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시비비] 시대적 사명 ‘머니무브’ 반드시 성공해야
지대추구 부동산 투기는 '자본주의의 적'
가계 자산·부채 '부동산 쏠림' 일본보다 극심
머니무브 실패땐 한국판 '대차대조표 불황'
금융 규모·실력 키워 'AI총력전' 준비해야
생산 3요소 가운데 유독 토지의 독과점은 역사를 바꿔왔다. 예를 들어 프랑스혁명은 인구의 2%가 채 되지 않은 귀족과 성직자가 토지 대부분을 소유해 착취하는 구조에서 비롯됐다. 부동산 투기는 대표적인 지대추구(Rent-seeking) 행위다. 애덤 스미스와 존 스튜어트 밀 같은 자유주의 경제학자들은 '지대추구를 자본주의의 적'이라고 지적했다. 지대추구가 자원배분을 왜곡하고, 진입장벽을 구축하며, 사회적 후생을 감소시키기 때문이다.
이재명 정부는 부동산에서 금융으로 '머니무브'를 진행하고 있다. 미국·이란전쟁으로 코스피가 5000선에서 급등락을 반복하며 흔들리자, 벌써 "머니무브는 성공하기 힘들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부동산 공화국'의 탄탄한 지지세력이 머니무브의 동력을 흔들고 있다. 그러나 머니무브는 그 어떤 대통령이 와도 선택해야 하는 시대적 사명이다. 이번에 성공하지 못하면 우리 경제의 미래는 더욱 암울해진다.
일본의 장기 침체는 가장 큰 '반면교사'다. 1985년 플라자합의로 엔화 가치가 절상되고 수출 경쟁력이 약화됐다. 일본 정부는 적극적인 유동성 확대에 나섰다. 하지만 넘치는 돈의 상당부분은 부동산으로 갔다. "일본 열도를 팔면 미국을 산다"는 말이 나왔다. 1991년 집값을 잡기 위해 금리를 인상하자 증시가 대폭락했다. 기업 구조조정 실패와 생산가능인구 감소와 함께 일본의 '대차대조표 불황'은 그렇게 시작됐다.
한국 경제는 일본의 위기경로를 그대로 따라가고 있다. 다른 점이 있다면 경제 3주체 가운데 한국은 가계, 일본은 정부 부채 문제가 심각하다는 점이다. 특히 우리나라에선 가계의 자산마저 심각하게 편중돼 있다. 가계자산의 3분의 2가 부동산(일본은 3분의 1)에 쏠려 있다. 이 때문에 통화정책을 맡고 있는 한국은행은 금리 카드를 마음대로 쓸 수 없다. 정부도 경기침체기에 부동산 부흥 정책(박근혜정부 '빚내서 집 사라'가 대표적)으로 성장률 방어를 하기 힘들다.
'머니무브'를 통해 가계 자산과 부채의 부동산 비중을 줄이고, 잠겨있던 돈이 돌게 해야 한다. 그래야 일본을 따라가지 않는다.
한국 금융시장 규모는 경제 펀더멘털에 비해 상대적으로 작다. 지난 2024년 기준 일본의 명목 국내총생산(GDP)은 한국의 2.1배다. 하지만 일본의 주식과 채권시장 규모는 아주 보수적으로 추정해도 한국 대비 3배 이상 크다. 일본은 GDP 대비 나랏빚이 세계 최고 수준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금융시장 덕에 버틴다. 우리도 경제 규모에 걸맞게 주식과 채권 시장 규모를 키워야 한다. 세계국채지수(WGBI) 편입에 이어 MSCI 선진국 지수 편입에도 성공해야 한다.
글로벌 인공지능(AI) 경쟁시대에 살아남기 위해서도 금융의 적극적인 역할은 필수적이다. 지난해 미국 M7(Magnificent7) 기업의 설비투자(CAPEX)만 4000억달러로 추정된다. 한국 대기업으로선 엄두도 못 낼 메가 CAPEX다. 글로벌 경쟁에서 우리나라가 살아남기 위해선 민관이 힘을 합쳐 총력전을 펼쳐야 한다. 금융시장 성장이 경쟁력 확보에 직결된다. 국민성장펀드와 함께 국내 주식·채권·파생상품 시장이 글로벌 경쟁에 나선 기업 성장에 큰 도움을 줘야 한다.
우리 금융의 성장은 국내든, 해외든 상관없다. 2024년 해외 주식투자로 큰 수익을 낸 국민연금이 지난해에는 국내 주식투자로 역대급 수익률을 기록한 성공사례를 보면 알 수 있다. 부동산 투자는 국경을 넘지 않는다. 하지만 국경을 가리지 않는 금융투자는 자산의 수익률 제고와 리스크 헤지가 동시에 가능하다. 일본의 '엔 캐리'처럼 한국의 '원 캐리 트레이드'가 이뤄져야 한다. 이를 통해 소득수지 기반의 안정적인 경상수지 흑자 구조를 만들 수 있다.
금융시장의 펀더멘털을 높여 다시 돈이 부동산으로 흐르지 않게 해야 한다. 부동산에서 금융으로, '머니무브'는 반드시 성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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