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트 캠벨 더아시아그룹 회장
궁극적 전략 목표 불투명
트럼프 2기, 고전하는 첫 현안

고물가 지속에 추가 인명 피해땐
트럼프 지지율 20%대까지 추락
11월 중간선거 앞두고 리스크 확대

전쟁·정상 외교 우선순위 두고 혼선
소극적 태도 北과 정상회담 불투명
대화해도 北이 협상 주도하려 할것

"워싱턴 정가에서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지지율이 32% 이하로 떨어지지 않는다는 믿음이 지배적이다. 그런데 지금처럼 고물가가 지속되고, 전쟁으로 인해 추가 인명 피해가 발생하면 지지율이 20%대까지 추락할 수 있다."


커트 캠벨(Kurt Campbell) 더아시아그룹(The Asia Group·TAG) 회장은 지난 19일(현지시간) 아시아경제와의 화상 대담에서 "이란과의 전쟁은 트럼프 대통령의 2기 임기 중 실질적으로 고전하는 첫 번째 현안이 될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전략적 목표조차 불분명한 이번 전쟁이 트럼프 행정부 내부의 정치적 분열과 상당한 긴장감을 야기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핵심 지지층인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조차 등을 돌릴 수 있다.

커트 캠벨(Kurt Campbell) 더 아시아 그룹(The Asia Group·TAG) 회장. 더아시아그룹

커트 캠벨(Kurt Campbell) 더 아시아 그룹(The Asia Group·TAG) 회장. 더아시아그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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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캠벨 회장과의 일문일답.

-최근 미국 대테러 정책의 중심이었던 조 켄트 전 국가대테러센터장은 공개적으로 이란전쟁을 비판하며 사임했다. 이처럼 핵심 지지층이 반대할 가능성이 높은 이란전쟁을 트럼프 행정부가 시작한 이유는 무엇인가.

트럼프 대통령은 중동의 '끝없는 전쟁'에 저항하거나 여기에서 미국을 철수시키겠다는 공약으로 지지를 얻었다. 그러나 최근 베네수엘라에서의 군사 성과를 바탕으로 이란에서도 비슷한 접근이 가능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이례적인 결정을 내린 배경에는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와의 협의도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미 정부의 이란전쟁 관련 논의를 들여다보면 궁극적인 전략 목표가 불투명하다는 점이 명확해진다. 이로 인해 이란 문제는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임기 중 실질적으로 고전하는 첫 번째 현안이 될 것이다. 이는 행정부 내부의 정치적 분열과 상당한 긴장을 야기할 수 있다. J.D. 밴스 부통령을 비롯해 마코 루비오 국무부 장관 등 행정부 내 핵심 인사도 사석에서는 대통령에게 신중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종전 시점은 언제가 될 것으로 예상하며, 어떤 점들이 결정적 단서가 될까.

▲최근 수일간 이란의 강경파 세력들은 권력을 공고히 했다. 이들은 잔여 전력을 활용해 페르시아만 선박 운항을 저지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미국은 이와 동시에 고농축 우라늄 처리라는 이중 과제를 해결해야 한다. 이는 미국의 조기 분쟁 종식을 어렵게 만든다. 전쟁 장기화로 인한 에너지 가격 상승은 인플레이션 압력으로 이어진다. 전 세계 경제에 부담을 줄 가능성이 크다.

트럼프 대통령은 해상 안전 확보를 위한 대응에 나서야 하지만 군사적 해법에는 한계가 있다. 이란과의 협상이 근본적 해결책이겠으나, 현재는 협상의 여지가 보이지 않는다. 여기에 미국과 이스라엘이 추구하는 전쟁 목표가 갈리고 있다. 이번 사태가 '안정'이 아닌 '확전' 국면으로 흐르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전쟁 결과에 따른 미국 내 민심 동향은.

▲중동 분쟁이 장기전이 되면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 기반인 '마가' 연합에 정치적 부담이 커진다. 특히 호르무즈 해협 위기는 에너지뿐 아니라 비료 등 핵심 물가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다. 마가의 핵심 세력은 농업 종사자들인데, 이들은 중국의 농산물 수입 감소와 비용 급등(물가 상승)이라는 이중고에 처해 있다. 통상 워싱턴 정가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율은 32~33% 밑으로는 떨어지지 않는다는 믿음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고물가 상황이 이어지고 추가 인명 피해까지 발생하면 이는 20%대까지 추락할 수 있다.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정치 리스크가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미국 내 여러 선거구에서 민주당이 압도적인 우위를 점하고 있다는 신호가 감지되고 있다.

캠벨 회장이 19일(현지시간) 아시아경제와 화상 대담을 진행하고 있다. 화상캡쳐

캠벨 회장이 19일(현지시간) 아시아경제와 화상 대담을 진행하고 있다. 화상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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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2기 시대 미·중 관계는 어떻게 변화하고 있다고 보는가.

▲트럼프 행정부의 대중국 전략은 일관된 목표와 방향성이 부족하다. 대통령과 참모진의 메시지에서도 혼선이 반복된다. 이란 분쟁 여파로 미·중 정상회담이 연기됐는데, 전시상황에서 현직 대통령이 베이징을 방문한다는 구상 자체가 얼마나 이례적인 일이었는지 짚고 넘어가야 한다. 현재 전쟁 수행과 정상 외교 사이의 우선순위를 두고 상당한 혼선이 빚어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농산물 수입 확대, 보잉 비행기 수출, 대중 투자 유치 등 단기 실익에 집중하고 있다. 최첨단 인공지능(AI) 칩 판매 가능성까지 시사하며 기존 대중 정책과 차별된 행보를 보이고 있다(지난해 트럼프 대통령은 엔비디아의 저성능 AI 칩을 곧 중국에 수출할 계획이라고 했다. 지난해 10월 말 한국에서 열린 미·중 정상회담을 앞두고 고성능 칩도 판매할 수 있다고 했다. 다만 해당 안건은 회담에서 논의되지 않았다.).

이전 행정부들의 대중 정책 기조에서 완전히 벗어난 파격적인 행보다. 이는 현 정부에서 중국과의 거래를 중시하는 의견이 지배적임을 시사한다. 여기에 베네수엘라와 이란의 파트너인 중국이 이란전쟁 중 트럼프 대통령을 초청하고 환대했다는 사실은 매우 이례적으로 봐야 한다. 이는 양측 모두 관계 안정화에 대한 의지가 있음을 시사한다. 미·중 관계는 긴장 속에서도 협력 가능성이 공존하는 중대한 분기점에 놓여 있다.


-미·중 관계의 최대 쟁점은 무엇인가.

▲가장 중요한 쟁점 중 하나는 기술 분야다. 원래 미국은 반도체 제조와 AI 분야에서 확실한 우위를 유지하고, 중국과의 교류에 일정한 제한을 둬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는 완전히 다른 시각을 갖고 있다. 이들은 미국 기술에 대한 전례 없는 수준의 접근을 중국에 허용할 준비가 돼 있는 것 같다. 두 번째는 대만 문제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과의 협상을 통해 미국·중국·대만 사이에서 '중간지대'를 찾을 수 있다고 믿는 것 같다. 하지만 미국이 대만 지위를 두고 중국과 '빅딜'을 시도하는 것으로 비치면 이는 주변국에 불안감을 안겨줄 것이다. 대만·일본 등 아시아 우방국이 심각한 안보 위기를 느낄 수밖에 없다.


-변하는 미·중 관계가 한국 기업들에 미치는 영향과 대책은.

▲현재 한국 기업들은 미국의 기술 정책 변화에 상당히 혼란스러워하고 있다. 바이든 정부 당시 한국 기업들은 미국의 요구에 따라 대중국 기술 판매를 하지 말라는 강한 압박을 받아왔다. 그런데 이제 미국은 동일한 기술들을 중국에 개방하려 한다. 한국 주요 IT 기업은 시장의 가장 큰 도전은 결국 중국 기업이라는 점을 잘 알고 있다. 한국 기업들은 달라지는 미·중 관계 속에서 미국이 어떤 원칙을 가지고 움직이는지 최소한의 예측 가능성을,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절실히 원하고 있다.


-한국 기업들은 관세 리스크도 안고 있다. 한국 기업에 미국은 여전히 예측 가능한 파트너가 맞는가.

▲한국은 전략·정치·경제 전반에서 미국을 점점 더 예측하기 어려운 존재로 인식하고 있다. 이는 정부와 기업 모두에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한미 경제·기술 협력을 더 복잡하게 만드는 무역법 301조뿐만 아니라 한미 관세 합의도 문제다. 이 합의들은 본질적으로 무효화됐으나 한국은 미국과 접촉하며 양국 간 협상된 몇몇 프레임워크에 합의하겠다는 의사를 표명한 상태다. 여기에는 더 많은 작업이 필요하다. 인도·태평양 전략상 한국·일본 등과의 협력이 필수적인 시점이다. 그런데 최근 미국의 동맹국을 포함한 포괄적 제재 조치는 되레 동맹에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 에너지 불안까지 겹쳐 기업 환경은 더욱 어려워질 전망이다.


-격변하는 세계 질서 속에서 한국 기업들은 어떤 대응 전략을 세워야 할까.

▲현재 미국의 정책은 현실적인 부담이다. 특히 관세가 초래하는 도전 과제는 매우 현실적이고 엄중한 위협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런 여건 속에서도 미국과의 경제적·상업적 예측 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해 놀라운 성과를 거둬왔다. 한국 기업들은 제조·기술·AI 전반에서 경쟁력을 바탕으로 공급망과 시장 다변화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으며, 실제로 동남아시아·인도·유럽 등에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특히 베트남 등에서의 성과는 두드러진다. 여기에 한국은 과거 한중 관계의 긴장 국면에도 불구하고 중국과 최선의 관계를 구축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정상외교 재개 가능성을 시사했는데 향후 북·미 회담이 상징적 수준을 넘는 결과를 낼 수 있을까.

▲트럼프 행정부는 출범 초기부터 김 위원장과의 직접 소통 재개에 공을 들였고, 접경 지역 회동까지 제안하는 등 적극적인 시도를 이어왔다. 그러나 북한은 트럼프 대통령과의 접촉에 있어 매우 신중한 태도를 유지하며 제한적 대응에 그치고 있다. 6~7년 전 베트남(하노이) 회담 당시와 비교해 러시아·중국과의 관계 강화로 협상 필요성도 줄었다. 트럼프 대통령 측은 대화 재개를 원하지만, 북한의 소극적 태도와 최근 국제 정세 변화로 정상회담 가능성은 불투명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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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전쟁 이후 북한 비핵화를 기대하는 것이 현실적이라고 보는지, 미국과 북한은 핵 관련 대화가 가능할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핵을 협상 카드가 아닌 정권 생존 수단으로 인식하며, 포기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해왔다. 특히 최근 이란사태는 북한의 이런 인식을 강화시켰다. 양국 모두 대화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지는 않지만, 성사되더라도 북한은 강경한 입장을 유지하며 협상을 주도하려 할 것이다. 현재 국제 정세 속에서 북한은 비핵화 논의에 나설 의사가 없다. 논의가 단순히 관계 정상화에 초점이 맞춰지면 사실상 북한의 핵 보유를 인정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지난 몇 년간 북한은 한국 정부나 미국과 마주 앉는 것을 꺼려왔다. 지금은 북한 입장에 유연성이 생길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대담=황준호 기자 rephwang@asiae.co.kr
차민영 기자 blooming@asiae.co.kr
심성아 기자 hear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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