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도상 '원격제어' 막혀…국내선 무인주행 난항
실증도시는 임시방편…포괄적 입법 정비 필요
제도 맞추려 개발비↑…초기 시장 형성엔 보조금 필요

자율주행 산업을 둘러싼 입법과 제도는 빠르게 정비되고 있지만 정작 산업 현장에서는 자율주행차 시장이 열리기 어려운 구조라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상용화를 위해서는 보다 과감한 규제 완화와 재정 지원, 포괄적인 입법 체계 정비가 필요한 상황이다.


25일 아시아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자율주행 업계가 가장 시급하게 요구하는 제도 개선은 '원격 주행 허용'이다. 제조사 입장에서는 차량 내부에 운전자가 없는 완전 무인 서비스를 구현하려면 비상 상황에서 차량을 외부에서 제어할 수 있는 원격주행 체계가 필수적이다.

하지만 현행 제도는 이를 사실상 허용하지 않고 있다. 국내 안전기준에 따르면 사람과 자동차 거리가 6m 이내일 때만 원격 조작이 가능하다. 이 기준은 당초 원격주차 기술을 염두에 두고 설계된 것으로, 자율주행용 원격주행과는 거리가 있다.


[입법과 현실 사이 ③]"제도는 있는데 차는 못 판다"…자율주행 막는 제도의 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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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때문에 국내에서는 자율주행차가 도로에서 운전자 없이 운행되는 모습을 찾아보기 어렵다. 국토교통부 등 정부 쪽에서는 "사고나 통신 장애 등 돌발 상황 발생 시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보완 장치를 갖춰라"라는 조건을 달고 제한적으로만 허가한다. 반면 미국 샌프란시스코, 중국 우한 등 글로벌 주요 도시는 운전자 없는 자율주행차가 이미 일상 속에 들어와 있다. 운전자 없는 자율주행 택시 서비스가 상용화됐을 뿐만 아니라, 통신 불량이나 갑작스러운 사고 등 돌발 상황이 발생할 경우 관제센터에서 원격으로 차량을 제어할 수 있다.

정부도 제도적 장벽을 낮추기 위해 광주시를 자율주행 실증도시로 만드는 등 산업 지원에 나섰다. 다만 업계는 이 같은 샌드박스 역시 지역 단위 실증에 머무른다면 한계가 있다고 본다. 업계 관계자는 "샌드박스는 임시방편일 뿐"이라며 "게다가 특정 지역에서만 주행 가능한 자율주행차는 상품성이 없다"고 말했다.


업계는 자율주행 상용화 문턱이 여전히 높다고 지적한다. 자율주행차는 개발과 인증, 지도 구축, 안전 검증 등에 막대한 비용이 투입되는데, 정작 판매 대수는 극히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규제를 모두 만족하려면 개발 비용이 늘면서 판매 가격은 수억 원대로 높아질 수밖에 없고, 가격 경쟁력이 떨어지면 다시 수요가 늘지 않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국회는 자율주행차 보조금 지원 근거를 담은 '자율주행자동차 상용화 촉진 및 지원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지난해 11월 발의했지만, 법안은 수개월째 계류 중이다.


비슷한 사례로 국내 레벨3(부분자율주행) 제도가 거론된다. 한국은 2020년 '레벨3' 안전기준을 세계 최초로 마련했다고 자랑했지만, 6년이 지난 지금 국내 인증을 통과해 국내 판매되는 '레벨3' 자율주행차는 사실상 전무하다. 제도가 갖춰졌더라도 인증 통과 자체가 어려우며, 고가의 자율주행차 구매 수요도 충분히 형성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조건부 완전자율주행차인 '레벨4'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제도가 있더라도 보험, 정기검사, 운행허가 등 후속 체계가 마련되지 않으면 상용화는 다시 멈춰 설 수밖에 없다. 게다가 차량 한 대를 시장에 내놓기 위해 국토교통부 인증은 물론 산업통상부·기후에너지환경부의 각종 기준, 경찰청 운행 허가까지 거쳐야 하는 구조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투입 비용은 끝없이 늘어나는데 매출은 너무 적어 손익분기점을 맞출 수 없다"며 "이런 구조에서는 신산업이 성장하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입법과 현실 사이 ③]"제도는 있는데 차는 못 판다"…자율주행 막는 제도의 벽 원본보기 아이콘

업계는 문제의 본질을 단순히 '규제가 너무 많다'는 데서 찾지 않는다. 오히려 신산업에 기존 산업 규제를 그대로 적용하는 발상 자체가 문제라는 지적이다. 업계에선 자율주행과 로봇 등 신산업에 대해 별도의 특별법 또는 포괄적 면제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는 요구가 나온다.


일정 대수 또는 일정 기간에 한해 전국적으로 기존 규제를 과감히 면제해 시장을 먼저 열고, 이후 사고 데이터와 운행 성과를 바탕으로 제도를 정교화하는 방식이다. 미국처럼 일정 물량(대수)에 한해 면제 폭을 넓혀주는 모델이 더 현실적이라는 주장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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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는 "과거 아이폰에 대한 과도한 규제로 국내 스마트폰 생태계 조성이 늦춰졌던 것처럼, 자율주행에서도 같은 우를 범한다면 산업적으로 거대한 손실을 보게 될 것"이라며 "차량 안전 규제의 기본 틀 자체를 자율주행 중심으로 새로 짜야 한다"고 했다.


우수연 기자 yes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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