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용적 매파' 관측되는 신현송 한은 차기 총재 후보자
"인플레이션 선제 대응 강조하되 위기 시 유동성 공급 필요"
중동 사태 고물가 우려·외환 부동산 등 금융안정·저성장 타개
구조적 딜레마 속 韓 통화정책 수장으로 시험대에

한국은행 차기 총재 후보자로 지명된 신현송 국제결제은행(BIS) 통화경제국장은 학문적 깊이와 국제 네트워크, 정책 수립 경험 등을 두루 갖춘 세계적인 국제금융 권위자로 평가된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예측한 것으로 유명한 그는 물가뿐 아니라 금융 안정에 대한 중앙은행의 역할을 강조하는 인물이다. 성향은 '실용적 매파(통화긴축 선호)'로 관측된다.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선제 대응을 강조하되, 위기 시 실물경제 여파를 최소화하기 위한 유동성 공급의 필요성을 주장한단 점에서다.


신 후보자는 중동 사태 등으로 국내외 경제가 그 어느 때보다 녹록지 않은 환경에서 국내 통화정책을 관장하는 수장으로 낙점되며 시험대에 올랐다. 한국 경제는 고물가·고환율 우려 상황인 동시에 경기에는 활력 불어넣어야 하는 구조적 딜레마에 직면해있다. 신 후보자는 지명 후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며 "물가와 성장, 금융안정을 감안한 균형 있는 통화정책을 어떻게 운영해 나갈지 고민할 것"이라고 밝혔다.

韓 경제 구원투수 낙점된 '실용 매파' 신현송, 당면한 과제 세 가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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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 사태 속 고물가 우려…"공급 측면 충격 일시적이라면, 통화정책 대응 않아야"

신 후보자는 과거 여러 차례 인플레이션 사전 예방을 강조했다는 점에서 매파 성향 인물로 꼽히나, 금리 인상 우선론자는 아니다. 그는 2022년 9월 G20 글로벌 금융안정 콘퍼런스에서 "인플레이션은 특성상 한 번 시작되면 점차 더 많은 품목으로 확대되며 상호작용을 일으킨다"며 "이 고리를 끊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국내외 강연이나 인터뷰를 통해서도 인플레이션 기대가 불안해지면 기대가 안정적일 때보다 훨씬 강력한 통화정책이 필요하게 된다는 점에서 선제 대응이 필요하다고 밝힌 바 있다. 과도한 대출 등에 따른 '거품'을 방지하기 위해서도 과감한 조치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이에 시장 일각에선 연내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이 커졌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중동 사태로 국제유가가 치솟고 환율이 급등하며 국내 경제 전반에 악영향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인플레이션 선제 대응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신 후보자의 시각이 부각되면서다. 그러나 앞서 그가 중동 사태 여파에 대해 신중한 통화정책론을 폈다는 점에서 상황을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분석이다. 신 후보자는 최근 BIS 기자간담회에서 "이번 갈등이 얼마나 지속되느냐, 그리고 유가 상승이 얼마나 오래 유지되느냐에 (각국 중앙은행의 대응 향방이) 달려 있다"며 "이론적으로는 공급 측면의 충격이 일시적이라면, 통화정책으로 대응하지 않고 그 영향을 지켜보는 것이 교과서적 사례"라고 짚었다. 현재 나타나는 금리 상승과 중앙은행 경로에 대한 재평가는 코로나19 기간과 이후에 겪었던 인플레이션 경험이 반영된 결과일 것이라는 진단이다.

외환 시장 안정 해법 주목…거시 건전성 정책 목소리 커질 듯

현재는 국내에 달러가 부족한 '금융 위기'는 아니라고 평가되지만, 원·달러 환율 레벨이 1500원을 넘나드는 등 고환율에 따른 우려가 큰 상황이다. 신 후보자는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10년 청와대 국제경제보좌관으로 일하며 선물환 포지션 제한, 외환 건전성 부담금, 외국인 채권투자 과세 등 한국형 거시건전성 3종 패키지를 주도적으로 설계한 바 있다. 외화자금의 무분별한 유입과 급속한 유출을 막기 위한 제어 장치로, 당시 신 후보자는 이 조치가 자본자유화 규약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IMF를 설득했다. 이후 IMF도 각국에 한국의 거시건전성 제고 조치를 참고하라고 권하는 등 신흥국 거시건전성 규제의 모범사례로 인정받았다.


시장에선 당시 국내 환경에 맞는 외환 규제 3종 패키지로 시장 안정화를 성공적으로 끌어냈던 것처럼, 현 상황에 맞는 해법을 어떤 식으로 제시할지에 관심을 두고 있다. 앞서 필요성을 주장했던 외환안정기구 등이 논의될지 주목된다. 수출기업의 환 헤지 등을 전담, 금융 불안 요인을 줄이자는 취지다. 신 후보자는 지난해 6월 BIS 보고서를 통해 아시아 투자자들의 환 헤지 활동이 미국 달러화 약세를 유발한 정황을 분석하기도 했다.


신 후보자는 물가 안정뿐 아니라 금융 안정에 대한 중앙은행의 역할을 강조하는 인물이다. 거시건전성 정책과 통화정책을 분리된 도구가 아닌 연결된 체계라고 본다. 글로벌 금융위기를 예측한 당시에도 그 원인으로 과도한 비우량 주택담보대출을 꼽으며 위험성을 경고한 바 있다. 한국의 전세 제도에 대해서도 임대 시스템이지만 실제 비공식 대출 제도이기도 하다고 평가한다. 신 후보자의 이 같은 시각은 가계대출을 강력히 통제해 부동산 시장으로의 과도한 자산 쏠림을 막으려는 이재명 정부 방향성과 궤를 같이한다. 시장에선 신 후보자가 한은의 수장이 되면 가계부채 관리 등을 위한 거시건전성 정책에 한은이 보다 목소리를 높일 것으로 보고 있다.


韓 경제 구원투수 낙점된 '실용 매파' 신현송, 당면한 과제 세 가지는 원본보기 아이콘

경기 개선, 물가 상승·금융 불균형 우려와 상충…조화 과제

구조적 저성장 상황을 고려해야 하는 것도 신 후보자가 당면한 과제다.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은 지난해 저점을 찍고 올해 반등 조짐을 보이고 있지만 여전히 잠재성장률(1.8~2.0%) 수준이거나 이를 밑돌 가능성이 점쳐진다. 양극화가 더 심해지는 'K자형 성장'에 대한 우려도 크다. 중동 전쟁 장기화에 따른 글로벌 공급망 훼손이라는 악재도 상존해 있다. 이런 상황에서 물가와 금융 불균형 우려에 초점을 맞춰 금리를 서둘러 올리면 내수가 다시 위축되면서 성장률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


신 후보자는 앞서 "충격이 현실화한 국면에서는 유동성을 공급해 금융안정을 지키고 실물경제 여파를 최소화해야 한다"며 유연한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재정과 통화정책 간 공조의 필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신 후보자는 과거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한국 등 주요국의 확장적 재정 기조에 대해 "정책 당국 간 조율이 이뤄지지 않으면 확장적 재정을 펴는 가운데 금리가 올라가며 재정·통화 정책이 상충될 위험이 생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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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화 스테이블코인 법제화를 앞둔 가운데 그동안 신중한 입장을 보여온 신 후보자가 얼마나 목소리를 낼지도 관심사다. 신 후보자는 원화·달러 등 민간이 발행하는 스테이블코인 자체가 자본 유출의 통로가 될 뿐 아니라 범죄에 악용될 수 있다며 부정적인 입장을 내왔다. 지난해 서울에서 열린 세계경제학자대회에서도 "환율 변동성이 높고 자본 유출에 취약한 나라에선 스테이블코인이 자본유출 수단이 되기 쉽고 자국 통화 스테이블코인은 이런 흐름을 오히려 가속화할 수 있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신 후보자는 대안으로 중앙은행의 디지털 화폐(CBDC) 발행과 은행과의 결합을 강조하고 있다. 이는 기존 한은의 입장과도 일맥상통한다. BIS에서는 이를 활용해 국가 간 지급결제 효율성을 개선하는 프로젝트인 '아고라 프로젝트'에도 깊이 관여했다.


김유리 기자 yr61@asiae.co.kr
김혜민 기자 hm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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