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사 측 민사소송에 형사고소까지
가맹본부 상대 패소 후 점주 상대 소송중
가맹본부 법적 책임 물을 수 있어야

약 2년 전 국내 유명 브랜드 치킨을 먹다가 치킨에서 나온 철사가 목구멍 뒷벽(후인두벽)에 박히는 사고가 발생했다.


피해자와 치킨 회사 사이 합의가 결렬되면서 피해자는 회사로부터 민사소송에 이어 형사고소까지 당했다. 심지어 법원에서는 회사에 손해배상책임이 없다는 판결이 선고됐다.

A씨가 커뮤니티에 올린 게시글에 첨부한 철사 사진.

A씨가 커뮤니티에 올린 게시글에 첨부한 철사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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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칫 생명이 위험할 수도 있었던 사고를 당한 피해자는 아직 치료비도 받지 못한 채 상대측 소송비용까지 부담해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치킨에서 나온 철사 목에 박혀

2024년 3월31일 저녁 인천시에 사는 A씨는 남편, 10살 아들과 함께 집 근처에 있는 치킨 매장을 찾았다. '매일 새 기름으로 60마리만 튀긴다'며 위생을 강조하는 60계치킨 가맹점이었다.


평소 아들이 좋아했던 순살 치킨 제품을 포장해 집으로 돌아온 가족들은 식탁에 둘러앉아 치킨을 먹기 시작했다. 그런데 잠시 후 치킨을 먹던 A씨가 식은땀을 흘리며 구토를 하기 시작했다. 놀란 남편은 119에 신고했고, 구급대원이 출동했다. A씨는 목에 이질감이 있고 통증이 느껴진다며 당장 병원 응급실로 호송해달라고 했지만 당시 의료대란으로 인해 대형병원조차 치료할 수 있는 의사가 없어 구급차 안에서 대기 중이던 A씨는 다시 집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

다음날 아침 이비인후과를 찾은 A씨는 의사로부터 충격적인 얘기를 들었다. 식도로 가는 통로인 후인두벽에 무언가 가느다란 게 박혀 있다는 것이었다. 내시경 시술을 통해 목에 박힌 물건을 뽑아 보니 길이가 2㎝나 되는 철사였다.


의사는 "철사가 박혔던 부위의 염증이나 미란(점막 손상)이 심해지거나, 혹시라도 식도 천공이 발생할 경우 생명이 위험할 수 있다"며 극도의 주의를 당부했다. A씨가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이걸 10살 아들이 먹었다면 어떻게 됐을까' 하는 것이었다. 사고의 충격에 A씨는 중증도 이상의 불안, 우울, 불면 증상으로 정신과 진료를 받아야 했다.


A씨의 병원 진료 기록에 첨부된 철사 제거 전후 후인두벽 모습.

A씨의 병원 진료 기록에 첨부된 철사 제거 전후 후인두벽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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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식적인 사과"에 불발된 합의

문제의 치킨을 판매한 매장은 오후에 문을 열기 때문에 A씨의 남편은 일단 60계치킨 홈페이지 게시판에 병원에서 촬영한 내시경 사진, 119 출동 기록 등과 함께 사고 내용을 정리해서 올렸다.


글을 올린 뒤 60계치킨을 운영하는 가맹본부인 주식회사 장스푸드(이하 본사) 직원으로부터 연락이 왔고, 본사 CS팀장과 가맹사업실 실장이 찾아왔다. 이후 본사 측과 A씨는 3차례 만남을 가졌다.


A씨는 본사 측 직원들이 처음에 한 번 "죄송하다"는 말을 한 뒤부터는 계속 증거물인 철사를 달라는 얘기만 했다고 당시를 기억했다. 3번째 방문 때는 본사 자문을 맡고 있는 로펌 변호사를 대동해서 왔는데 변호사가 '치킨은 포장해간 것이니 (철사가) 가정집에서 들어갔을 확률이 높다' '고객 중에 수상한 분도 있을 수 있다' 등의 얘기를 하며 자신을 마치 보상금을 노린 블랙컨슈머 취급하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고 했다.


A씨는 문제의 철사를 본사 직원들에게 보여주고, 직접 만져보고 사진을 찍어갈 수 있게 했지만, 철사를 수거해가는 것에는 반대했다. 유일한 증거물을 내놓았다가 분실될 것이 우려됐고, 직장에 다니고 있던 상황에서 조사에 참여하기도 어려운 상황이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본사 직원들은 A씨에게 원하는 합의금을 물었고, A씨는 1000만원을 얘기했다. A씨가 제시한 금액에 대해 본사 직원들은 별다른 얘기 없이 계속 철사를 회수해가서 조사해봐야 한다는 얘기만 했다.


본사 측은 A씨가 역학조사를 위한 철사 제공을 거부해 더 이상 합의를 진행할 수 없었다는 입장이다. 본사 측 관계자는 "1000만원이라는 적지 않은 금액을 지급하기 위해서는 회사에서도 비용 지출의 근거가 필요했기 때문에 역학조사가 반드시 필요했고, A씨가 철사 제공을 거부하는 상황에서는 더 이상 합의를 진행하기 어려웠다"며 "민사소송을 건 것은 회사와 가맹점을 보호하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였다"고 말했다.


다만 본사 측에서는 A씨의 치료비와 치킨값 환불비는 역학조사 없이도 지급하겠다며 A씨에게 계좌번호를 알려달라고 했지만, 이후 상황이 악화되면서 2년이 다 된 지금까지 치료비조차 지급이 안 된 상태다.

치킨 먹다 구토, 목에 2㎝ 철사 박혔는데…치킨회사 책임 없다고?[최석진의 로앤비즈] 원본보기 아이콘

민사소송에 형사고소까지

합의가 결렬되면서 양측의 갈등은 깊어졌다. A씨는 본사 CS팀장과의 통화에서 변호사의 태도에 항의하며, 합의가 안 되면 언론에 공익 제보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본사 측 변호사는 A씨에게 전화를 걸어 '철사를 주지 않으면 합의는 없다' '법적으로 소송을 하겠다'는 취지로 얘기했다. 그리고 실제 바로 다음 날 본사는 A씨를 상대로 법원에 손해배상 채무가 없음을 확인해달라는 취지의 소장을 접수했다.


며칠 뒤 A씨는 보배드림, 네이트판 등 게시판에 자신이 겪은 사고 내용과 60계치킨 본사 측 대응을 알리고 도움을 청하는 글을 올렸다. 가맹점주가 접수한 음식물배상책임보험 청구 건도 본사의 소송 진행을 이유로 취하됐다.


본사는 A씨를 정보통신망법상 허위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다. 하지만 지난해 10월 A씨 사건을 수사한 경찰은 불송치 결정을 내렸다. A씨가 올린 게시글 중 일부는 단순한 의견 표명이고, 사실에 관한 내용도 허위라거나 A씨가 '비방의 목적'을 갖고 게시글을 작성했다기보다는 공익적 목적으로 작성한 것으로 확인돼 범죄가 성립되지 않는다는 판단이었다.

법원은 왜 가맹본부 손을 들어줬나

하지만 지난 1월 법원은 손해배상책임이 없음을 확인해달라는 본사 측 본소는 인용하고, A씨가 손해배상을 청구한 반소는 기각하는 판결을 선고했다. A씨가 치킨을 먹다가 목에 철사가 박힌 사실은 인정되지만 본사의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할 수는 없다는 판단이었다.


먼저 법원은 ▲A씨가 치킨을 구입한 지 39분 만에 119에 신고한 점 ▲일상생활 중 철사 형태 물질이 입 안으로 들어가 후인두벽에 걸리게 되는 상황이나 수단을 쉽게 상정하기 어려운 점 ▲A씨가 올린 게시글에 대해 수사기관이 혐의없음 불송치 결정한 점 등을 근거로 A씨가 먹은 치킨에 문제의 철사가 혼입돼 있던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치킨 먹다 구토, 목에 2㎝ 철사 박혔는데…치킨회사 책임 없다고?[최석진의 로앤비즈] 원본보기 아이콘

하지만 법원은 가맹본부의 손해배상책임은 인정하지 않았다. 가맹사업법상 가맹본부는 가맹점주와 독립된 별개의 사업자라는 점이 A씨에게 불리하게 작용했다.


법원은 먼저 불법행위책임의 경우 가맹본부의 사용자책임이 성립하기 위해서는 가맹점주를 피용자로 하는 사용자 관계가 인정돼야 하는데 양자는 대등한 법적 주체이지 가맹본부가 가맹점주를 지휘·감독하는 관계가 아니라고 밝혔다.


게다가 사용자책임이 성립하기 위해서는 피용자의 불법행위 성립이 전제돼야 하는데, 이번 사건의 경우 철사가 조리 과정에서 혼입된 것인지, 아니면 가맹본부가 제공한 원재료나 부재료의 가공·유통 과정에서 혼입된 것인지 판명되지 않아 가맹점주의 불법행위 성립이 인정될 수 없다고 봤다.


A씨 측은 가맹본부가 상법상 명의대여자 책임이나 제조물책임법상 제조물책임을 져야 한다고도 주장했지만 모두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가맹본부 공동불법행위 책임 인정돼야"

한 부장판사 출신 변호사는 "처음부터 가맹본부와 가맹점주를 공동 피고로 삼아 소송을 냈으면 좋았을 사건"이라며 "공동불법행위의 경우에도 각자의 과실을 요구하는 판례의 입장에 따르면 반드시 인정된다는 보장은 없지만, 적어도 가맹본부 혹은 가맹점주 둘 중 누군가의 과실로 사고가 발생했다는 주장은 해볼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피자헛 가맹본부를 상대로 한 차액가맹금 소송에서 피자헛 가맹점주들을 대리해 최종 승소한 현민석 법무법인 YK 변호사는 "피해자 입장에서는 가맹점을 피고로 해서 채무불이행에 기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게 가장 확실한 방법이었는데, 가맹본부가 제기한 본소에 대해 반소 형태로 소송을 제기하다 보니 가맹점을 피고로 추가할 수 없는 문제가 발생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현 변호사는 "가맹점의 경우 도급이나 위임 관계와는 달리 사용자책임이 인정되기는 쉽지 않고, 민법 760조 2항(가해자 불명의 공동불법행위)이 적용돼야 한다고 주장해볼 여지가 있지만 대법원은 가맹본부와 가맹점 각각의 과실이 인정돼야 한다고 하면서 위 조항의 적용을 크게 제한하고 있어 현재 법원 실무상으로는 가맹본부에 760조의 공동불법행위 책임을 묻는 것도 쉽지 않아 보인다"고 전망했다.


한편 현 변호사는 "'사회에서 발생한 손해의 공평·타당한 분배'라는 불법행위 손해배상 제도의 취지나 가맹본부가 가맹점으로 하여금 자기의 브랜드로 상품을 판매하도록 하고 그에 따라 가맹금 상당의 이익을 취하는 점 등을 감안하면, 가맹본부에 대해 최소한 가해자 불명의 공동불법행위 책임을 인정하는 것이 민법 760조 2항의 도입 취지에 비춰 타당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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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계치킨 ‘철사 혼입’ 사건 피해자 A씨.

60계치킨 ‘철사 혼입’ 사건 피해자 A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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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는 "소비자는 가맹점주 개인을 보고 치킨을 사는 것이 아니라 브랜드를 믿고 산다. 본사가 원재료 공급권이라는 강력한 통제권은 휘두르면서 정작 사고 책임은 지지 않는 이 기형적인 구조를 법으로 바로잡아야 한다"며 "식품 안전사고에 대해서는 본사와 가맹점이 공동으로 책임을 지도록 법제화하고, 본사가 자본력을 앞세워 피해자의 입을 막는 '전략적 봉쇄소송'을 남발하지 못하도록 제동을 걸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석진 로앤비즈 스페셜리스트 csj040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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