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분 걸리던 심장 판독, AI로 1분 만에"…국립대병원 AX 혁신 현장 가보니
투약오류 '제로'·한국형 의료 LLM 등 공공의료 AI 선도모델 공유
복지부, '공공의료 AI 고속도로' 구축으로 지역 간 의료격차 해소
17일 경기도 성남시 분당서울대학교병원 2층에 위치한 특수검사부. 의료진이 환자의 심초음파 영상을 모니터에 띄우자 인공지능(AI) 기반 심초음파 분석 소프트웨어가 심장의 81가지 지표들을 단숨에 측정해냈다. 전문의가 수작업으로 하면 8~9분이 걸리던 판독 업무가 단 1분 만에 완료됐다. 고가의 장비나 별도 워크스테이션 없이는 측정이 불가능했던 심근변형률(strain) 분석도 AI가 자동으로 제공했다.
윤연이 분당서울대병원 순환기내과 교수는 "심장은 복잡한 구조를 가지고 끊임없이 움직이기 때문에 영상 획득과 여러 지표를 측정하는 일 모두 고도의 숙련도와 시간이 필요하다"며 "AI 솔루션이 수십 장의 에코 영상을 자동으로 분류하고, 분류된 영상에 따라 필요한 측정값을 곧바로 산출해주니 심장초음파 검사와 판독에 걸리는 시간이 크게 단축돼 평소보다 약 30% 더 많은 환자를 검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병원 측은 지난 1년간 이 소프트웨어를 검증한 결과 전문의의 판독 결과와 일치율(PCC)이 0.95에 달해 충분한 안전성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윤연이 분당서울대학교병원 순환기내과 교수(왼쪽)가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에게 인공지능(AI) 기반 심초음파 분석 소프트웨어를 이용해 환자의 심초음파 지표를 측정하고 영상을 판독하는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분당서울대학교병원.
다른 진료실에선 의사와 환자의 대화를 실시간으로 기록하고 핵심 내용을 요약해 주는 'AI 스크라이브(Scribe)' 시스템이 시범 운영 중이었다. 의사가 환자를 진료하면서 증상을 묻고 대답을 들어 일일이 컴퓨터에 입력하는 대신 AI가 자동으로 진료 내용을 정리해주는 방식이다. 김정은 분당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의무기록지를 작성하느라 컴퓨터 자판을 치는 대신 환자와 직접 눈을 맞추며 깊이 있는 대화에 집중할 수 있다"며 "진료의 질과 환자 만족도 모두 높아졌다"고 말했다. 이 기술은 단순히 행정 부담을 줄여주는 것을 넘어 향후 진단코드나 처방까지 제안하는 수준으로 발전해 의료진의 의사결정을 지원해 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은 이날 분당서울대병원에서 김영태 서울대병원장, 송정한 분당서울대병원장, 양동헌 경북대병원장, 김인희 전북대병원 진료부원장 등 주요 권역책임의료기관장들과 함께 '공공의료 인공지능 전환(AX) 확산을 위한 정책 간담회'를 열고 진료 현장의 AI 혁신 사례들을 공유했다.
분당서울대병원의 경우 환자 안전의 최전선이라 불리는 투약 관리에서도 AI가 활약하고 있다. 이 병원이 구축한 '폐쇄형 투약관리(CLMA)' 시스템은 RFID와 바코드를 기반으로 의사의 처방과 실제 투약을 실시간으로 대조한다. 10년간의 로그 분석 결과, 시스템 도입 전 1.22%에 달했던 잠재적 투약 오류는 실제 투약 단계에서 0.0002%까지 줄었다.
서울대병원은 네이버와 공동 개발한 자체 의료특화 거대언어모델(LLM) '케이메드(KMed).ai'를 공개했다. 이 모델은 방대한 의무기록들을 요약하고 복잡한 요양급여 기준과 최신 논문을 기반으로 한 진료 권고안까지 실시간으로 제공해 의료진의 의사 결정을 돕는다. 이형철 서울대학교병원 헬스케어AI연구부원장은 "지난해 의사 국가고시 평가에서 96.4점, 최근엔 98점을 기록할 만큼 정교한 의학적 판단력을 갖췄다"며 "세계 최고 수준의 의료 특화 모델을 보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북대병원은 '인공지능 기반 의료혁신센터'를 중심으로 대구·경북 지역의 19개 응급의료기관과 소방본부를 연계해 스마트 응급이송 체계를 구축했다. 고성능 GPU 인프라를 활용해 응급실 내원 환자의 심정지 위험을 조기에 예측하고 중증도를 실시간으로 분류해 최적의 병원을 연결, 골든타임을 사수한다. 전북대병원은 생성형 AI 에이전트인 '닥터펜슬(Doctor Pencil)'을 통해 의료진이 복잡한 서식 작성 업무에서 해방돼 환자와 마주 보는 시간을 늘렸다. 또 뇌경색 진단 보조 기술을 통해 응급 상황에서의 신속한 치료 결정을 돕고 있다.
참석자들은 다만 공공의료의 인공지능 전환(AX)이 각 지역과 1, 2차 의료기관까지 확산하기 위해서는 개별 병원의 디지털화를 넘어 기관 간 데이터가 유기적으로 공유되고 연결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또 의료 AI 혁신이 지속될 수 있도록 GPU 등 컴퓨팅 자원과 소프트웨어 유지보수 비용에 대한 지원 등도 정부에 건의했다.
정성문 경북대병원 인공지능기반의료혁신센터 교수는 "지역거점병원이 고난도 의료 서비스를 안정적으로 제공하기 위해서는 병원 간 데이터 연결과 더불어 대규모 데이터를 처리할 수 있는 GPU 등 고성능 인프라 확보가 필수적"이라며 "소프트웨어 구독료 및 유지보수 비용, 알고리즘을 지속해서 업데이트하고 고도화할 수 있는 관리체계 등 정부 차원의 지원이 뒷받침된다면 지역완결형 스마트 공공의료 구축에 큰 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이같은 국립대병원의 혁신 모델을 전국으로 확산하기 위해 제2차관을 단장으로 하는 '인공지능 기본의료 추진단'을 가동한 데 이어 올해 상반기 중 '인공지능 기본의료 전략안'을 확정해 발표할 계획이다. AI 기술을 활용해 1, 2, 3차 의료기관 간의 진료 연계를 획기적으로 강화함으로써 지역 간 의료격차, 필수·공공의료 공백을 해소하고 국민이 전국 어디서나 필요한 수준의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돕는 '공공의료 인공지능 고속도로'를 구축하는 것이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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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은경 복지부 장관은 "AI가 오진 등 법적 책임 소재에 대한 우려가 있지만, 최종 판단은 항상 의사가 담당하는 '서포팅 툴'로서 안전하게 관리될 것"이라며 "이번 간담회에서 논의된 AI 협력 운영체계 구축과 재정 지원, 규제 완화 등의 과제들을 적극적으로 반영해 국립대병원이 AX의 전초기지 역할을 다할 수 있도록 전폭적으로 지원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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