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뻐지는 건 못 참지"
글로벌 미용 거점으로 거듭난 한국
본능 자극한 SNS와 '가성비' 인프라 결합

지난해 말 기준 월간 외국인 의료 소비액
역대 최고치인 '2443억원'

선진국보다 뒤늦게 산업화를 경험한 한국이 어떻게 전 세계 미용의료 산업 트렌드를 주도하는 국가가 됐을까. 최근 증권가에선 단순한 제품 경쟁력을 넘어선 구조적 요인에서 그 원인을 찾는 보고서가 나왔다.


21일 키움증권 리서치센터에 따르면 최근 신민수 키움증권 연구원은 보고서에서 "인간의 외모 개선 욕구라는 본능에 더해 문화와 인프라가 결합되며 산업 전반이 성장했다"고 분석했다.

쌀 농사 DNA와 소셜 미디어가 만난 필연적 성장

우선 주목할 점은 '역사적 토양'이다. 한국은 예로부터 대규모 노동력이 필요한 쌀농사를 지으며 두레와 품앗이 같은 집단주의 문화를 형성했다. 소규모 재배·경작이 가능한 밀을 주로 생산하며, 독립성과 개인의 정체성 보호라는 문화 양식을 쌓아올린 서양과의 차이다. 신 연구원은 "농경사회의 집단주의적 성격이 서로의 모습을 면밀히 챙겨보는 습관을 낳았다"며 "이는 타인의 시선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외모를 가꾸는 문화적 배경이 됐다"고 짚었다.

서울의 한 피부과를 방문한 킴 카다시안. 킴 카다시안 인스타그램.

서울의 한 피부과를 방문한 킴 카다시안. 킴 카다시안 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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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적 특징은 2012년 LTE 시대의 개막과 시너지 효과를 냈다. 정지된 사진이 아닌 동영상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의 주류가 되면서 '더 실감나고 예쁜 모습'을 뽐내려는 본능이 강화된 것이다. 전 세계 소셜 미디어 사용자 수는 54억명에 달하며, 이들은 매일 평균 141분을 타인과 연결되는 데 쓴다. 아름다움은 동서양을 막론한 보편적 본능이 됐고, 한국 유명인들의 관리법을 따라 하려는 'K프리미엄' 물결이 국경을 넘고 있다.


글로벌 인플루언서 킴 카다시안이 지난해 광복절 국내 피부과를 찾아 체험기를 남긴 것은 상징적인 사건이다. 보그(Vogue)에선 파마리서치의 '리쥬란 스킨 부스터'를 대표 제품으로 소개하기도 했다. 신 연구원은 "'K'라는 접두사가 프리미엄이 된 것은 에스테틱에서도 마찬가지"라며 "영화, 드라마, 음악 등 전방위적인 문화 프리미엄을 얻고 있는 우리나라 유명인들을 따라하는 물결이 해외에서도 퍼지고 있다"고 전했다.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이 시리즈 역대 조회수 1·3·4위를 싹쓸이하고,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가 영화 부문 역대 1위(2위와 9420만 회 격차)를 기록하는 등 K콘텐츠의 파급력은 실제 소비로도 이어지고 있다. 국립중앙박물관 굿즈 '뮷즈'의 2025년 연간 매출은 사상 최초 400억원(전년 대비 +88.0%)을 돌파했고, 관람객도 650만 명으로 전 세계 3위에 올랐다.


"한 달 2443억 쓰고 간다"…쌀농사 민족이 어쩌다 '미용의료' 강국 됐나[주末머니] 원본보기 아이콘

'가성비' 인프라가 쏘아 올린 외국인 의료 관광 전성시대

한국 미용 시장의 또 다른 강력한 무기는 압도적인 가성비다. 우리나라의 1인당 경상의료비는 3157달러로 미국(1만948달러)의 3분의 1에도 못 미친다. 급여 수가가 낮다 보니 비급여인 미용 시술 가격도 저렴하게 형성되는 구조다.


격차는 시술별로 보면 더 극명하다. 고주파 장비 '볼뉴머' 300샷 기준 한국은 35~45만원이지만 미국은 350~500만원으로 최대 10배 이상 벌어진다. 슈링크 300샷도 한국 25~45만원 대 미국 70~250만원이다. 뛰어난 술기를 가진 의사들이 포진해 있으면서 가격 경쟁력까지 갖춘 덕에 한국은 미용 제품의 임상 효능을 입증하기 가장 좋은 '테스트베드'가 됐다. 신 연구원은 "낮은 수가 기저 덕분에 해외보다 확실한 '가성비'를 부각시킬 수 있고, 이것이 꾸준한 제품 개발과 즉각적인 실적 반영으로 이어지는 선순환의 고리를 만든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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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2024년 한국을 찾은 외국인 실환자 수는 113만7551명으로 전년 대비 96.7% 급증하며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일본인 관광객들 사이에서는 '관광, 쇼핑, 피부과'로 이어지는 구조가 정례화됐고, 소비력이 큰 중국인 환자들은 1인당 소비액을 높이며 시장 성장을 견인하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월간 외국인 의료 소비액은 역대 최고치인 2443억원을 기록했으며, 이 중 피부과(60%)와 성형외과(20%)가 80%를 차지했다.


한편 국내 주요 피부미용 업체의 합산 시가총액은 2017년 3조6000억원에서 현재 14조원 규모로 뛰었다. 에너지 기반 미용 기기(EBD)부터 보툴리눔 톡신, 필러, 스킨 부스터까지 한국의 미용 기술은 형태를 가리지 않고 전 세계로 퍼져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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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 연구원은 의료기기 업종 투자의견으로 '비중 확대(Overweight)'를 유지했고, 클래시스 클래시스 close 증권정보 214150 KOSDAQ 현재가 53,400 전일대비 900 등락률 +1.71% 거래량 148,890 전일가 52,500 2026.03.20 15:30 기준 관련기사 "투자하고 싶어도 자료가 없다" 코스닥 80% 보고서 '0건'…정보 양극화 심화 [클릭 e종목]"지금이 저렴할 때…클래시스 목표가 ↑" 코스피, 사상 첫 6천피 마감…종가 6083.86 를 최선호주로 꼽았다. 클래시스는 탄탄한 실적 가시성과 오는 9월 '볼뉴머' 중국 NMPA 허가가 주요 동력이다. 차선호주인 휴젤은 톡신 수출 확대와 미국 직판 전략을 통해 장기 성장을 꾀하고 있다. 한스바이오메드는 hADM 필러 '셀르디엠' 급성장과 6년 만에 복귀한 인공 유방 보형물 '바운스'로 체급을 올리고 있다.


김대현 기자 kd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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