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방탄소년단 신보 아리랑 'No. 29'
성덕대왕신종의 여음으로 채운 1분38초
비가청주파수까지 담아낸 '우리 소리'

유홍준 국립중앙박물관장(왼쪽)이 방시혁 하이브 의장과 감각전시실을 둘러보고 있다. 국립중앙박물관 제공

유홍준 국립중앙박물관장(왼쪽)이 방시혁 하이브 의장과 감각전시실을 둘러보고 있다. 국립중앙박물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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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이 꺼진 것은 아닐까?"


그룹 방탄소년단(BTS)의 신보 '아리랑'의 6번 트랙 'No. 29'를 처음 접한 청자는 당혹감에 휩싸이기 마련이다. 익숙한 비트도, 멤버들의 화려한 보컬도 없다. 오로지 '두웅~' 하는 깊은 종소리와 그 뒤를 잇는 긴 여음뿐이다.

이 낯선 정적은 곧 강렬한 호기심으로 변모한다. 1분 38초간 이어지는 이 소리의 정체는 국보 제29호 '성덕대왕신종(에밀레종)'이다.


이번 트랙은 단순한 효과음이 아니다. 실제 가청 주파수 범위의 타종 소리는 30초 정도지만, 사람이 들을 수 없는 '비가청주파수' 범위까지 포함해 총 1분 38초를 꽉 채웠다.여기에는 성덕대왕신종 특유의 '맥놀이(소리의 강약이 반복되며 은은하게 이어지는 현상)'가 고스란히 살아있다.

방시혁 하이브 의장은 지난해 10월 유홍준 국립중앙박물관 관장의 안내로 박물관 감각전시실에서 이 소리를 접한 뒤 깊은 영감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유 관장이 성덕대왕신종의 울림을 듣기를 권했고, 방 의장도 영감을 얻어 고화질 종소리 음원 제공을 요청했다는 것이다.

방탄소년단. 빅히트뮤직 제공

방탄소년단. 빅히트뮤직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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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 29'는 앨범의 중요한 가교다. 총 14곡 중 전반부 5곡이 월드 스타로서 방탄소년단이 걸어온 화려한 발자취를 노래했다면, 이 곡을 기점으로 후반부에서는 멤버 개개인이 느끼는 고뇌와 사랑 등 한 인간으로서의 내면을 들여다본다.


신보의 첫 트랙 '보디 투 보디(Body to Body)'에서 민요 아리랑의 선율을 배치하고, 인터루드 트랙인 'No. 29'에서 국보의 소리를 담은 것은 팀의 '뿌리'를 잊지 않겠다는 선언으로 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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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분 38초의 종소리는 화려한 무대 위의 열기를 식히고, 본연의 자아로 돌아가기 위해 마음을 정화하는 '음악적 세례'와 같다. 한국에서 온 '촌놈'들이 세계의 정점에 서서 느꼈을 '디아스포라'적인 감정과 정체성에 대한 고민을 국보의 울림이 치유한다.


이이슬 기자 ssmoly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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