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백질 엉킴 부르는 '지방' 잡았다…GIST, 파킨슨병 진행 억제 단서[과학을읽다]
세라마이드 축적이 병리 핵심 규명…동물·환자 모델서 신경세포 보호 효과
파킨슨병의 원인으로 알려진 단백질 응집 현상을 유발하는 '지방 대사물질'을 조절해 질병 진행을 늦출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증상 완화 중심의 기존 치료 접근을 넘어, 병의 근본 경로를 차단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한 성과다.
광주과학기술원(GIST)은 오창명 GIST 의생명공학과 교수 연구팀이 뇌세포 내 지방 성분인 세라마이드 축적이 단백질 응집과 신경세포 손상을 유도하는 핵심 원인임을 규명하고, 이를 억제해 파킨슨병 진행을 완화하는 전략을 제시했다고 밝혔다.
마이리오신으로 파킨슨병 마우스의 병리와 행동 회복 효과. 파킨슨병 모델 마우스에 생후 5개월부터 주 3회 마이리오신(0.4 mg/kg)을 주사한 실험 계획이다(a). 마이리오신 투여군에서 도파민 신경세포 손실과 알파-시뉴클레인 응집이 감소했고(b, c), 열린 공간과 Y-미로 검사를 통해 저하된 운동 능력의 회복과 기억력의 개선이 확인됐다(d, e). 연구팀 제공
이번 연구 결과는 네이처 계열 국제학술지 '엔피제이 파킨슨스 디지즈(npj Parkinson's Disease)'에 지난 1월 21일 온라인 게재됐다.
'지방→단백질 응집' 병리 경로 규명
파킨슨병은 전 세계 약 1000만 명이 앓고 있는 대표적 신경퇴행성 질환으로, 도파민 신경세포가 점진적으로 손상되면서 떨림과 보행 장애 등 운동 기능이 저하된다. 현재 치료는 증상 완화에 머물러 있으며, 질병 진행을 근본적으로 막는 치료법은 없는 상황이다.
연구팀은 세포막을 구성하는 지질 성분이자 신호 전달에 관여하는 '세라마이드'에 주목했다. 세라마이드는 노화 및 신경퇴행성 질환에서 비정상적으로 축적되는 물질로, 파킨슨병에서는 알파-시뉴클레인 단백질의 응집을 촉진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실제로 루이소체 치매 환자 뇌 조직을 분석한 결과, 정상 대비 19종의 세라마이드가 증가했고, 이를 생성하는 효소 관련 유전자(CERS5, CERS6 등)의 활성도 높아진 것으로 확인됐다.
동물·환자 모델서 기능 개선 확인
연구팀은 이어 동물 모델과 환자 유래 세포를 이용해 세라마이드 억제 효과를 검증했다.
파킨슨병 모델 생쥐에 세라마이드 합성을 억제하는 물질 '마이리오신'을 장기간 투여한 결과, 단백질 응집이 감소하고 운동 능력과 기억력이 개선됐으며 도파민 신경세포 손상도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환자 유래 줄기세포로 만든 중뇌 오가노이드와 신경세포에서도 동일한 효과가 확인됐다. 반대로 세라마이드를 추가하면 단백질 응집과 신경세포 손상이 다시 증가해, 해당 물질이 병리 과정에 직접적으로 관여한다는 점이 입증됐다.
연구팀은 세라마이드 억제가 미토콘드리아 손상 제거(미토파지)를 활성화하고 신경 염증과 세포 사멸을 줄이는 방식으로 작용하는 것도 확인했다.
오창명 GIST 의생명공학과 교수는 "이번 연구는 단순한 증상 완화를 넘어 단백질 응집과 신경세포 사멸로 이어지는 질병의 근본 경로를 차단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했다"며 "향후 임상 적용을 위한 안전한 억제제 개발과 장기 독성 검증을 이어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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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IST는 이번 성과가 치료제 개발 등 산업적 활용 가능성도 높은 것으로 보고 기술이전을 추진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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