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View]'부자세' 한국과 미국의 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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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상속세 때문에 부자들이 한국을 탈출한다는 기사가 논란이 됐다. 서울 강남의 고가 아파트, 수백억 원대 금융자산가들이 세금을 피해 싱가포르나 두바이로 떠난다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여기에는 빠진 것이 몇 가지 있다. 정말로 떠나는 사람은 얼마나 되는지, 그리고 그들이 내는 세금이 전체 조세 구조에서 비중이 어느 정도인가에 대한 분석이다. 더 중요한 것은 '부자세'라고 부르는 세금들이 실제로 누구에게, 언제, 얼마만큼 부과되는지에 대한 고찰이 빠져 있다.


이번 칼럼에서는 한국과 미국의 부자세를 비교해 보겠다. 부자세는 '얼마나 많이 가지고 있느냐' '가진 자산을 얼마나 더 불렸느냐', 그리고 '그 자산을 자녀에게 어떻게 넘기느냐'에 따라 크게 세 종류로 나눌 수 있다. 첫 번째는 보유세다. 많은 자산을 가지고 있으면 내야 하는 한국의 종합부동산세·고가주택 보유세 등이 있다. 공시가격이 일정 기준을 넘는 집과 다주택자에게 재산세와 별도로 부과하는 세금이다. 한국의 종부세는 고가·다주택 보유자에게만 한정적으로 적용되는 추가 세금인 반면, 미국의 부동산세는 모든 주택 보유자가 내는 지방세다. 캘리포니아처럼 세율이 높은 지역에서 100만달러짜리(약 15억원) 주택을 갖고 있으면, 연 1만2000달러(약 1700만원) 정도의 보유세를 내야 한다. 서울 15억원 아파트 1주택자의 연간보유세(재산세 기준)와 비교하면 4~8배 많다.

두 번째로는 자산에서 수익이 나면 그 수익에 부과하는 자본소득세가 있다. 예를 들면 이자·배당 등 금융소득이 일정 금액을 넘으면 다른 소득과 합산해 높은 누진세율을 매긴다. 한국의 경우 주식투자로 고액의 수익이 났을 때 세율이 40% 정도 된다. 미국의 단기 주식투자에 대한 세율은 한국과 비슷하다. 그런데 미국은 장기적인 금융 투자 이득에는 세금이 낮다. 투자가 1년을 넘는 순간 고소득자도 20% 정도로 떨어진다. 그리고 부동산의 경우 한국은 고가·다주택 양도소득세로 인해 집으로 번 차익 가운데 일부는 일반보다 높은 세율이 부과된다. 한국은 가계 자산의 상당 부분이 부동산이기 때문에 자연스러운 일일지도 모른다.


반면 미국에서는 가계 투자 중 부동산이 차지하는 비율이 낮고, 집의 의미가 투자보다는 주거 자체의 가치를 가진다. 실거주 장기 보유 부동산은 세금 혜택이 한국보다 크다. 예를 들어 장기 보유한 실거주 주택을 팔아 10억원 차익을 봤을 때 한국은 보유기간 공제에도 20~40%대 세율이 남지만, 미국은 전액 비과세 구간이 있고 그 후 초과분에만 15~20%를 매긴다.

마지막으로 자산 대물림 때 부과하는 세금인 상속세·증여세가 있다. 자산이 많은 사람이 다음 세대로 재산을 넘길 때, 세율이 누진적으로 증가한다. 서울에 15억원짜리 아파트를 가진 1주택자는 집 한 채와 약간의 예금만 합쳐도 상속 시점에는 기본공제를 제외한 과표에 20~30% 세율이 적용돼 상속세가 2억원까지 불어날 수 있다. 하지만 미국의 상속·유산세는 적용 대상이 매우 좁다. 15억원 안팎의 주택 한 채와 금융자산을 가진 가구는 상속세 대상이 아니다.


요약하자면 15억원어치의 주택 한 채를 가진 가구의 경우, 우리나라가 세금을 더 많이 낸다고 볼 수는 없다. 한국 가구는 살아 있는 동안엔 연 200만~400만원의 보유세만 내다가 자녀에게 상속하려면 상속세 2억원을 내야 한다. 미국 가구는 반대로 매년 1700만원 안팎의 보유세를 내지만, 자녀에게 집을 넘길 때는 세금을 안 내도 된다. 어느 쪽이 더 공정한지, 더 성장 친화적인지는 각 나라 국민의 정치적 합의에 달려 있다. 다만 "부자세를 낮출 것인가, 말 것인가"라는 단선적인 구도가 아니라 부자에게 "언제, 어떤 방식으로 사회 기여를 할 것인가"라는 성찰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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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보영 미국 인디애나주립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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