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전 없다'는 이란·이스라엘…출구전략 못 찾는 트럼프
이스라엘, 이란 지도부 사살 작전 이어갈 듯
모즈타바 "휴전없다"…UAE 에너지 시설 공격
이스라엘이 이란의 안보 수장을 제거한 뒤 "지도부 사살 작전을 이어가겠다"고 하자, 이란이 "휴전은 없다"며 반박하고 나섰다. 양측의 날선 공방에, 종전 출구전략을 모색해야 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고민이 깊어졌다.
최근 한국을 비롯한 동맹국에 호르무즈 해협 공동 호위 작전을 펼치자고 요구했음에도 거절하자, "더 이상의 도움은 필요 없다"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기도 했다. 비동맹인 아랍에미리트(UAE) 정도가 동참 의사를 밝혔지만, "미군 대신 타국 군대를 보냈다"거나 "공동 호위로 전쟁 책임을 분산했다"는 식의 선전 효과를 노릴 출구전략으로 쓰기에는 역부족다.
극단으로 치닫는 이란-이스라엘
이스라엘은 이란의 안보 수장 격인 알리 라리자니 최고 국가안보회의 사무총장이 이스라엘군의 표적 공습에 의해 사망했다고 17일(현지시간) 밝혔다. 카츠 이스라엘 국방부 장관은 이날 TV 성명을 통해 "어젯밤 이스라엘군 공습으로 라리자니가 제거됐다"고 말했다.
특히 카츠 장관은 이란 지도부 암살 작전이 계속될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그는 "이란 정권의 지도부를 계속 추적하도록 이스라엘 방위군(IDF)에 지시했다"고 덧붙였다.
이스라엘의 공세에 이란의 반격도 거세질 전망이다. 라리자니 사무총장이 사망하면서 이란의 강경파 입지가 더 강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라리자니 사무총장이 이란의 안보 총괄권을 가진 실권자였다. 그러나 이란 내 '온건파'로 꼽히는 인물이었다.
런던의 싱크탱크 채텀하우스의 사남 바킬은 "라리자니 사무총장은 서방과 소통할 가능성이 가장 높은 정권의 핵심 인물"이었다며 "그의 죽음으로 인해 검증되지 않은 어쩌면 알려지지 않은 강경파 인물이 등장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뉴욕타임스(NYT)는 라리자니 사무총장의 암살은 미국과의 협상력을 가진 것으로 여겨졌던 영향력 있는 실용주의자를 제거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며, 이란이 강경한 입장을 취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고 믿는 강경파 지도자들을 더욱 부추길 수 있다고 전했다.
이란 "휴전 없다"…UAE 에너지 인프라 공격
이란은 강경한 대응을 예고했다. 라리자니 사무총장의 암살 보도 후 이란의 새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모즈타바 하메네이는 제3국을 통해 전달된 '미국과의 긴장 완화와 휴전 제안'을 거부했다.
익명을 요구한 관계자는 로이터통신 등 외신을 통해 모즈타바 최고지도자가 중재국 2곳에서 전달받은 휴전안을 거절했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최고 지도자는 미국과 이스라엘이 무릎을 꿇고 패배를 인정하며, 그에 따른 배상금을 지불하기 전까지는 평화를 논할 적기가 아니라고 강조했다"고 말했다.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인질로 삼고, 중동 지역으로 전선을 확대하며 대항하고 있다. 전력은 미국에 비해 쳐지지만, 중동 전역을 불안정하게 만들어 미국의 비용을 높이는 전략이다. 네이트 스완슨 애틀랜틱 카운슬 선임 연구원은 포린어페어스를 통해 "이란은 매일 대규모 군사적 성공을 거둘 필요는 없다"며 "이란 정권은 지역 파트너, 시장, 그리고 미국 대중을 불안하게 만들 만큼 주기적으로 피해를 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도움은 필요없다"…어려워진 출구전략
이란과 이스라엘의 강경 대립에 트럼프 대통령의 셈법이 복잡해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쟁이 "곧 끝날 것"이라는 점을 지속적으로 강조해왔다. 이란 전쟁으로 국제유가가 치솟고 증시가 급락하면서 반전 여론이 커지자, 장기전 우려를 불식시키는데 주력했다.
최근에는 한국을 비롯한 7개국에게 호르무즈 해협 선박 호위 작전을 요청하면서 종전 출구전략으로 활용하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7개국이 필요한 원유의 대부분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고, 7개국 대부분에 미군이 주둔하고 있다는 점에서 책임을 질 것을 요구했다. 공동으로 선박을 호위하면서 전쟁의 군사적·경제적 책임이 타국으로 분산되면 미국은 전쟁에서 빠져나오기 좋은 모양새를 만들 수 있다. 이는 해외 전쟁 참여 반대를 외치며 등을 돌린 트럼프의 지지층(MAGA)을 되돌릴 좋은 명분이 된다.
다만 각국은 이를 거절하거나 신중한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을 통해 "미국이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NATO) 동맹국들로부터 중동의 테러 정권 이란에 대항하는 우리의 군사 작전에 관여하고 싶지 않다는 통보를 받았다"며 "저는 그들의 이러한 행동에 놀라지 않는다. 왜냐하면 저는 우리가 이 국가들을 보호하기 위해 매년 수천억 달러를 지출하는 나토를 항상 '일방통행로'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그들을 보호하겠지만, 그들은 우리를 위해 아무것도 하지 않을 것이다. 특히 우리가 필요로 할 때 말이다"라고 불만을 드러냈다. 이는 미국의 안보 지원을 받는 동맹국들이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에 일정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는 인식이 여전히 존재하는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는 "우리가 군사적 성공을 거두었기에 더 이상 나토 국가들의 도움이 '필요'하지도, (도움을) 원하지도 않는다. 사실 필요했던 적도 없다"고 밝혔다. 이어 "일본, 호주, 한국도 마찬가지"라며 "세계에서 단연코 가장 강력한 국가인 미국의 대통령으로서 말하건대, 우리는 그 누구의 도움도 필요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명분 없는 전쟁 반대"
트럼프 대통령의 출구전략 구성에 시간이 필요해졌는데, 미 행정부에서는 동요의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고위 당국자가 전쟁의 정당성에 의문을 제기하며 사임했다. 이란 전쟁과 관련해 자진 사퇴한 첫 사례다. 조셉 켄트 미국 국가대테러센터(NCTC) 국장은 이날 "양심상 이란에서 진행 중인 전쟁을 지지할 수 없다"며 사의를 표명했다. 그는 "이란은 우리나라에 즉각적 위협이 되지 않았으며, 우리가 이 전쟁을 시작한 것은 이스라엘과 이스라엘의 미국 내 강력한 로비에 의한 압박 때문임이 분명하다"고 설명했다.
켄트 국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열성 지지자이자, 충성도 높은 미군이었다는 점에서 파장이 일고 있다. 그는 미 특수부대 소속으로 중동에 11차례 파병된 경험을 갖고 있다. 그의 아내 역시 군 암호해독가로 근무 중 2019년 시리아에서 자살폭탄 테러로 사망했다고 알자지라는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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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다음 세대에 아무런 이득을 주지 못하고, 희생에 대한 정당한 대가도 없는 전쟁터로 미국민을 보내 죽게하자는 것을 지지할 수 없다"고 밝혔는데, 이는 이란전쟁에 대한 MAGA의 불만과 맥을 같이 한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켄트 국장의 사임에 관해 "안보 문제에 약한 인물"이라고 일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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