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AI 신약 패권전쟁, 골든타임을 사수하라
"인공지능(AI)으로 설계된 신약이 빠르고 효율적이라는 것을 증명하려면 조속히 임상에 진입해야 합니다."(윤태영 프로티나 대표) "기술 비전만 강조할 것이 아니라 결과로 입증할 때가 됐죠."(박태용 갤럭스 부사장)
국내 AI 신약개발의 최전선에 서 있는 두 리더는 최근 연이어 진행된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각각 이렇게 언급했다. 시장과 투자자들의 의구심이 여전한 가운데 이들이 나란히 강조한 건 임상 파이프라인과 기술 이전이라는 실증의 성적표를 글로벌 시장에 내놓는 것이다. 이들 기업의 기술력 자체는 이미 세계적 수준에 도달해있다는 게 업계 안팎의 대체적인 평가다. 삼성바이오에피스와 셀트리온 등 든든한 국내 기업들과의 연합 전선까지 구축돼 있다.
하지만 이들의 고군분투만으로 글로벌 빅테크(대형 정보기술 기업)와 빅파마(대형 제약사)의 융단폭격을 막아내기엔 역부족이다. 조(兆) 단위의 천문학적인 펀딩을 쓸어 담으며 압도적인 컴퓨팅 인프라를 무기로 속도전을 펴는 경쟁사들과 비교하면 국내 바이오텍들이 처한 자본 환경의 격차는 뼈아프다. 선두 그룹이 방대한 데이터와 자본을 쏟아부어 알고리즘을 기하급수적으로 고도화하면, 후발 주자는 영원히 따라잡을 수 없는 승자독식의 진입 장벽이 세워지게 된다.
결국 K바이오가 이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국가 차원의 치밀한 생태계 전략이 절실하다. 무엇보다 세계 최고 수준으로 평가받는 한국의 건강보험·병원 임상 데이터가 낡은 규제와 칸막이에 갇혀 있는 현실부터 타파해야 한다. 알고리즘이 아무리 뛰어나도 이를 학습하고 검증할 양질의 데이터가 없다면 총알 없는 총에 불과하다. 병원과 제약사, AI 기업이 데이터를 안전하게 공유하고 임상 전략을 함께 짤 수 있는 개방형 플랫폼 구축이 그래서 시급하다. 더불어 AI 신약 모델의 신뢰성을 담보할 수 있는 머신러닝 품질 관리 기준(GMLP) 등 규제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벤처 기업들의 불확실성을 걷어내 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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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히 이달 출범한 국가바이오혁신위원회와 범국가 프로젝트 K-문샷 등으로 관련 정책에 드라이브가 걸리는 분위기다. 이제는 선언적 구호를 넘어 연구개발R&D) 지원, 데이터 개방, 규제 혁신이 하나의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돌아가야 한다. 이를 통해 국내 기업들이 만들어낸 혁신적인 AI 신약 파이프라인이 임상의 문턱을 넘고 빅파마의 선택을 받는 성공 사례를 빠르게 배출해 내야 한다. 거대한 전환기를 맞은 신약 개발 경쟁에서 한국 바이오산업이 골든타임을 사수할 해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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