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로 확인된 변론의 질 저하

대한변호사협회(협회장 김정욱)와 서울지방변호사회(회장 조순열)는 23일 오후 국회의원회관에서 '국민의 방어권 강화를 위한 형사성공보수 정상화 방안 토론회'를 열고 대법원 판례의 재검토와 합리적인 변경을 모색했다. 변선진 기자

대한변호사협회(협회장 김정욱)와 서울지방변호사회(회장 조순열)는 23일 오후 국회의원회관에서 '국민의 방어권 강화를 위한 형사성공보수 정상화 방안 토론회'를 열고 대법원 판례의 재검토와 합리적인 변경을 모색했다. 변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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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대법원이 형사사건 성공보수를 무효화한 이후 변호사들이 형사사건에 쏟는 열의가 줄어들면서 실제 승소율이 하락했다는 통계 분석 결과가 나왔다.


대한변호사협회(협회장 김정욱)와 서울지방변호사회(회장 조순열)는 23일 오후 국회의원회관에서 '국민의 방어권 강화를 위한 형사성공보수 정상화 방안 토론회'를 열고 대법원 판례의 재검토와 합리적인 변경을 모색했다.

이날 발제자로 나선 지인엽 동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리걸테크 서비스 '엘박스'와 판결문 약 15만건을 분석한 결과를 공개했다. 무효 판결 이후 동일한 변호사가 형사사건을 맡았을 때 민사사건에 비해 승률이 6.2%포인트(p) 낮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지 교수는 "성공보수라는 유인이 사라지자 변호사들이 사건에 투입하는 노력이 줄어들었음을 시사한다"며 "추측이 아닌 데이터로 뜯어봐도 시장 왜곡과 변론의 질 훼손이 실재한다는 사실이 확인됐다"고 강조했다.

실제 서울변회 회원 965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에서도 응답자의 62.7%가 형사 업무 투입 시간이 감소했다고 답한 것으로 조사됐다.


2015년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형사사건에서 성공보수 약정을 전면 무효화하는 판결을 내린 바 있다. 형사사건은 국가형벌권의 공적 실현을 목적으로 하므로 이를 변호사의 사건 승소를 대가로 금전을 수수하는 것이 공공성과 윤리성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형사사건 성공보수 무효 판결 이후 기득권 변호사 위주로 착수금이 크게 뛴 상태다. 반면 객관적인 경력 지표가 부족해 높은 착수금을 책정하기 어려운 청년 변호사들은 보수 미지급 위험이 큰 형사사건 수임 자체를 기피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좌장을 맡은 조순열 서울지방변호사회 회장은 "성공보수가 사라진 후 여유 있는 이들은 거액의 착수금을 내고 전관 변호사를 사지만, 서민들은 성과급 약정을 통해 실력 있는 청년 변호사를 선임할 기회조차 잃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조 회장은 지난 1월 서울중앙지법이 형사사건 성공보수의 효력을 인정한 사례를 언급하며 "사적 자치가 회복되는 합리적 신호"라고 평가했다. 당시 재판부(민사항소1-3부)는 항소심에서 무죄를 끌어낸 로펌이 의뢰인을 상대로 낸 약정금 청구 소송에서 "피고가 33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한 바 있다.


안태준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착수금을 한꺼번에 내는 것은 의뢰인에게도 큰 위험 부담"이라며 "성공보수는 변호사를 끝까지 성실하게 일하게 만드는 메커니즘이자 소비자 후생을 높이는 장치"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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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성공보수 액수와 조건을 사회질서 등에 위반되지 않는 범위에서 정하는 내용의 변호사법 개정을 제안했다.


변선진 기자 s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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