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화학 등 구조재편 업종 특수성 고려
산업별 맞춤형 평가체계 개편
일시적 재무 악화나 미래 투자용 차입은 예외 검토
기업 부담 완화 기대

금융감독원이 7년 만에 주채무계열 제도 개편에 나선다. 업권 간 차이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했던 기존 평가 방식에서 벗어나 산업별 특수성을 반영하는 방향으로 '채점표' 손질을 검토하고 있다. 특히 구조적 위기 속에서 사업 재편을 진행 중인 석유화학 산업계의 요구를 평가에 반영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금감원, 주채무계열 '채점표' 7년 만에 손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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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감원은 주채무계열 제도 개편을 위해 은행연합회와 주요 채권은행 등이 참여하는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고 개선 방안을 논의 중이다. 주채무계열 제도는 은행업감독규정에 따라 부채 규모가 큰 기업집단을 매년 선정해 주채권은행이 통합 관리하는 장치다. 은행 대출뿐 아니라 기업어음(CP), 매입외환, 사모사채 등 차입금 전반을 기준으로 대상 기업집단을 지정한다. 지난해 기준 SK, 현대자동차, 삼성 등 국내 주요 대기업 대부분이 포함돼 있다.


주채무계열로 지정된 기업집단은 채권은행의 재무구조 평가를 받는다. 평가 결과 재무개선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은행과 '재무구조 개선 약정'을 체결해 경영 전반을 관리받게 된다. 재무위험이 높은 기업으로 판단될 경우 금감원이 재무위험도 평가에 나서며, 결과에 따라 해당 계열사에 대한 신규 여신이 제한되고 기존 지급보증도 해소해야 할 수 있다. 재무구조 개선 과정에서 자산 매각, 투자 축소 등 구조조정이 요구될 수 있어 기업들은 주채무계열 지정뿐 아니라 재무구조 개선 대상에 포함되는 것을 큰 부담으로 느껴왔다.

이번 개편의 핵심은 재무구조 개선 대상 기업을 평가하는 과정에서 산업별 특수성을 정교하게 반영하는 것이다. 금감원은 업종별 상황을 고려해 재무위험 평가 기준을 세분화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현행 제도에서는 산업별 차이보다는 동일한 기준에 따라 재무구조를 판단해 왔다.


이러한 제도 개편의 배경에는 최근 구조조정을 진행 중인 석유화학 업계의 목소리가 크게 작용했다. 중국발 공급 과잉과 글로벌 경기 둔화로 업황이 악화한 석유화학 업계는 현재 고강도 사업 재편을 추진 중이며, 이 과정에서 일시적으로 적자가 확대되고 차입이 늘어나는 상황이다. 현행 기준을 그대로 적용할 경우 이들 기업은 재무구조 개선 약정 대상으로 분류될 가능성이 크다. 업계에서는 "미래를 위한 사업 재편 과정에서의 재무 악화를 단순 부실로 평가해 약정 대상으로 묶는 것은 가혹하다"는 의견을 지속적으로 제기해왔다.

금감원은 이 같은 요구를 반영해 산업별 특수성을 감안하고, 사업 재편 과정에서 일시적으로 재무제표가 악화한 기업이나 미래 투자 성격의 차입에 대해서는 일정 부분 예외를 두는 방안 등을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산업별로 다른 기준을 적용하는 과정에서 형평성 문제가 제기될 수 있어 내부 고민도 이어지고 있는 분위기다.


주채무계열 제도는 1999년 외환위기 이후 대기업 부실이 금융 시스템 전반으로 확산하는 것을 막기 위해 도입됐다. 이후 2019년 개편을 통해 회사채 등 시장성 차입을 포함한 '총차입금' 기준이 도입되고, 해외 사업까지 반영하는 연결재무제표 기준으로 평가 체계가 마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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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 관계자는 "업계의 요구 사항을 충분히 수렴해 다양한 개선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이은주 기자 golde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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