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운임 150% 급등·수출 49% 급감
실물경제 타격 시작
비축유 4월 방출 검토…정부 "단기 수급 문제 없다"

"브렌트·두바이유 가격차 역사상 최대"…석화·물류·수출 전방위 충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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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렌트유와 두바이유 간 가격 격차가 역사상 최대 수준으로 벌어지면서 중동발 지정학 리스크가 단순 가격 상승을 넘어 국제 유가 체제 자체를 흔들고 있다. 정부는 단기 수급에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지만, 석유화학 원료 수급 차질과 물류비 급등, 수출 감소까지 동시다발적으로 나타나며 산업 전반으로 충격이 확산되는 양상이다.


양기욱 산업통상부 산업자원안보실장은 23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가진 '중동상황 대응본부' 브리핑에서 "브렌트와 미국유, 두바이유 간 가격 차이가 최근 10여 년간 유례없는 수준으로 벌어졌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 영향이 두바이 현물가에 직접 반영된 결과"라며 이같이 말했다.

산업부에 따르면 이날 오전 7시 기준 브렌트유는 배럴당 113.5달러를 기록했고, 서부텍사스산원유(WTI)도 100달러에 근접했다. 특히 두바이유는 지난 20일 기준 현물가격 기준 158달러를 웃돌며 브렌트·WTI와의 가격 차이가 크게 확대됐다.


가스 시장 역시 불안정한 흐름이다. 카타르 가스시설 타격 여파로 아시아 현물가격(JKM)은 급등했다가 변동성을 키우고 있으며, 유럽 가격(TTF)도 상승 흐름을 보이고 있다. 다만 미국 시장은 상대적으로 안정된 흐름을 유지하며 지역별 분절화가 뚜렷해지는 모습이다.

정부는 아직까지 국내 수급에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 통항 차질에도 불구하고 비(非)호르무즈 경로를 통한 대체 물량 확보가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정부는 아랍에미리트(UAE)로부터 총 2400만배럴 규모의 원유를 긴급 도입하기로 했으며, 이 가운데 일부 물량은 이달 말부터 순차적으로 국내에 도입될 예정이다.


양 실장은 "4월 도입 물량이 줄어드는 것은 맞지만, 대체 물량 확보와 비축유 활용을 통해 수급에는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며 "비축유 방출 시점과 기준은 정유사와 협의 중이며 4월 중에는 필요성이 제기되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산업 현장에서는 이미 이상 신호가 감지되고 있다. 가장 먼저 영향을 받는 곳은 석유화학 업계다. 나프타(납사) 수급이 어려워지면서 일부 기업은 가동률 조정에 들어갔고, 중동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유럽·아프리카·미주 등 대체 수입처 확보에 나서고 있다.


특히 나프타를 원료로 사용하는 나프타분해설비(NCC)의 경우 일부 공장에서 가동 중단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다. 양 실장은 "나프타는 구하기 어려워졌지만 불가능한 상황은 아니며, 가격 상승이 더 큰 문제"라며 "수출 물량을 국내로 돌리고 비축유를 활용해 생산된 나프타를 공급하는 방식으로 대응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조선업 역시 영향을 피하지 못하고 있다. 강재 절단에 필수적인 에틸렌 가스 재고가 업체별로 1주에서 최대 1개월 수준에 불과해 공급 차질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다만 정부와 업계는 우선 공급 체계를 통해 생산 차질을 최소화한다는 방침이다.


물류와 수출에서도 충격은 현실화되고 있다. 상하이 운임지수 기준 중동 노선 운임은 2월 말 대비 150% 이상 급등했고, 같은 기간 대중동 수출은 49% 넘게 감소했다.


정부는 이 같은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공급망 관리 체계를 본격 가동했다. 산업부는 이날부터 '공급망 지원센터'를 설치하고 30~40개 핵심 품목을 중심으로 수급 상황을 집중 점검하기로 했다.


박동일 산업부 산업정책실장은 "석유화학 제품은 거의 모든 산업의 기초 원료로 사용되는 만큼 공급망 영향이 광범위하게 나타날 수 있다"며 "국민 생활과 산업 생산에 영향을 미치는 품목을 중심으로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업계 애로를 신속히 해소할 계획"이라고 했다.


한편 미국이 러시아·이란산 원유에 대한 한시적 제재 완화 조치를 발표하면서 대체 공급선 확보 가능성도 열리고 있다. 다만 정유업계는 품질 문제와 결제 리스크 등을 이유로 신중한 입장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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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향후 상황 장기화에 대비해 수요 관리 카드도 검토 중이다. 차량 5부제 등 소비 억제 정책이 논의되고 있으며, 공공부문부터 단계적으로 적용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세종=강나훔 기자 nahu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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