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C는 지금]매쉬업벤처스 "AI 시대, PMF 가장 빨리 찾는 팀이 생존"
이택경 매쉬업벤처스 대표 인터뷰
"고객의 진짜 문제 찾아 끈질기게 해결해야"
"AI·딥테크·K컬처, 글로벌 나갈 팀 집중"
최근 이택경 매쉬업벤처스 대표가 아시아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스타트업 '카멜레온'을 소개하며 한 말이다. 테슬라·메타·웨이모 출신 인공지능(AI) 로보틱스 전문가들이 창업한 카멜레온은 스스로 공간을 인식하고 청소하는 휴머노이드 로봇을 개발 중이다. 사람이 하기 힘든 반복 작업을 맡기고, 호텔을 시작으로 사무실, 병원 등 유사한 환경으로 적용 범위를 넓혀갈 계획이다.
이 대표는 "모든 창업자는 항상 고객의 입장에서 '페인 포인트(pain point·고객이 불편을 느끼는 지점)'를 고민해야 한다. 고객이 최고의 심사위원"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경진대회에서 우승했다고, 투자 한 번 받았다고 자신이 찾은 아이템에 과몰입해선 안 된다"며 "매쉬업벤처스는 정확한 문제인식과 해결책, 그리고 끈질김을 갖춘 창업자를 찾는다"고 밝혔다.
웹·모바일 이어 AI…IT 세 번째 빅웨이브
이 대표는 1995년 다음커뮤니케이션을 공동창업한 국내 벤처 1세대다. 2008년 다음을 떠나 엔젤투자를 시작하며 벤처투자 업계에 뛰어들었다. 2010년 액셀러레이터 프라이머를 공동 설립했고, 2013년 매쉬업엔젤스를 창업해 프리시드·시드 단계 투자에 집중해 왔다. 2024년에는 벤처캐피털(VC) 생태계 변화에 발맞춰 사명을 매쉬업벤처스로 바꿨다. '매쉬업'이라는 이름은 서로 다른 곡을 섞어 새로운 음악을 만든다는 의미에서 따왔다. 파트너 대부분은 스타트업 창업자나 C레벨(분야별 최고 책임자) 출신이다.
이 대표는 IT(정보기술) 산업이 세 번째 큰 변화의 흐름에 들어섰다고 진단했다. 1990년대 중반 '웹 시대'에는 다음, 네이버, 넥슨이 등장했고, 2010년 전후 '모바일 시대'에는 배달의민족, 쿠팡 같은 플랫폼 기업이 성장했으며, 지금은 세 번째 물결인 'AI 시대'에 들어섰다는 설명이다.
AI 시대의 가장 큰 특징은 몇개월 단위로 바뀌는 트렌드 변화의 속도다. 그는 "야후의 디렉토리 서비스가 포털 시대를 열었지만 결국 구글 검색에 밀렸다. 모바일 시대에는 앱이 검색을 대체했다"며 "AI 시대는 변화 속도가 훨씬 빠르다. 솔직히 현기증이 날 정도"라고 말했다.
그는 "결국 PMF(Product-Market Fit·제품시장적합성)를 가장 빠르게 찾는 팀이 살아남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매쉬업벤처스의 투자 성과가 가장 좋았던 시기도 모바일 시대와 겹친다. 이어 "큰 기술 트렌드가 등장하면 창업 기회도 폭발적으로 늘어난다"며 "큰 성공을 만드는 스타트업을 통해 투자자의 멀티플도 극대화할 수 있다"고 기대했다.
투자 대상 기업의 공통 키워드는 '글로벌'
매쉬업벤처스가 주목하는 투자 분야는 AI, 로보틱스, K컬처다. 공통 키워드는 글로벌이다. 이 대표는 "빅테크의 거대언어모델(LLM)이 빠르게 확산되는 상황에선 버티컬(특화) 분야에 오히려 기회가 있다고 본다"며 "모든 문제를 범용 AI가 해결할 수는 없다. 비슷한 성능을 더 효율적으로 구현하는 모델과 보안 인프라 분야를 유망하게 보고 있다"고 말했다.
대표적인 투자 포트폴리오는 생성형 AI 기업 뤼튼테크놀로지스다. 매쉬업벤처스는 학생 창업팀이던 2021년 초기부터 투자했다. 뤼튼은 한국 AI 플랫폼 기업 가운데 처음으로 누적 투자 유치 1000억원을 넘겼다.
생성형 AI 보안 진단 솔루션 기업 에임인텔리전스도 투자 1년 만에 후속 투자를 유치했다. 이 회사는 두바이 글로벌 경진대회에서 2000여개 팀 중 1위를 기록했고 오픈AI, 국가AI안전연구소, 금융보안원 등과 협력하고 있다.
카멜레온을 비롯한 로보틱스 분야에서도 기회를 찾고 있다. 그는 "피지컬 AI는 아직 갈 길이 멀지만, 한국 제조업 역량과 결합하면 비대칭적 기회를 만들 수 있다"고 전했다.
K컬처 투자도 확대하고 있다. 오늘의집, 마이리얼트립, 스타일쉐어 투자 경험을 바탕으로 K뷰티·K푸드·K웰니스·K콘텐츠까지 투자 폭을 넓혔다. 최근 투자한 '서울뷰티클럽'은 미국 30~60대 여성을 대상으로 AI 기반 K뷰티 구독 서비스를 제공한다. 인도 K뷰티 유통 플랫폼 '블리몽키즈', 크로스보더 유통사 '에이든랩'도 주요 포트폴리오다.
스타트업·VC 양극화 심화…"그래도 지금이 기회"
현재 벤처투자 시장에 대해 그는 "인기 있는 AI 스타트업은 높은 기업가치로 투자를 받지만, 전체 시장이 회복됐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창업 자체가 줄어들면서 투자할 팀도 예전보다 적어졌다. 대학생 창업만 봐도 스케일업보다 '빠른 매출'을 목표로 하는 자영업형 모델이 증가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다만 최근 연구실 창업이 늘고 있다는 긍정적 신호도 함께 전달했다. 이 대표는 "AI 분야에서는 연구실 대학원생이나 AI와 함께 성장한 학생들이 기술을 더 빠르게 따라가는 경우가 많다"며 "그렇기에 혹한기가 투자 시점으로는 오히려 적합할 수 있다. 본래 스타트업 투자는 5~10년을 보고 하는 투자"라고 했다. 매쉬업벤처스는 올해 하반기 신규 펀드 결성을 준비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을 겨냥한 팀 발굴과 포트폴리오사의 해외 진출 지원을 강화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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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표는 "투자 기업의 80% 이상이 글로벌 진출을 염두에 둔 팀"이라며 "한국에서 출발해 글로벌로 갈 수 있는 성공 스토리를 함께 만들고 싶다"고 밝혔다. 이어 "투자자가 계속 스타트업을 평가하다 보면 '선생님 병'이 생긴다"며 "매쉬업벤처스는 정답이 아닌 힌트를 주려고 한다. 창업자와 함께 답을 찾아가는 '디스커션 파트너'가 되겠다"고 덧붙였다.
황서율 기자 chestnu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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