위대한 영웅을 모욕하고 있다"며 콜럼버스 다시 세우기에 나섰다. 그는 "콜럼버스는 미국의 원조 영웅"이라고 추켜세웠다. 이어 진보 진영을 "역사를 지우고, 영웅을 모욕하며, 유산을 공격하는 사람들"이라고 비난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조성하기로 한 '미국 영웅 국립정원'에도 콜럼버스가 포함됐다. 이 정원은 미국 건국에 기여한 250명의 위인을 기리는 장소다.


김현정 기자 khj2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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