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매파적 금리 동결 "인플레이션 진전 없으면 금리 인하도 없을 것"
韓, 물가 우려 vs 경기 우려…기준금리 경로 불확실성↑
치솟은 환율·집값 리스크·물가 우려에 경기 하방 압력 확대 시
통화정책 운신의 폭 줄 수 있어…이란 사태 경계감↑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진전 없으면 금리 인하도 없을 것'이라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매파(통화긴축 선호)적 시각이 확인되면서 시장의 시선은 4월10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로 향했다. 한은 역시 다음 달 기준금리 동결(연 2.50%)이 유력하지만, 그간 안정권에 머물렀던 물가가 이란 사태 영향을 예의 주시해야 하는 상황이 되면서 향후 통화정책 경로에 대한 고민은 깊어졌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달 26일 서울 중구 한은 본관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방향 결정 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달 26일 서울 중구 한은 본관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방향 결정 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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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인플레이션 진전 없으면 금리 인하도 없을 것"

미국 정책금리는 지난해 9·10·12월 3연속 인하 이후 올해 1월과 3월 동결로 숨 고르기에 들어갔다. Fed는 17~18일(현지시간)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금리 목표 범위를 시장 예상대로 연 3.50~3.75%로 유지했다. 경제전망은 성장률과 물가, 실업률 전망치를 모두 상향 조정하며 상·하방 리스크를 모두 높게 보면서도 인플레이션 둔화 속도가 예상보다 더딘 것으로 판단하면서 상대적으로 물가 상승 위험에 무게를 뒀다. 제롬 파월 Fed 의장은 이란 사태가 미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아직은 불확실하다고 강조하면서도 "인플레이션이 낮아지거나 진전이 나타나지 않으면 금리 인하를 보지 못할 것"이라고 밝혔다.

FOMC 위원들의 향후 금리 수준에 대한 전망을 보여주는 점도표에서 올해 말 금리 전망치(중간값)는 3.4%를 유지했다. 약 1회(0.25%포인트) 추가 금리 인하를 예상한다는 뜻이다. 그러나 당초 올해 두 차례 이상 인하를 전망했던 위원 수는 줄었다. 금리 인상 가능성도 논의됐다. 파월 의장이 "다수 참가자는 금리 인상을 베이스 시나리오로 보지 않는다"고 부연했으나 시장에선 인상 논의 자체에 의미를 두면서 Fed의 추가 금리 인하 시기가 기존 예상보다 후퇴하고, 인하 폭이 줄어들 가능성에 무게를 뒀다.


후퇴한 美 인하 기대, 한은 4월 동결 유력…고민은 깊어졌다 원본보기 아이콘

물가 우려 vs 경기 우려…韓, 통화정책 경로 불확실성 커졌다

미국의 이런 움직임은 다음 달 10일 한은 금통위 통화정책방향 결정 회의(통방)에서의 7연속 금리 동결을 유력하게 보는 시장 전망에 힘을 실었다. 당장의 금리 인상 가능성은 희박한 가운데 1.25%포인트인 한미 금리 차가 미국에 의해 좁혀질 가능성이 줄었기 때문이다. 특히 원·달러 환율이 1500원을 넘나들며 변동성을 키우면서 경계 강도를 높여야 하는 상황이 됐다. 19일 원·달러 환율은 이란 최대 가스전 사우스 파르스 피격 소식 등에 위험 회피 심리가 커지면서 전 거래일 대비 21.9원 급등, 1505.0원에 개장했다.

문제는 이후 통화정책 경로에 대한 시각이다. 지난달 'K점도표'를 통해 확인한 '상당 기간 동결' 전망이 어떤 형태로 모양을 바꿀지는 보다 불확실해졌다. 이란 사태로 치솟은 국제 유가로 인해 상승 압력이 커진 물가에 주목하며 금리 인상 가능성에 보다 무게를 실을지, 경기 하방 압력에 인하 가능성을 높일지는 추이를 좀 더 지켜봐야 하기 때문이다. 당장은 금리 경로에 인하 가능성보단 인상 가능성이 커질 것이란 목소리가 높다. 크게 뛴 환율과 안심하기 이른 부동산 우려에 더해 이란 사태에 따른 물가 우려까지 고개를 들면서다. 2월 수입물가지수(2020년=100)는 145.39로 지난 1월(143.74)보다 1.1% 상승했다. 지난해 7월 이후 8개월 연속 오름세를 나타내며 수입 물가에 후행하는 소비자물가 상승률 확대 우려에 불을 지폈다. 전쟁 여파가 본격화한 3월 수치는 물가 우려를 더 키울 것이란 전망이다.


19일 서울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직원들이 증시와 환율 등을 모니터 하고 있다.

19일 서울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직원들이 증시와 환율 등을 모니터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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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사태 이후 공식적으로 의견을 밝힌 두 명의 금융통화위원은 모두 보다 신중한 결정에 무게를 실었다. 황건일 금통위원은 지난 12일 통화신용정책보고서 주관위원 메시지를 통해 "앞으로 물가와 성장 경로는 미국 관세정책의 변화, 주요국 통화·재정정책, 반도체 경기 외에도 최근 부각된 중동 상황에 크게 영향을 받을 것"이라며 "향후 통화정책은 특정 방향으로의 기대를 형성하기보다는 당분간 신중한 중립 기조를 가져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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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형 금통위원 역시 지난 17일 기자간담회에서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이) 물가에 상당히 영향을 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아직 금융안정과 성장 등 다른 고려 요인 대비 크게 우려스러운 상황은 아니나 유가 상승 지속 기간 등을 확인해야 한다"고 짚었다. 반면 경기 측면에선 하방 리스크가 강화됐다고 봤다. 이란 사태로 변화한 상황을 반영, 오는 5월 점도표는 2월 점도표와 차이가 있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김유리 기자 yr6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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