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화학ON]두산의 변신, 'SMR·수소·가스터빈' 앞세워 제2의 창업
소비재→중공업→에너지 기술
세 번째 변곡점에 선 두산
발전 설비 넘어 SMR·수소로 사업 축 이동
두산이 중후장대 산업 중심 기업에서 에너지 전환 기술 기업으로의 구조적 변화를 본격화하고 있다. 100년 이상 축적된 사업 재편 경험을 바탕으로 또 한 번의 전환 국면에 진입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 같은 변화는 단순한 사업 확장이 아니라, 기업 정체성 자체를 바꾸는 흐름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과거 '설비를 만드는 기업'이었다면, 이제는 에너지 전환 과정에서 필요한 기술을 설계하고 공급하는 기업으로 역할이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두산의 긴 역사 역시 이러한 변화를 이해하는 단서가 된다. 1896년 '박승직상점'으로 출발한 두산은 이후 맥주와 음료, 화학 등 소비재 사업을 거쳐 성장했다. 이후 산업 구조 변화와 외환위기를 거치며 과감한 사업 재편을 단행했고, 중공업과 건설기계 중심 기업으로 탈바꿈하며 '중후장대 산업'의 대표주자로 자리 잡았다. 당시 변화는 생존을 위한 선택에 가까웠다면, 이번 변화는 미래를 선점하기 위한 전략적 전환이라는 점에서 성격이 다르다는 평가가 나온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두산에너빌리티는 기존 발전 기자재 중심 사업 구조를 유지하면서도 미래 에너지 포트폴리오를 빠르게 확대하고 있다. 단순한 플랜트 제작사를 넘어 에너지 전환 시대 핵심 기술을 공급하는 기업으로 자리매김하겠다는 구상이다.
실제 사업 양상을 보면 변화는 더욱 뚜렷하다. 발전과 담수, 건설장비 등 전통 사업이 여전히 기반을 이루고 있지만, 협동로봇과 반도체 소재 등 신규 사업이 더해지며 산업 포트폴리오가 다층적으로 확장되고 있다.
이는 특정 산업에 의존하던 구조에서 벗어나, 복수의 성장 축을 확보하려는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업황 변동성이 큰 중후장대 산업의 한계를 보완하려는 전략이기도 하다.
특히 눈에 띄는 부분은 미래 에너지 분야에 대한 집중이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소형모듈원전(SMR) ▲국산 대형 가스터빈 ▲해상풍력 ▲수소 밸류체인 등 4대 축을 중심으로 사업 재편을 추진하고 있다.
이들 분야는 공통적으로 '탄소중립'과 '전력 수요 증가'라는 글로벌 흐름과 맞닿아 있다. 단순히 사업을 확장하는 것이 아니라, 향후 수십 년간 에너지 산업의 방향성에 맞춰 포트폴리오를 재구성하고 있는 셈이다.
SMR은 그 대표적인 사례다. 대형 원전에 비해 안전성과 유연성이 높은 차세대 원전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빠르게 주목받고 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설계보다는 제작 역량에 집중하며 글로벌 기업들과 협력 구조를 구축하고 있다. 실제 제작이 가능한 기업이 제한적인 만큼, 이 분야에서 '제조 허브'로 자리 잡겠다는 전략이다.
가스터빈 사업 역시 전통 산업에서 미래 기술로의 전환을 보여주는 사례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세계 5번째로 발전용 대형 가스터빈 독자 개발에 성공하며 기술 자립을 이뤘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수소를 연료로 사용하는 수소터빈으로 기술을 확장하며 탄소중립 시대에 대응하고 있다. 과거 가스터빈이 '전력 생산 설비'였다면, 앞으로는 '저탄소 전력 솔루션'으로 기능이 재정의되는 셈이다.
해상풍력 사업도 같은 흐름 위에 있다. 글로벌 전력 시장에서 재생에너지 비중이 확대되면서 해상풍력은 핵심 전원으로 부상하고 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국내 기술 기반 모델을 확보하고 프로젝트 경험을 축적하며 해외 시장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
수소 사업은 보다 장기적인 관점의 투자다. 생산부터 저장, 운송, 활용까지 전 밸류체인 구축에 나서며 미래 에너지 생태계에서의 역할을 확대하고 있다. 액화수소 플랜트, 암모니아 분해 기술, 수소터빈 등은 향후 수소 경제의 핵심 인프라로 꼽힌다. 이처럼 두산에너빌리티의 변화는 개별 사업의 확장을 넘어, 에너지 산업 전반을 아우르는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중후장대 기업의 진화"라는 평가가 나온다. 기존 제조 역량을 기반으로 하되, 그 위에 미래 에너지 기술을 결합하면서 완전히 다른 유형의 기업으로 바뀌고 있다는 것이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두산에너빌리티는 전통 제조업의 강점을 유지하면서도 에너지 전환이라는 거대한 흐름에 올라탄 사례"라며 "기존 산업과 미래 산업을 동시에 가져가는 구조"라고 말했다.
결국 핵심은 '무엇을 만드는 기업인가'가 아니라 '어떤 역할을 하는 기업인가'로 바뀌고 있다는 점이다. 두산에너빌리티는 더 이상 단순한 설비 공급자가 아니라, 에너지 전환 과정에서 필요한 기술을 설계하고 구현하는 기업으로 이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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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9년 동안 소비재에서 중공업으로, 그리고 다시 에너지 기술로. 두산은 산업의 흐름에 맞춰 사업의 중심을 이동시켜 온 기업이다. 그리고 지금, 그 이동은 또 한 번의 변곡점을 지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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