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의 걸프국가 담수화시설 공격이 초래할 위험”-CSIS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호르무즈 해협이 다시 개발되지 않을 경우 이란의 발전소를 초토화하겠다고 최후통첩한 상황에서, 이란은 자국 발전소가 공격당할 경우 페르시아만 지역의 미국 관련 에너지 목표물, 정보기술(IT) 시설, 해수 담수화 인프라를 타격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 외교·안보 싱크탱크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데이비드 미셸 비상임 선임연구원은 19일(현지시간) 홈페이지에 올린 ‘이란이 걸프 국가들의 해수담수화(담수) 공급을 교란시킬 수 있을까(Could Iran Disrupt the Gulf Countries’ Desalinated Water Supplies?)’라는 제목의 글에서 이란의 걸프국가 담수화시설 공격이 초래할 위험에 대해 크게 우려했다.
다음은 주요 내용을 요약 정리한 것이다.
페르시아만 남쪽 해안에 접한 걸프협력회의(GCC) 6개국 모두는 페르시아만과 아라비아해의 바닷물을 끌어와 처리하는 담수화 시설에 결정적으로 의존하고 있다. 올해 2월 28일 시작된 대이란 전쟁은 이러한 필수 물 공급 체계를 위험에 빠뜨리고 있다. 분쟁 초기 쿠웨이트와 아랍에미리트(UAE)의 담수화 시설은 미사일과 드론 공격의 여파로 간접 피해를 입었다. 이후 바레인과 이란의 담수화 시설은 의도적으로 공격받았다는 보도도 나왔다. 담수화 인프라를 고의로 겨냥하는 행위는 중대한 전쟁 격화로 이어질 수 있으며, 이는 역내 수백만 명의 생명 유지에 필수적인 물 공급을 위협할 가능성이 있다.
전략적 취약성
GCC 국가들에서 대규모 담수화 시스템은 없어서는 안 될 핵심 인프라다. 담수화는 카타르 전체 물 수요의 77.3%, 바레인의 67.5%, UAE의 52.1%, 쿠웨이트의 42.2%, 오만의 31%, 사우디아라비아의 18.1%를 충당한다. 특히 식수 공급에서 담수화 시설의 중요성은 더욱 크다. 카타르는 식수의 99%를 담수화 시설망에서 얻고, 바레인은 90% 이상을 이에 의존한다. 쿠웨이트·오만·사우디아라비아·UAE의 경우 각각 90%, 86%, 70%, 42%다. 도하, 두바이, 마나마, 쿠웨이트시티 같은 도시는 담수화 없이는 존재할 수 없다. 특히 카타르와 바레인은 산업용수에서도 담수화 의존도가 높아, 석유화학과 데이터센터 같은 부문에 담수화 생산량의 절반 이상을 투입하고 있다. 역내 담수화 인프라가 손상되거나 차질을 빚으면 페르시아만 전역의 기업과 산업, 수천명에서 수백만명에 이르는 주민들의 핵심 수자원이 위협받을 수 있다.
지금까지 페르시아만 전쟁이 역내 물 공급을 실질적으로 교란하지는 않았지만, 잠재적 위험은 분명하다. GCC의 담수화 시설은 크고, 고정돼 있으며, 야외에 노출된 산업 단지다. 대부분 이슬람공화국 이란으로부터 350㎞ 이내 해안가에 집중돼 있어, 지금까지 표적이 돼 온 석유·가스 터미널, 공항, 호텔 등 다른 민간 인프라 못지않게 이란 무기에 취약하다. 담수화 시설은 기본적으로 선형 구조를 가진 설비이기도 하다. 즉 해수를 담수로 바꾸는 과정이 정해진 단계 순서에 따라 진행된다. 고압 펌프나 멤브레인 건물 같은 민감한 부위가 손상되면 생산 전체가 멈출 수 있고, 복구에는 수주일이 걸릴 수 있다.
마찬가지로 GCC의 담수화 인프라는 에너지와 해수 공급, 배급망, 운영 시스템에 이르기까지 복합적인 취약성에 노출돼 있다. 예를 들어 담수화는 에너지 집약적 공정이다. 이러한 특성 때문에 GCC 국가 담수화 시설의 약 4분의 3은 전력과 물을 함께 생산하는 복합 설비다. 따라서 이들 시설의 담수 생산은 수처리 장치뿐 아니라 이를 지원하는 발전소와 전력망 연결부가 공격받아도 중단될 수 있다. 전력을 끊어 물 공급을 끊는 셈이다. 마찬가지로 중앙 담수화 시설에서 생산된 물은 다시 소비자에게 배분돼야 한다. 이란은 담수화된 물을 최종 수요처로 보내는 펌프장과 송수관을 겨냥해 GCC 물 공급 체계를 약화시키려 할 수 있다.
무기화되는 물
걸프 지역의 핵심 담수화 시스템을 의도적으로 공격하는 것은 적대행위의 중대한 격화를 의미한다. 1977년 제네바협약 추가의정서 제54조 2항은 “민간인의 생존에 필수적인 대상물, 예컨대 식수 시설과 공급망”에 대한 공격이나 파괴를 명시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이러한 필수 민간 인프라를 겨냥하는 것은 국제법 위반이며, 전쟁범죄에 해당할 수 있다.
그럼에도 이란은 GCC 물 공급을 위협하는 것이 정권 생존을 건 실존적 투쟁에서 효과적인 비대칭 전략이 될 수 있다고 판단할 수 있다. 이란은 미국과 이스라엘을 군사적으로 물리칠 수도 없고, 이들이 마음대로 이란 영토를 공격하는 것을 막을 수도 없다. 대신 테헤란은 ‘수평적’·‘수직적’ 확전 캠페인에 나섰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 글로벌 에너지·비료 시장 교란, GCC와 기타 국가의 취약한 표적에 대한 미사일·드론 공세는 모두 전쟁의 범위를 넓히고 대가를 키우는 수단이다. 이는 페르시아만을 훨씬 넘어선 정부와 경제, 대중에게 전쟁 지속 비용을 높이는 효과를 낸다. 목표는 군사적 승리가 아니라 전략적 지렛대 확보다. 이란은 정치적 소모전에서 미국보다 오래 버틸 수 있다고 믿는다. 지금까지 GCC 국가들은 이 전쟁의 직접적인 교전 당사자가 아니었고, 이란에 대한 공격 행동도 취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들의 물 공급원을 겨냥하면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 그럼에도 이란은 핵심 수자원 인프라 공격이, 분쟁을 가능하게 했다고 보는 걸프 정부들과 이를 수행하는 미국·이스라엘 정부 사이를 이간질하는 동시에, GCC 수도들에 자신들이 원치 않은 전쟁의 종식을 압박하는 수단이 될 수 있다고 볼 가능성이 있다.
GCC 국가들이 담수화된 물의 생산 역량은 상당히 키웠지만, 공급 차질에 대비한 비축 능력은 대부분 충분히 확보하지 못했다는 사실이다. 예를 들어 UAE는 2017년 물 효율을 높이고 국가 물 저장 능력을 늘리기 위한 ‘2036 물안보 전략’을 발표했다. 그러나 이 계획이 목표대로 실현되더라도 평시 기준 국가 수요 이틀치 물만 저장할 수 있으며, 극한 비상 상황에서 배급제를 실시해도 16~45일 버티는 수준이다. 사우디아라비아도 제한적이지만 전략 비축 저수지를 조성했다. 그러나 바레인·쿠웨이트·카타르는 의미 있는 공급 중단을 완충할 만큼의 저장 능력을 갖추지 못했다.
커지는 불안
이란이 GCC 담수화 시스템을 공격할 경우 최종 파장은 구체적 상황에 달려 있다. 어느 나라가 표적이 되는가. 어떤 시설이 맞는가. 피해의 성격과 규모는 어떠한가. 교란은 얼마나 오래 지속되는가. 그러나 가장 중요한 효과는 오히려 심리적일 수 있다. GCC 국가들은 수십 년 동안 지정학적 격랑의 바다 속에서도 번영과 안정의 섬이라는 평판을 기반으로 한 비즈니스 모델을 키워왔다. GCC 전역에 잠재적 물 위기를 초래할 수 있는 이란의 지속적인 강압 역량은 이 전제를 흔든다. 한 분석가의 말처럼 “진짜 무기는 드론이 아니라 보험 취소, 우회하는 유조선, 그리고 멈칫하는 투자자”다. 보험사와 투자자, 그리고 주민들까지 가정과 병원, 학교, 기업에 필요한 물을 유조선과 물탱크 트럭에 의존해야 하는 상황을 상상하게 된다면, 그 비즈니스 모델의 지속 가능성에 대한 신뢰는 수도꼭지의 마지막 물방울이 마르기 훨씬 전에 먼저 사라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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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여 년 전, 2010년 공개된 한 CIA 비밀 분석은 걸프 국가들의 담수화 의존이 초래하는 안보 취약성을 이미 지적한 바 있다. 현재의 분쟁은 그 의존이 더 깊어졌고 취약성은 여전하다는 점을 강하게 보여준다. 총성이 멈춘 뒤 GCC 국가들의 물안보와 국가안보에 대한 인식은 크게 달라져 있을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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