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포·영장·압수 ‘삐끗’하면 증거 통기각…절차 흠결 속출 우려[고삐 풀린 특사경]①
검사 수사지휘 삭제법 유력
수사·공소유지 흔들릴 염려
상당수 특사경 사건, 수사 초기부터 檢 협업
특사경 내부서도 "안정성 우려"
기관장 입김 우려…"정치적 목적 활용 가능성"
20일 국회 본회의에서 검사의 특별사법경찰관(특사경) 수사지휘 조항을 삭제하는 법안의 통과가 유력해지면서, 법조계에서는 특사경의 체포·압수수색 등 '강제수사' 단계에서 혼선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34개 부처·17개 지자체가 보유한 2만명에 달하는 특사경은 식품·환경·병무·지식재산 등 분야에서 현장 단속과 범죄 인지에는 강점을 보이지만, 압수수색영장 청구·집행, 체포·구속, 범죄수익 동결, 몰수보전 등 강제수사 영역에서는 취약점을 드러내 왔다. 형사절차 마디마다 작동해온 검사의 법리 판단과 사법 통제가 사라질 경우, 사건 적발 이후 수사와 공소유지가 흔들릴 수 있다는 지적이다.
◆강제수사 우왕좌왕 우려
20일 법조계에 따르면 특사경이 절차 미숙으로 혼선이 발생한 사례는 적지 않다. 지난해 제주자치경찰단의 '야생동물 학살 사건'에서는 디지털 증거 처리 경험 부족이 문제로 지적되자, 검찰 포렌식 수사관이 선별 절차와 전자정보 상세목록 작성 등을 지원해 구속영장 발부로 이어졌다. 2021년 인천세관의 '중고자동차 밀수출' 사건에서도 압수 차량이 피의자의 소유·점유가 아니라는 점이 문제로 지적돼, 검찰이 위법 압수로 판단하고 환부를 지휘하는 등 절차를 바로잡았다.
압수수색 절차는 민감한 단계다. 영장이 허용한 범위 내에서 필요한 자료만 선별해야 하고, 압수물 목록을 당사자나 변호인에게 교부해야 한다. 집행 역시 당사자 또는 대리인의 참여하에 이뤄져야 하며, 수사와 무관한 정보는 삭제·폐기·반환해야 한다. 이러한 절차에 흠결이 발생할 경우 구속영장이 기각되거나 증거능력이 부정돼 불기소 또는 무죄로 이어질 수 있어서다.
법원의 판결을 받아야 해 공소유지 경험이 중요한 부동산 몰수도 동결 등 범죄수익 환수 절차 역시 꼬일 수 있다. 2022년 적발된 '비아그라 불법 제조 공장' 사건에서 식품의약품안전처 특사경은 불법 의약품과 제조 설비를 압수했지만, 범행 장소인 부동산 동결은 관련 법 조항이 미비해 구멍이 생겼다. 이에 검찰은 민사상 '처분금지가처분'란 우회로를 통해 공장을 동결했고, 1·2심에서 몰수 판결로 이어졌다. 검찰이 수사 지휘에서 배제될 경우 이 같은 재산 동결 과정에서도 시행착오가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구속영장 청구 단계도 마찬가지다. 상당수 특사경 인지 사건에서 검찰이 증거서류를 보완해 영장을 청구하고, 영장심문 기일에는 의견서를 제출하는 방식으로 대응해 왔다. 수사 초기부터 이러한 협업이 전제돼야 영장 발부율을 높이고 공소유지가 가능하다는 것이 검찰의 입장이다.
◆특사경 내부서도 "수사 지휘 필요해" 지적
특사경 제도 운영의 불안정성에 대한 우려는 내부에서도 제기돼 왔다. 지난해 11월 대검찰청이 개최한 '2025년 특사경 운영책임자 회의'에서는 일부 운영책임자들이 "검찰청 폐지에 따라 제도 변화가 예상되지만, 후속 입법 정보가 제한돼 운영 안정성이 저해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특사경 대표들은 대검이 운영기관 의견을 모아 검찰제도개혁 추진단에 전달하고, 관련 논의 상황을 신속히 공유해달라는 요청도 했다.
더 큰 문제는 검사가 '지휘권자'에서 빠질 경우 기관장이 사실상 수사 방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이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극단적으로는 장관이나 지자체장이 특정 사건 수사를 지시하거나, 공약 이행이나 정치적 목적에 따라 특사경을 활용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며 "검사 수사지휘가 있을 때와 비교하면 통제 장치가 약해진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다만 더불어민주당 등은 검찰이 그간 2만여명 규모의 특사경 조직을 통해 각 부처·지자체의 단속 정보와 첩보를 폭넓게 인지하며 사실상 '정보 독점'적 지휘를 해왔다는 점을 문제 삼아 법안 처리를 밀어붙이고 있다. 일부 부처가 특사경 지정에 소극적이었던 배경 역시 검찰 지휘 체계에 편입되는 데 대한 부담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다만 34개 부처와 17개 지자체에 분산된 약 2만명의 특사경이 비(非)법률가인 장관·시장·도지사 등의 지휘를 받게 될 경우, 강제수사 절차 오류뿐 아니라 관치수사나 정치적 수사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예컨대 환경·식품·교통 등 지자체가 담당하는 생활밀착형 단속 영역에서는 단체장의 정책이나 공약과 맞물린 수사가 이뤄질 가능성도 쟁점으로 지목된다. 법률가가 아닌 행정 책임자의 판단이 수사 방향에 영향을 미칠 경우, 행정권과 사법 기능의 경계가 흐려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꼭 봐야 할 주요 뉴스
배탈인 줄 알고 지사제로 버텼는데…알고 보니 30...
검찰 관계자는 "특사경이 담당하는 사건은 폐기물 불법 투기, 식품위생 위반 등 국민 일상과 직결된 민생 범죄"라며 "절차적 오류로 구속영장이 기각되거나 증거능력이 부정될 경우 그 피해는 결국 일반 국민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고 했다.
염다연 기자 allsalt@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