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노동? 펜스 안은 딴세상" 운동장서 집 짓는 10대·4시 퇴근하는 30대[손끝기술의 위기]③
명장 맞춤형 실습에 취업 희망 0명서 8명으로
닫혀 있던 청년층 건설업 취업 문 열어
땀 흘려 배운 정교한 기술, 스트레스 없는 평생 직장
한국모빌리티고(옛 의정부공고) 건축디자인과 3학년 김시환군(19)은 건축이 좋아서 이 학교를 택했지만, 현장을 경험할 기회는 없었다. 수업은 이론 중심이었고 건설현장 취업 경로도 막연했다. 김군이 처음으로 전동공구를 잡고 집을 지어본 곳은 건설현장이 아니라 학교 운동장이었다.
지난해 경기 의정부시 모빌리티고 운동장 한켠에 집 두 채가 들어섰다. 건축일반, 건축기초실습, 실내디자인 등 전공 교과와 연계해 건축디자인과 학생 15명이 두 팀으로 나뉘어 6개월 동안 이동형 목조주택 설계부터 시공까지 전 과정을 직접 수행했다. 김용학 한국기능장연합회 이사장과 이준문 대한민국명장(건축목재시공, 제646호) 등 숙련 현장인력 10명이 강사로 참여한 이 프로젝트는 특성화고와 건설현장을 직접 연결한 실습 프로그램 '내일을 짓다'다.
김군은 "교과서로는 현장에서 뭘 하는지 실감이 안 났는데, 직접 해보니 적성에 맞는지 처음 알 수 있었다"고 말했다. 같은 과 지후군(19)은 프로젝트 참여 후 장래희망이 현장소장으로 바뀌었다. 지군은 "막노동이라고만 생각했는데, 해보니 정교한 기술이 필요하고 배울 점이 많은 일이었다"고 했다.
이 프로젝트의 출발점은 "학교에서 가르치는 것과 현장이 다르다"는 문제의식이었다. 이명길 모빌리티고 건축디자인과 교사는 "자격증 시험용으로 배우는 비계(작업용 임시 발판)와 실제 현장 비계가 180도 달랐다"며 "이렇게 가르치니 학생들이 취업을 못 하는구나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현장 사람들은 기술은 있지만 체계적으로 정리하는 게 어렵고, 교사는 문서화는 가능하지만 현장 경험이 없다"며 "양쪽을 잇는 제도적 접점이 없었던 게 근본 원인"이라고 했다.
프로젝트 전 건설현장 취업을 희망한 학생은 0명이었지만 종료 후 8명이 현장에 나가겠다고 손을 들었다. 이 중 3명은 졸업 후 곧바로 현장에 취업하기로 한국건축시공기능장협회와 사실상 협약을 마쳤다. 김용학 이사장은 "기술인(엔지니어)을 위한 교육 제도는 있지만, 실제 현장에서 생산을 맡는 기능인 양성 제도는 없다"며 "숙련공이 후배에게 기술을 전수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했다.
'내일을 짓다' 프로젝트는 성과를 인정받아 올해 고용노동부 예산(학교당 약 6000만원)을 지원받아 모빌리티고와 청평고 2곳으로 확대된다. 고용노동부 장관상도 신설된다. 내년에는 전국 7~12개교로 넓히는 것이 목표다.
10년 차 미장공 서동빈씨(32)도 현장에 들어와서야 건설업 전문성을 체감했다. 서씨는 "펜스 밖에서는 망치질 몇 번 하면 건물 짓는 줄 아는데, 안에 들어가면 완전히 다른 세계"라며 "분야도 많고, 각자 자기 전문 영역이 있더라"고 했다.
군 전역을 앞두고 아버지 권유로 일을 시작한 그는 현장에서 팀장인 아버지 밑에서 4~5년간 기술을 배운 뒤 독립했다. 손에 익은 기술이 쌓일수록 생계에 대한 불안도 줄었다. 서씨는 "기술 하나만 배워놓으면 평생 먹고사는 데 걱정이 없다"고 했다.
그는 "가장 큰 장점은 스트레스가 없다는 것"이라며 "오후 3시 반에서 4시 사이면 퇴근하고, 집에 가면 일 생각을 완전히 비워버릴 수 있다"고 했다. 이어 "어딜 가나 극소수 예외는 있겠지만, 예전처럼 막말하거나 억지로 어울려야 하는 강압적인 분위기도 많이 사라졌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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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성화고 학생과 서씨 사례를 보면 직업적 비전, 숙련공의 밀착 지도, 수입 안정성이 건설업 진입과 정착의 핵심 조건이었다. 건설업계에서는 이런 요소를 제도적으로 연결하는 장치로 건설근로자 기능등급제를 꼽는다. 현장 경력을 객관적으로 인정하고, 숙련공·현장 관리자로 성장할 수 있는 경로를 보장하는 제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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