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업 판 바꾸는 전동화…연구의 답은 상용화에 있다"[K산업, 미래설계자들]
(3)권병훈 HD한국조선해양 미래기술연구원 전동화센터장
100㎿ 출력 가능한 SMR 활용 계획
국제 체계 정립 위해 국제표준 논의 주도
내실없는 기술 '사상누각'처럼 무너져
사업성 있는 실용적인 기술 개발해야
"연구를 위한 연구가 아닌 상용화할 수 있는 연구를 해야 한다."
권병훈 HD한국조선해양 미래기술연구원 전동화센터장은 지난 20일 경기도 판교에 위치한 HD현대 HD현대 close 증권정보 267250 KOSPI 현재가 285,500 전일대비 17,000 등락률 -5.62% 거래량 296,402 전일가 302,500 2026.05.06 15:30 기준 관련기사 HD현대, 한국과학영재학교와 함께 이공계 인재 육성 나선다 HD현대, 美 해군연구청 함정 성능 개선 과제 국내 첫 수주 HD현대 아비커스, 세계 최초 범용 자율운항 시스템 형식 승인 글로벌R&D센터에서 아시아경제와 만나 "기업이 운영하는 연구소는 사업부서에서 바로 사용할 수 있는 실용적인 기술을 개발해야 한다"고 말했다. 겉만 화려하고 내실 없는 기술 개발은 '사상누각'처럼 무너질 수 있다는 게 권 센터장의 생각이다. 그는 "현재를 책임지고 미래를 준비하자는 모토로 전동화센터는 그런 연구소가 되려고 한다"고 강조했다. 권 센터장은 1996년부터 20여년간 HD현대일렉트릭 회전기 사업 및 드라이브 사업 부문장을 거친 전동화 기술 전문가다.
전동화 기술은 쉽게 말하면 선박을 기름 대신 전기 기반 시스템으로 움직이도록 바꾸는 기술이다. 연료 효율 개선과 배출 규제 대응을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핵심 수단으로 조선업 경쟁력의 기준을 바꾸는 분야다. 선박의 에너지 구조 자체를 바꾸는 기술인 만큼 향후 수주 경쟁과 직결되는 차세대 성장축으로 꼽힌다.
권병훈 HD한국조선해양 미래기술연구원 전동화센터장이 지난 20일 경기도 판교에 위치한 HD현대글로벌R&D센터에서 인터뷰 후 포즈를 취하고 있다. HD한국조선해양
이미 중소형 선박을 중심으로 전기추진 전환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으며 대형 상선은 축발전기와 대용량 배터리를 결합한 하이브리드 형태가 각광을 받고 있다. 권 센터장은 "탈탄소 규제 방침이 강화되고, 고성능 함정이 대용량 전력 공급 능력을 필요로 하는 점, 자율 운항 및 무인 선박과의 시너지 등을 고려해 볼 때 전동화 수요는 지속해서 확대될 것"으로 내다봤다.
가장 최근엔 원자력을 활용한 선박 추진 기술 개발에 나섰다. 100㎿급 출력을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소형모듈원자로(SMR)를 선박 동력원으로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권 센터장은 "기술적으로는 지난해 2월 미국 휴스턴에서 개최된 '휴스턴 해양 원자력 서밋'에서 원자력 추진 컨테이너선 모델을 최초로 공개했다"면서 "9월에는 미국선급협회(ABS)로부터 1만6000TEU급 컨테이너선 전기추진시스템 개념설계에 대한 인증을 획득하는 데 성공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다만, 국제 규제 체계 정립이 선행돼야 하는데 이를 위해 2024년 테라파워, 웨스팅하우스, 영국 로이드선급 등 7개국 11개 기관과 함께 해상 원자력 분야 최초 국제 민간기구인 'NEMO(Nuclear Energy Maritime Organization)'를 공동 설립해 국제 표준 및 규제 논의를 주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선박 엔진에서 시작한 전동화는 그룹 차원에서의 시너지도 기대했다. 권 센터장은 "HD현대는 조선, 엔진기계, 전기시스템을 하나의 가치사슬 내에서 통합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구조를 갖추고 있다"면서 "엔진 발전을 비롯해 배전 시스템, 전력변환장치, 추진용 전동기 및 추진기, 에너지관리시스템에 이르기까지 전 영역을 아우르는 통합 설계 및 최적화가 가능하다"면서 "선박 설계 초기 단계부터 전기추진 시스템을 고려한 통합 솔루션을 제공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어 선박 전체의 효율성과 성능을 극대화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권병훈 HD한국조선해양 미래기술연구원 전동화센터장은 지난 20일 아시아경제와 인터뷰에서 "결과에 대해 너무 고민하지 말고 일단 시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HD한국조선해양
원본보기 아이콘축적된 전동화 기술은 해양 플랜트 분야로의 확장도 가능하다. 권 센터장은 "해상 변전소 등 전력 인프라가 핵심인 영역은 선박용 전기 시스템과 기술적 접점이 매우 높다"면서 "드라이브와 전동기를 통합한 패키지 형태의 공급 모델은 과거 직접 추진해본 경험이 있는데, 선박에서 축적된 고도화된 기술을 육상에 적용할 경우 충분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스마트 그리드 분야 역시 중요한 확장 영역으로 주목하고 있다"면서 "태양광 및 풍력 등 재생에너지와 연계된 전력 시스템, 데이터센터 전력 인프라 등은 전력 변환 기술과 에너지관리 역량이 핵심적으로 요구되는 분야로, 당사의 기술이 직접적으로 활용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권 센터장이 이끌고 있는 전동화센터는 미래기술연구원 소속 연구원들을 대상으로 실시된 근무환경 만족도 조사에서 항상 최고 수준의 평가를 받았다. 권 센터장은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아라. 도전적으로 무슨 일이든 시도해보라"고 말한다고 했다. 그는 "시작도 전에 미리 걱정하지 말고 일단 해보고 되는지 안 되는지를 보자고 말하는 편"이라면서 "결과에 대해 너무 고민하지 말고 일단 시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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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 센터장은 업무적으로 사람의 마음을 얻는 일도 중요하다고 언급했다. 그는 근무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성과로 HD현대일렉트릭이 헝가리 연구소와 협업한 경험을 꼽았다. HD현대일렉트릭 헝가리 연구소는 1999년 설립됐으며 현재까지 유럽 주요 연구개발 허브로 운영 중이다.
권 센터장은 "당시에는 해외 연구소를 설립할 경우, 핵심 기술을 국내로 이전해 단기간 내 내재화하는 것이 일반적인 접근 방식이었는데 저희는 헝가리 연구소를 단순히 기술 이전의 대상이 아니라 독립적인 연구 역량을 갖춘 하나의 축으로 바라봤다"면서 "현지 연구소 자체가 곧 기술 내재화의 결과물이라는 관점에서 운영 방향을 설정하고, 이를 기반으로 지속적인 협력과 신뢰를 구축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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