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BTS 관심도 없는데"…일은 국가가 하고 수익은 넷플릭스·하이브로?
넷플릭스는 사업 전환의 분기점
하이브는 월드 투어 전 최고·최선의 홍보
토종 OTT 소외는 숙제
그룹 방탄소년단(BTS)의 정규 5집 '아리랑(ARIRANG)' 발매를 기념한 라이브 공연이 21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다. 광화문 광장에 가지 못한 사람은 글로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넷플릭스를 통해 라이브 독점 방송을 볼 수 있다. 하이브와 빅히트 뮤직이 주최하고 넷플릭스와 제일기획이 주관한 이번 공연은 전 세계 190개국에 동시에 송출된다. 넷플릭스와 하이브가 BTS 공연을 통해 어떤 시너지 효과를 취할 수 있는지, 축제 분위기 속에서 그늘지는 곳은 없는지 이번 공연의 명(明)과 암(暗)을 살펴봤다.
그룹 방탄소년단(BTS) 컴백 공연을 이틀 앞둔 19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은 찾은 시민 및 외국인 관광객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26.3.19 조용준 기자
넷플릭스의 明: 사업 전환의 분기점
넷플릭스는 2020년 코로나19 확산을 계기로 폭발적인 성장을 했다. 2020년 한 해에만 약 3600만명의 신규 가입자를 확보했다. 다만 최근 들어 성장세는 주춤하는 흐름이다. 2020년 넷플릭스 유료 가입자는 2억명을 넘어섰고 2024년 3억163만명을 기록했지만 지난해 4분기 기준 3억2500만명으로 집계됐다. 이미 제작된 콘텐츠를 몰아서 볼 수 있는 넷플릭스의 핵심 사업이 한계에 봉착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넷플릭스는 2030년 시가총액 1조달러(약 1500조원)를 달성하겠다고 했지만 쉽지 않을 것"이라며 "전통 미디어 기업뿐만 아니라 다른 미디어도 넷플릭스와 경쟁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넷플릭스가 택한 새로운 사업 방향은 '라이브 방송 서비스'다. 스포츠, 공연 등 거대 이벤트의 중계권을 확보해 새로운 구독층을 들여오는 동시에 기존 구독자의 이탈도 막는 셈이다. 시작부터 순탄하지는 않았다. 2024년 11월 넷플릭스는 미국의 인플루언서 제이크 폴과 유명 권투 선수 '핵주먹' 마이크 타이슨과의 권투 경기를 독점 생중계했다. 전 세계 6000만가구가 넷플릭스의 생중계에 몰릴 정도로 인기를 끌었지만 방송 품질이 좋지 않았다. 일부 시청자들은 타이슨의 하반신이 노출된 상태로 생중계 화면이 멈춰버렸다며 비난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후에도 넷플릭스는 라이브 방송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확대했다. 런던올림픽 슈퍼헤비급 금메달리스트 권투 선수인 앤서니 조슈아와 폴의 경기 생중계를 지난해 12월 진행했다. 넷플릭스는 해당 경기의 국내 중계에서 배성재 아나운서를 섭외할 정도로 힘을 불어넣었다. 올해에는 미국 프로레슬링(WWE)과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미국 중계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일본 중계권 등을 확보했다. 스포츠와 관련된 메가 라이브 콘텐츠는 넷플릭스가 사실상 쓸어간 것이다.
넷플릭스는 21일 한국에서 처음 선보이는 라이브 공연 이벤트 BTS 생중계에 그동안 쌓은 콘텐츠 전송 기술을 총동원한다. ▲고도화된 비디오 인코딩 ▲트래픽 분산 로드 밸런싱 ▲3중 안전장치와 다중 장애 복구 시스템 ▲라이브 전용 운용 모드 등 자사 콘텐츠 전송 기술을 바탕으로 지연 없는 라이브 스트리밍을 구현할 계획이다.
넷플릭스는 이번 BTS 공연 생중계를 통해 재편집권, 주문형 비디오(VOD) 소장권 등 2차 판권을 가져간다. 이번 공연을 통해 핵심 지적재산권(IP)을 확보하는 것은 넷플릭스가 얻는 최대 이익이다. 넷플릭스는 2024년부터 오리지널 콘텐츠 IP를 활용한 게임 사업에 진출하는 등 보유한 IP를 통해 여러 사업 기회를 엿보고 있었다.
하이브의 明: 월드 투어 전 최고, 최선의 홍보
하이브 역시 넷플릭스를 통한 엄청난 홍보 효과를 누릴 수 있다. BTS는 이번 공연 이후 23개국 34개 도시에서 82회의 월드 투어를 진행하는데 넷플릭스 공연 생중계를 통해 전 세계 수억 명에 달하는 팬들을 대상으로 한 직접적인 홍보가 가능하다. BTS의 팬층은 국내보다 해외에 집중된 것으로 추정된다. BTS의 팬덤인 아미(ARMY)가 주도한 글로벌 팬덤 인구 조사 '아미 센서스(ARMY Census)'에 따르면 2020년 기준 가장 많은 팬층이 있는 국가는 인도네시아(20%)로 나타났다. 이어 멕시코(10.6%), 미국(8.4%), 페루(5.12%) 등 순이었다. 한국은 3.7%에 불과했다.
이미 글로벌 유명 연예인에 비견되는 경제 효과를 창출할 것이란 기대도 나온다. 영국 가디언은 BTS의 월드 투어가 '스위프트 노믹스'와 비슷한 결과를 만들어낼 것이라고 관측했다. 스위프트 노믹스란, 글로벌 스타 테일러 스위프트가 가는 곳마다 팬덤이 몰려 지역 내 매출을 창출하는 현상을 의미한다. 실제로 이번 광화문 공연에서도 스위프트 노믹스와 비슷한 현상을 나타내고 있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은 과거 분석 모델을 바탕으로 분석한 결과, BTS의 국내 콘서트 1회당 1조2207억원의 경제적 파급 효과가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BTS의 컴백은 하이브 실적 개선의 신호탄이란 해석도 제기된다. 이번 광화문 공연만 넷플릭스가 IP를 가져갈 뿐, 월드 투어 등 나머지 IP는 여전히 하이브에 속해 있다. 지난해 9월30일 26만3500원까지 떨어졌던 하이브의 주가는 올해 2월13일 40만5500원을 기록하기도 했다. 김유혁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하이브의 올해 매출은 전년 대비 75.1% 오른 4조6394억원, 영업이익은 1063.7% 증가한 5806억원으로 전망된다"며 "BTS 컴백으로 앨범, 공연, 콘텐츠 등 전 매출 부문에서 큰 폭의 실적 개선이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暗: 소외되는 국내 토종 OTT
방탄소년단(BTS)의 완전체 컴백 공연을 앞둔 16일 오후 서울 종로구 경복궁역 지상환기구 위에 보행자 안전을 위한 진입차단 시설물이 설치되어 있다. 2026.3.16 조용준 기자
원본보기 아이콘넷플릭스는 BTS를 등에 업고 신규 유료 가입자 확대에 나설 수 있지만 규모의 경제에서 밀린 국내 토종 OTT는 미래가 더욱 불투명해졌다. 넷플릭스가 콘텐츠 시장에서 가지는 독점적 지위가 더욱 공고해질수록 토종 OTT는 설 자리를 잃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지난 4일 임오경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최휘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에게 "정부가 토종 OTT 육성을 강조했지만 외국 기업에 대형 문화 이벤트 중계권이 넘어갔다"며 "국내 산업계가 겪을 잠재적 기회 손실을 고려했느냐"고 따지기도 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BTS는 글로벌 중심이다 보니 국내 OTT가 담당하는 영역이라 보기 힘들 수 있다"면서도 "국내 OTT의 성장이 정체되고 있는데 글로벌 시장 도전에 대한 공론화가 없어서 아쉽다"고 말했다.
한편 특정 기업이 주관하는 공연에 국가 행정력이 총동원돼 이에대한 불만도 터져 나오고 있다. 경찰은 공연 당일 기동대 72개 부대 및 6759명을 투입하고 세종대로, 사직로, 새문안로 등 광화문 인근 도로를 통제한다. 지하철 역시 인파 및 안전 관리를 위해 광화문역, 시청역, 경복궁역의 경우 무정차 통과와 역사 폐쇄 등 조치가 이뤄진다. 서울시 공무원도 350명이 안전관리 요원으로 투입된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일부 공무원이 익명으로 "우리가 노예냐, 적당히 해라"며 불만을 터트리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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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와 경찰은 광화문 광장 주변 건물 31곳을 집중 관리 대상으로 지정해 시민들의 출입 등이 제한된다. 공연 당일 결혼식이 예정된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의 경우 하객들은 금속 탐지기와 핸드스캐너 등 별도 보안 절차를 거쳐야 한다. 광화문에서 직장을 다니는 이모씨(38·남)는 "공연 전부터 옥상 사용 금지 등 통행에 불편한 게 이만저만이 아니다"며 "사실 BTS 등 연예인에 관심 없는데 왜 희생해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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