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유가보다 보복 공격 걱정이 더 커
이란은 알 카에다와 다르지만 악몽 떠올려
한결같이 '중동 개입 반대' 주장

9.11 메모리얼 야경. 황윤주 기자

9.11 메모리얼 야경. 황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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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여기서 9·11 테러를 겪었다. 특히 뉴욕에 있다면 테러나 보복 공격에 대해 항상 걱정하게 된다."

이란 전쟁 발발 후 이달 초 뉴욕 시민들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르포 취재를 했을 때 예상과 다른 반응에 놀랐다. 뉴욕 시민들의 가장 큰 걱정은 기름값 상승이 아니었다. 인터뷰에 응한 시민들은 공통으로 이란이 미국 본토를 '공격'할까 봐 두렵다는 말을 꺼냈다.


이란 정부가 미 본토를 직접 공격할 가능성이 없다는 점을 여러 전문가가 지적했음에도 뉴욕 시민들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이유가 있다. 바로 9·11 테러다. 인터뷰를 하며 뉴욕 시민들에게 9·11 테러의 트라우마가 얼마나 깊이 각인됐는지 간접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다운타운에 거주하는 한 미국인은 이번 전쟁에 대해 "미국 본토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테러)이 가장 걱정된다"며 "아시다시피 우리는 여기서 9·11 테러를 겪었다. 이런 일이 벌어지면 누구나, 특히 뉴욕에 있다면 테러나 보복 공격을 항상 걱정하게 된다"고 말했다.


9·11메모리얼에 전시된 테러 당시 흔적들. 구조에 나섰던 소방차와 경찰차 등이 세계무역센터 붕괴로 인해 훼손된 상태로 전시되어 있다. 황윤주 기자

9·11메모리얼에 전시된 테러 당시 흔적들. 구조에 나섰던 소방차와 경찰차 등이 세계무역센터 붕괴로 인해 훼손된 상태로 전시되어 있다. 황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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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월스트리트 지역에서 거주하거나 근무하는 사람들의 반응은 더욱 두드러졌다. 월스트리트의 한 카페에서 만난 남성은 인터뷰를 요청하는 기자에게 "미안하지만, 정치적인 이야기는 하고 싶지 않다"면서도 "9·11 메모리얼에 가보았느냐"고 물었다.

9·11 테러가 발생한 지 벌써 25년이 지났지만 뉴욕 시민에게는 여전히 그 상흔이 남아 있다. 9·11 메모리얼에 가면 당시의 참혹함이 고스란히 전달된다. 메모리얼은 지하로 내려가는 구조인데, 마치 저승으로 내려가는 의식 같다. 전시장에 들어가는 길목에는 붕괴한 세계무역센터의 철골 기둥 일부가 그대로 노출됐고, 당시 119 구조대에 전화하는 시민의 통화 녹음, 오전 뉴스 방송, 가족과 마지막 통화 등이 생생하게 재생된다.


911 메모리얼 박물관으로 내려가는 길에 전시된 세계무역센터 철골. 황윤주 기자

911 메모리얼 박물관으로 내려가는 길에 전시된 세계무역센터 철골. 황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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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뿐만 아니라 피해를 본 가게와 집 일부를 통째로 옮겨놓았다. 사망한 피해자가 마지막 순간 들고 있던 핸드백 속 유품들, 구조하면서 망가진 소방대원의 작업화, 현장을 기록하던 사진기자의 신발 등이 전시돼 있다. 박물관이라 부르지만 마치 죽은 이를 위한 제례 장소 같았다.


911 테러 당시 세계무역센터 근처의 옷가게를 그대로 보존해 전시하고 있다. 황윤주 기자

911 테러 당시 세계무역센터 근처의 옷가게를 그대로 보존해 전시하고 있다. 황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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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상흔은 이란 전쟁에 대한 거부감으로 나타났다. 테러와 전쟁의 차이, 알카에다와 이란의 차이 이런 것은 중요하지 않았다. 다시 한번 누군가의 타깃이 될 수 있다는 것 자체에 대한 불안감이 컸다. 중동과의 전쟁에 질린 것도 이 같은 거부감을 불러일으켰다. 이라크 전쟁과 아프가니스탄 전쟁 시기에 성인이 됐다고 밝힌 직장인 프레드 맥널티씨(32·남)는 "이라크 전쟁은 명확한 정당성 없이 선택된 전쟁이었고, 아프가니스탄 전쟁은 또 다른 9·11 테러를 막기 위한 노력으로 시작됐으나 결국 수십 년간 이어진 수렁이 됐다"며 "이번 공습도 무책임한 처사"라고 지적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과 협상을 진행 중이라며 전쟁이 곧 끝날 것임을 시사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전쟁을 조속히 마무리하려는 이유는 오는 11월 중간선거 때문이라는 게 중론이다. 전쟁 여파로 국제유가가 급등하며 여론이 악화하자 유가 방어를 위해 다양한 조치도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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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시민 역시 종전을 바라마지 않는다. 다만 전쟁으로 인해 무고한 사람들이 피해를 보지 않길 바라는 마음이 트럼프 대통령보다 더 강해 보인다. 하루빨리 전쟁이 끝날 수 있기를 뉴욕시민의 마음으로 기원해 본다.


뉴욕 특파원=황윤주 기자 hy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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