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 단계에서 무혐의 처분이 나오는 걸 본 게 언젠지 모르겠습니다. 공정위 심판 구조가 공정하지 않다 보니, 법원에 가서야 바로잡을 수 있습니다."
최근 한 로펌의 공정거래 전문 변호사는 공정위가 기업에 매긴 과징금이 법원 불복 소송에서 잇따라 패소하는 배경에 대해 이같이 설명했다. 공정위가 기업에 돌려준 이자 성격의 환급가산금이 최근 5년간 약 188억원에 달했다. 환급가산금은 기업이 부과받은 과징금을 납부한 뒤 행정소송 등에서 취소·감액 판결을 받을 경우, 원금과 함께 지급되는 사실상의 이자다. 잘못된 과징금 부과로 혈세를 낭비한 셈이다.
왜 공정위가 내린 심판은 법원에서 번번이 패소할까.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공정위의 구조적 문제가 꼽힌다. 공정위의 과징금 부과 프로세스는 준사법적 절차를 거친다. 공정위의 심판이 내려진 뒤 이에 불복해 소송을 진행하면 곧바로 고등법원으로 간다. 사실상 1심 재판소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다. 하지만 공정위 심판 구조를 보면 공정성에 의문이 생긴다. 각각 검사와 판사 역할을 하는 '심사관'과 '위원'이 모두 공정위 소속이기 때문이다. 같은 기관 소속의 심사관과 위원이 사건을 심의, 의결하는 과정은 공정성 확보와는 거리가 멀다.
공정성을 담보하기 위한 합의제 구조가 실효성을 잃은 것이 아닐까. 공정위는 위원장 포함 9명의 위원이 회의를 통해 다수결로 결정을 내린다. 공정거래위원장을 비롯한 상임위원 5명과 비상임위원 4명이 기업에 대한 과징금 부과와 검찰 고발 등 제재 수준을 정한다. 하지만 2015~2024년 10년간 비상임위원을 역임한 17명 중 최소 12명은 친(親)공정위 인사로 분류된다. 공정위 관련 업무를 담당했거나 자문을 맡던 인사가 비상임위원으로 선임된 것이다. 상임위원이 모두 공정위 출신으로 채워지는 것을 고려하면, 합의체가 공정위 측 시각을 가질 것이란 우려는 피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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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는 2023년 조사와 심판 기능을 내부적으로 분리했지만 현장의 불만은 여전하다. 내부적 분리가 아닌 구조적 분리가 필요하지 않을까.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가 좋은 선례가 될 수 있다. FTC는 심사관의 조사를 토대로 1차 판단을 거치는 행정법 판사를 따로 두고 있다. FTC는 행정법 판사의 보고서를 토대로 최종 판단을 내린다. 행정법 판사는 중앙기구에서 채용하고, 의회의 인준을 거쳐 임명돼 사실상 조사, 심판 기능이 분리돼 있다. 조사 후 판단은 법원에 맡기는 등 1심 기능 자체를 없애는 방안도 있다. 공정한 공정위로 거듭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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