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인사이트]차기 한은 총재가 인식해야할 3가지 부담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의 임기가 다음 달 20일 만료된다. 딱 한 달 남은 셈이다. 통상 총재 임기가 만료되기 한 달 전에는 지명이 이뤄져야 국회 인사청문회 일정을 소화할 수 있는데, 아직 감감무소식이다.
여러 후보자가 거론되고 있는데, 그런 하마평보다는 구조적 변곡점에 선 우리 경제 상황에서 차기 한은 총재가 짊어져야 할 부담, 즉 앞으로 한은 총재의 직무 수행이 얼마나 어려울지에 대해 얘기해보고자 한다.
첫째, 모두 알다시피 우리나라는 저출생 고령화가 고착화되고 있다. 2025년 합계출산율은 0.80명으로 소폭 반등했다지만 여전히 1명 아래다. 인구 유지에 필요한 출산율은 2.1명인데 한참 모자라다. 이 같은 저출생 고령화로 인해 잠재성장률은 더 하락할 전망이다.
현재 잠재성장률은 1%대 후반, 약 1.7~1.9%로 추정된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잠재성장률 전망과 정책적 시사점’ 보고서(2025년 5월)에 따르면, 잠재성장률은 2025~2030년 1.5%, 2031∼2040년 0.7%, 2041∼2050년 0.1%로 추정된다. 차기 한은 총재 임기 동안 기껏해야 1%대 중반인 국면에 들어가는 것이다.
이 같은 저성장 국면에서 중앙은행의 통화정책은 상당한 제약을 받을 수밖에 없다. 물가가 크게 오른다고 해도 기준금리를 인상하기 쉽지 않다. 물가 안정을 위해 기준금리를 올려야 하는 상황에서는 0%대 성장률 또는 마이너스 성장률을 감수해야 할 수도 있다. 많은 비난을 무릅써야 할 것이다.
둘째, 트럼프 대통령의 임기는 이제 겨우 1년 남짓 지났다. 거의 3년이 더 남았는데, 차기 한은 총재 임기 중 4분의 3 정도는 현 트럼프 2기 정부와 겹친다. 트럼프 대통령은 정책 효과와 그로 인한 부작용을 제대로 따져보지 않은 채 대중영합적이고 충동적으로 결정하는 것처럼 보인다.
지금대로 가면 불리하니 일단 기존 판을 깨고 보자는 식이다. 경제가 가장 싫어하는 불확실성을 부추긴다. 그가 추진했던 관세 부과, 이란과의 전쟁 등 대부분은 물가 상승 요인으로 작용했다. 앞으로도 그런 상황은 지속될 것이고, 각국 중앙은행들은 그로 인한 혼란과 인플레이션을 감당해야 할 것이다. 당장 이란 전쟁으로 인한 유가 급등이 문제다.
셋째, 인공지능(AI)으로 인한 노동시장의 격변이 다가오고 있다. 법률, 세무, 회계, 코딩, 금융 등 사무직에서는 이미 신입 직원 선발을 줄이기 시작했고, 2028년부터 실제 공장에 투입될 현대차그룹의 아틀라스를 통해 보듯이 피지컬 AI로 인해 생산직에서도 신규 고용이 줄어들 전망이다.
한은은 지난해 10월 ‘AI 확산과 청년고용 위축: 연공편향 기술변화를 중심으로’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냈다. 일단은 잘 분석한 것 같다. 앞으로도 AI 확산으로 인한 고용시장의 변화를 잘 추적하고 그에 더해 소비 위축 우려와 기본소득 필요성 등 경제구조가 어떻게 변화할 것인지, 한은의 통화정책 등은 어떻게 적응해 갈 것인지에 대한 깊은 고민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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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총재는 4년 임기가 보장되며 중앙은행 수장이라는 명예로운 자리여서 “하고 싶어하는 사람이 청와대에서 남대문까지 줄을 서 있다”는 우스갯소리가 많이 들렸다. 그러나 이번에 차기 한은 총재는 위와 같은 큰 부담을 져야 하는 엄중한 자리임을 인식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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