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의 길' 따라 귀환한 BTS, 광화문서 새로운 우주를 열다[BTS is back]
[리뷰]프레스석에서 본 BTS 컴백쇼
3년9개월 만에 완전체 공연
경복궁이 액자 같은 무대에
건곤감리 형상화한 미장센
한국적 미학 극대화한 연출
"안녕 서울, 위 백(We're back)!"
경복궁 근정전, 흥례문을 지나 어둠 속에 잠긴 광화문 월대. 한 줄기 핀 조명이 조선의 정궁 경복궁 광화문 현판 아래 선 리더 RM을 비췄다. 광장을 가득 메운 보랏빛 물결을 내려다보며 그가 마이크를 잡았다. 그의 인사가 광화문을 깨우자, 현장은 일순간에 거대한 환희의 함성으로 진동했다. 3년 9개월의 기다림을 끝내는 신호탄이 지축을 울렸다.
그의 외침이 끝나기가 무섭게 신보 수록곡 '바디 투 바디(Body to Body)'가 흘러나왔다. 후렴구에서 '아리랑'의 선율이 흘러나오자 양쪽 조명 타워에서 수직으로 솟구치는 파란색 빔 조명이 밤하늘을 수놓았고, 큐브 무대에는 마치 거대한 붓으로 수묵화를 그리듯 유려한 선의 미디어 파사드가 펼쳐졌다. 이어 '훌리건(Hooligan)', '2.0'을 연달아 배치하며 'BTS 2.0'의 강렬한 시작을 알렸다.
방탄소년단은 '버터(Butter)'와 '마이크 드롭(MIC Drop)'을 선보이며 경쾌한 무대를 이어갔다. 빌보드를 호령했던 경쾌한 디스코 팝과 강렬한 힙합 비트가 조선의 정궁을 배경으로 울려 퍼지며 짜릿한 카타르시스를 안겼다. 백미는 타이틀곡 '스윔(SWIM)'이었다. '스윔' 무대가 시작되자 물(감)을 상징하는 푸른 미디어 아트의 물결로 뒤덮였고, 건곤감리 중 땅(곤)을 상징하는 '라이크 애니멀스(Like Animals)'와 하늘(건)을 상징하는 '노멀(Normal)'로 이어졌다.
'스윔'은 삶의 파도 속에서 멈추지 않고 헤엄쳐 나아가겠다는 의지를 담은 곡이다. RM이 작사에 참여해 진정성을 더한 이 곡에서 멤버들은 밀려오는 파도를 거스르기보다 자신만의 속도로 담담히 넘어가듯 여백을 살린 절제된 군무를 선보였다. 후렴구에서는 화려한 기교 대신 간결한 동작을 반복했다.
방탄소년단은 글로벌 신드롬의 기폭제였던 '다이너마이트(Dynamite)'로 관객들을 축제의 한가운데로 초대했다. 앙코르곡 '소우주(Mikrokosmos)'의 전주가 흐르자 LED 무대에서 시작된 별빛이 점차 광화문으로 번져나갔다. 이윽고 광화문 옥개 위로 미디어 파사드로 구현된 선명한 북두칠성이 떠오르며, 1시간 동안 광화문에 펼쳐졌던 거대한 소우주는 깊은 감동과 여운을 남긴 채 암전됐다. 수십 줄기의 파란색 빔 조명은 하늘 높이 솟구치며 역사적인 밤을 기념했다.
이날 슈가는 "가장 역사적인 장소인 광화문에서 무대할 수 있어 영광"이라며 "이번 앨범에는 우리의 정체성을 담고 싶어 '아리랑'을 타이틀로 정했다"고 말했다. RM은 "긴 여정이었지만 우리는 마침내 이 자리에 섰다"고 외쳤다.
방탄소년단은 "이번 앨범을 준비하면서 우리가 조금은 이 잊히지 않을까, 계속 우리를 기억해주실까 고민하기도 했다"고 털어놨다. 이어 "잠시 멈춰야 했던 시간 동안 우리들이 지켜야 할 것은 무엇인가 또 변화해야 할 것은 무엇인가에 대해서 정말 많이 고민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전히 확신할 수 없고 불안하기도 하지만 이러한 감정들도 저희 자신"이라고 했다.
BTS는 전에 없는 길, 아무도 걸은 적 없는 길을 가야 했다. 지민은 "우리는 특별한 사람이 아니다"라며 "우리도 두렵지만 그 마음까지 담아 함께 '킵 스위밍(Keep Swimming)' 한다면 해답을 찾을 수 있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방탄소년단은 이날 약 1시간 동안 총 12곡을 선보였다. 대한민국의 심장 서울 광화문 광장은 2만2000명의 아미(팬덤명)가 흔드는 보랏빛 아미밤의 거대한 은하수로 물들었다. 일곱 멤버가 정규 5집 '아리랑(ARIRANG)' 발매를 기념해 기획한 무대로, 팀의 새로운 챕터인 'BTS 2.0'의 서막을 알렸다.
건물 5층 높이, 12m×11m 규모의 거대한 큐브형 무대가 세종대왕 동상을 마주하고 섰다. 물결치거나 바위 같은 질감의 독특한 미디어 파사드로 장식된 큐브의 상단에는 'BTS' 로고와 '아리랑' 엠블럼(태극 형상)이 함께 결합한 새로운 로고가 하얗게 빛났다. 그 액자 프레임 너머로 조명을 받아 선명하게 빛나는 광화문의 '光化門' 현판이 들어오며, '가장 한국적인 공간에서 가장 세계적인 무대를 펼친다'는 이번 신보의 메시지를 시각적으로 구현했다.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넷플릭스를 통해 세계 전역에 실시간 생중계하는 아티스트 단독 공연 최초 사례인 만큼 글로벌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이목을 끌었다. 공연장 곳곳에 설치한 야외 LED 스크린에서는 사전 녹화한 멤버들의 안전 당부 영상을 송출했다. 런던 올림픽 개·폐회식과 슈퍼볼 하프타임쇼를 이끈 해미시 해밀턴 감독과 가이 캐링턴 프로듀서 등 세계 정상급 제작진이 합류했다.
현장에는 표를 구하지 못한 팬들이 펜스 주변에 모여 공연을 즐겼다. 다만 '노숙 아미'는 찾아볼 수 없었으며 관객들은 질서를 지키며 공연을 관람했다. 당초 경찰은 26만명이 공연장 인근에 몰릴 것으로 추산했으나 현장에서 체감한 관객 수는 이에 못 미쳤다. 하이브 측은 이날 10만4000명이 모였다고 밝혔다. 티켓 예매자 수, 통신 3사, 알뜰폰 이용자, 외국인 관람객 수를 종합한 추정치다.
객석으로 입장하는 과정은 엄격하게 이뤄졌다. 관객들은 여러 번 보안 검색을 통과하고 팔찌와 입장권을 제시한 뒤에야 이동할 수 있었다. 구역마다 펜스를 설치해 인파 밀집을 방지하고 진행 요원을 배치해 동선을 정리했다. 관객들이 한곳에 머무르지 않도록 이동을 유도하며 공연 시작 1시간 전에 입장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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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이 끝난 뒤 팬들이 스스로 쓰레기를 줍는 등 성숙한 시민의식도 눈에 띄었다. 관객들은 안전 요원의 안내에 따라 구역별로 순차 퇴장했으나 인근 시청역까지 이동하는 데 40분 이상 걸렸다. 일부 출구는 인파 밀집을 우려해 일시 폐쇄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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