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가스·석유 '요금 동결+규제' 총동원…물가 방어 사활 (종합)
중동 정세 불안으로 국제 에너지 가격 상승 압력이 커지는 가운데 정부가 전기·가스·석유 등 에너지 공공요금 전반을 묶는 방향으로 대응에 나섰다.
연료비 상승 가능성이 커진 상황에서도 요금 인상 대신 동결과 규제를 병행하며 물가 관리에 초점을 맞춘 모습이다.
한국전력공사는 올해 2분기 전기요금에 적용되는 연료비조정단가를 ㎾h당 +5.0원으로 유지한다고 23일 밝혔다.
2분기 전기요금 동결…연료비조정단가 +5원 유지
가스 인상 억제·석유 최고가격제 병행
3분기 이후 인상 압력 불가피
올해 폭염 장기화로 '전기료 폭탄' 논란까지 제기된 가운데 정부가 전기요금 인상 검토에 나선 23일 서울 한 상가 건물에 전기계량기가 설치돼 있다. 사진=강진형 기자
중동 정세 불안으로 국제 에너지 가격 상승 압력이 커지는 가운데 정부가 전기·가스·석유 등 에너지 공공요금 전반을 묶는 방향으로 대응에 나섰다. 연료비 상승 가능성이 커진 상황에서도 요금 인상 대신 동결과 규제를 병행하며 물가 관리에 초점을 맞춘 모습이다.
한국전력공사는 올해 2분기(4~6월) 전기요금에 적용되는 연료비조정단가를 ㎾h당 +5.0원으로 유지한다고 23일 밝혔다. 1분기와 동일한 수준이다.
2분기 연료비 산정은 2025년 12월부터 2026년 2월까지 3개월간의 무역통계가격 평균을 기준으로 이뤄졌다. 유연탄과 액화천연가스(LNG), BC유 가격에 환산계수를 적용해 실적연료비를 산출하고, 이를 기준연료비와 비교해 조정단가를 결정하는 방식이다.
유연탄·LNG·BC유 가격을 반영한 실적연료비는 410.85원/㎏으로, 기준연료비(차감 후 494.63원/㎏)를 밑돌았다. 이에 따라 연료비조정단가는 -11.2원/㎾h 수준으로 계산됐다.
다만 연료비조정단가는 ±5원/㎾h 범위 내에서 조정되도록 설계돼 있다. 상·하한을 적용할 경우 -5.0원/㎾h까지 인하가 가능한 상황이지만 정부는 현행 단가를 유지하기로 했다.
정부는 한전의 재무 상황과 연료비 조정요금 미조정분이 상당한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한전에 대해 기존 단가를 유지하는 한편, 경영 정상화를 위한 자구노력도 병행할 것을 주문했다.
정부의 이러한 물가 관리 기조는 가스요금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도시가스 요금은 LNG 수입 가격에 연동되는 구조로, 중동 정세에 따른 가격 상승 압력이 반영될 수밖에 없다. 다만 공공요금 전반에 대한 관리 기조가 유지되는 상황에서 즉각적인 요금 인상은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정부는 석유 가격에 대해서는 보다 직접적인 통제에 나서고 있다. 지난 13일 시행된 석유제품 최고가격제는 정유사가 주유소에 공급하는 도매가격에 상한을 설정하는 방식으로, 국제유가 상승이 소비자 가격으로 전이되는 속도를 늦추기 위한 조치다.
최근 계절·시간대별 요금제(계시별 요금제) 개편을 추진하며 전력 소비 구조 자체를 바꾸는 작업에도 착수했다. 개편안은 태양광 발전이 많은 낮 시간대 요금은 낮추고, 수요가 집중되는 저녁·야간 요금은 높이는 방식으로 설계됐다.
구체적으로 낮 9시부터 15시까지 요금 부담을 완화하는 대신, 오후 6~9시 등 피크 시간대 요금은 상대적으로 높이는 구조로 전환된다. 전력 공급이 많은 시간대에 소비를 유도하고, 공급이 부족한 시간대 사용을 줄이기 위한 조치다.
이처럼 전기·가스·석유를 아우르는 에너지 요금 전반에 대한 동시 관리가 이뤄지는 것은 중동 리스크 확산에 따른 물가 불안을 차단하기 위한 대응으로 풀이된다. 최근 미·이란 간 군사 충돌이 본격화되면서 원유와 LNG 수급 불안이 동시에 확대되고 있으며,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긴장까지 겹치며 에너지 가격 변동성이 커지는 상황이다.
다만 현재 요금 체계는 이러한 시장 상황을 즉각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전기요금은 직전 3개월 평균 연료가격을 기준으로 산정되기 때문에 최근 가격 상승분이 이번 2분기 요금에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다. '중동 리스크 이전 가격'을 기준으로 요금이 결정된 셈이다.
이에 따라 향후 요금 인상 압력은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특히 여름철 전력 수요가 집중되는 3분기 이후에는 연료비 상승분이 본격 반영되면서 요금 조정 필요성이 커질 가능성이 크다.
문신학 산업통상부 차관도 오는 27일 있을 2차 석유 최고가격 조정과 관련해 "국제유가 상승분이 반영되면서 석유제품 최고가격은 인상될 수밖에 없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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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요금뿐 아니라 가스요금까지 동반 인상이 이뤄질 경우 물가 전반에 미치는 파급력도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에너지 가격은 제조업과 서비스업 전반의 비용에 영향을 미치는 변수인 만큼, 공공요금 조정이 전체 물가 상승을 견인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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