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지주, 프리미엄 요양시장 키운다
부족한 프리미엄 시설에 대기자 몰려
시설 당 수백명 대기자 줄섰다
고급 돌봄 수요 커지며 금융권 본격 진입
질 높은 서비스 앞세워 요양 시장 변화

월 400만원에 가까운 비용에도 프리미엄 요양시설 입주를 기다리는 500명 안팎의 대기자가 몰리고 있다. 국가 지원금을 중심으로 운영돼 온 기존 요양시설과 달리, 질 높은 서비스를 내세운 '프리미엄' 요양 시장이 형성되기 시작한 모습이다. 강력한 자본력을 갖춘 금융지주가 대규모 프리미엄 요양시설 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면서, 개인 사업자 중심으로 형성돼 온 국내 요양 시장에 변화의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서울 강동구에 위치한 KB골든라이프케어 프리미엄 요양시설 '강동 빌리지' 전경. 이은주 기자

서울 강동구에 위치한 KB골든라이프케어 프리미엄 요양시설 '강동 빌리지' 전경. 이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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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양원이 아니라 집처럼 느껴야"…KB 강동 빌리지 가보니

"우리는 절대로 요양원이라는 말을 쓰지 않습니다. 요양시설이 아니라 자신의 집처럼 느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서비스의 핵심이에요. 내부에서도 새로운 입주자를 설명할 때 '이사 오는 어르신이 있다'고 표현합니다. 시설 내 어디에서도 요양원이라는 단어를 찾아볼 수 없습니다."


17일 서울 강동구에 위치한 KB골든라이프케어의 프리미엄 요양시설 '강동 빌리지'. 진현화 시설장은 해당 빌리지를 이렇게 설명했다. 실제로 내부 어디에서도 '요양원'이라는 단어는 찾아볼 수 없었다. 진 시설장은 "침대 하나조차도 300만원에 가까운 고급 브랜드를 고심해 선택했다"며 "입소 노인들이 마지막 삶의 시간을 주거 공간처럼 머무를 수 있도록 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고 설명했다.

시설 내부에서 느껴지는 분위기도 일반적인 요양시설과는 확연히 달랐다. 조용한 대형 아파트 단지 옆에 위치한 건물은 외관부터 일반 주택처럼 깔끔하고 아늑했다. 내부 역시 밝고 정돈된 환경으로, 흔히 떠올리는 어둡고 폐쇄적인 요양시설 이미지와는 거리가 멀었다. 지하철 5호선 상일동역에서 마을버스로 약 10분 거리에 있어 접근성도 준수했다.


강동 빌리지는 KB골든라이프케어가 지난해 11월 개소한 프리미엄 요양시설이다. 위례(2019년), 서초(2021년), 은평(2025년), 광교(2025년)에 이어 다섯 번째로 선보인 시설로, KB는 기존 시설에 대한 높은 수요를 반영해 도심 내 접근성이 좋은 입지를 중심으로 확장을 이어가고 있다. 현재 시설마다 500여명의 대기자가 줄을 선 상태다. 진 시설장은 "특히 서초와 위례는 완전히 만실 상태"라며 "해당 시설에 입주 신청을 하지 못한 강남권 보호자들이 최근 강동 빌리지를 선택하고 있다"고 말했다. 강동 빌리지는 개소 3개월여 만에 1인실 48실이 모두 찼다. 정원은 2인실을 포함해 144명이다.

서울 강동구에 위치한 KB골든라이프케어의 프리미엄 요양시설 '강동 빌리지 내부 풍경. 이은주 기자

서울 강동구에 위치한 KB골든라이프케어의 프리미엄 요양시설 '강동 빌리지 내부 풍경. 이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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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동 빌리지는 KB금융이 직접 부지를 매입하고 시설을 지은 만큼 건축의 시작 단계부터 노인 친화적 공간으로 설계됐다. 지하 1층부터 옥상까지 총 7층 규모 건물로 이뤄져 있는데, 2층부터 5층까지 모든 층에 물리치료실이 있고 각각의 물리치료사가 근무한다. 일반 요양시설의 경우 층마다 별도의 치료실이 배치된 사례는 드물다. KB금융은 건물 내 다른 층으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낙상 위험 자체를 줄이기 위해 이 같은 구조를 설계했다고 설명했다.

사물인터넷(IoT) 기반 안전 시스템도 돋보인다. 침실과 화장실 곳곳에 비상벨이 설치돼 있고, 침대에는 낙상 방지 장치와 움직임 감지 시스템이 탑재돼 있다. 취침 중 일정 시간 움직임이 없으면 즉시 경보가 울리는 방식이다. 인력도 일반적인 요양시설과는 차이가 있다. 이날 기준 입주자 89명에 직원 103명이 배치돼 있다. 입주자보다 직원 수가 많은 구조로, 돌봄의 밀도를 높이기 위한 설계다. 간호 인력도 모두 간호조무사가 아닌 간호사라는 설명이다. 서비스 수준이 높은 만큼 비용도 높은 편이다. 노인장기요양보험법에 따라 요양시설은 보증금을 받지 않고 월 이용료를 받는데, 1인실 본인부담금은 380만~390만원 수준이다. 현장에서 확인한 이곳은 자본력을 앞세운 법인형 프리미엄 요양시설이 어떤 지향점을 갖는지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였다.

서울 강동구에 위치한 KB골든라이프케어의 프리미엄 요양시설 '강동 빌리지 내부 침대. 낙상 방지를 위한 시스템이 설치되어 있다. 이은주 기자

서울 강동구에 위치한 KB골든라이프케어의 프리미엄 요양시설 '강동 빌리지 내부 침대. 낙상 방지를 위한 시스템이 설치되어 있다. 이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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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한은 데이케어·실버타운, 하나는 종합 라이프케어

최근에는 KB뿐만 아니라 신한·하나·삼성 등도 각기 다른 전략으로 시니어 주거·돌봄 시장에 진입하며 사업 모델을 확장하고 있다.


신한금융은 자회사 신한라이프케어를 통해 올해 1월 하남 미사에 64명 규모의 프리미엄 요양시설 '쏠라체 홈 미사'를 개소했다. 이곳은 심리 상담과 치매 예방 등 정서 케어 프로그램에 특화된 것이 강점이다. 특히 입소자의 건강 상태와 영양 수치를 고려해 개인별로 다른 메뉴를 제공하는 '맞춤형 식단' 서비스를 도입했다. 신한금융 측은 "입소자의 심리적·정서적 안정을 위한 프로그램 차별화에 가장 큰 무게를 뒀다"고 설명했다. 본인 부담금은 1인실 기준 400만 원대다.


이와 함께 신한은 프리미엄 시설에 그치지 않고, 다양한 가격대와 유형의 서비스 포트폴리오를 구축하는 데 공을 들이고 있다. 시니어 케어 시장에서 장기적으로 자리 잡기 위해 폭넓은 운영 역량을 축적하겠다는 포석이다. 실제 재작년 분당 이매동에 주간 보호 서비스인 '데이케어센터'를 열었으며, 현재 은평과 위례에서는 실버타운(주거 공간) 조성을 추진 중이다. 신한금융 관계자는 "프리미엄 요양시설부터 데이케어, 실버타운에 이르기까지 전방위적인 서비스 라인업을 갖춰나갈 계획"이라며, "부산 해운대 등 지역 거점 요양시설 개발도 지속적으로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하나금융은 이제 막 프리미엄 요양 사업에 시동을 건 단계다. 하나금융은 자회사 하나더넥스트 라이프케어를 지난해 설립했다. 고양시 지축동에 약 512평 규모 부지를 150억원에 매입하고, 정원 약 150명 규모 시설의 개소를 준비하고 있다. 하나금융 관계자는 "금융과 비금융을 결합한 라이프케어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신사업 차원에서 뛰어들었다"고 설명했다. 아직 운영 단계에 들어가지는 않았지만, 단순 요양시설을 넘어 그룹 차원의 종합 시니어 서비스로 확장하려는 구상이다.


신한라이프케어가 올해 1월 하남 미소에 개소한 '쏠라체 홈 미사'의 내부 모습. 신한금융 홈페이지 화면 갈무리

신한라이프케어가 올해 1월 하남 미소에 개소한 '쏠라체 홈 미사'의 내부 모습. 신한금융 홈페이지 화면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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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고급형' 실버타운 운영…월 보증금 최대 14억3000만원

보험 계열사를 둔 삼성 또한 프리미엄 서비스를 중심으로 고품질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삼성생명은 지난해 자회사 삼성노블라이프를 출범시키고, 삼성공익재단이 운영해온 프리미엄 실버타운 '삼성 노블카운티'를 인수했다. 삼성은 노블카운티의 토지와 건물 등 부동산 권리를 포함해 4225억원을 출자했다. 노블카운티는 60세 이상 노인이라면 누구나 입소할 수 있는 고급형 실버타운으로 보증금과 월 이용료를 받는다. 노블카운티의 보증금은 1인실 기준으로 최대 14억3000만원, 월 이용료는 약 41만원 수준이다. 3년 계약이 기본이다. 수영장과 피트니스, 골프시설 등을 갖추고 지역사회와 공간을 공유하는 구조가 특징이다.


금융지주와 삼성이 제공하는 요양 서비스는 대부분 높은 질을 지향한다. 그만큼 가격도 높다. 국가 지원금 외 개인이 내야 하는 금액이 400만원대에 달한다. 반면 개인 사업자가 운영하는 일반 요양시설은 이용자가 부담해야 하는 금액이 많지 않다. 국가가 장기요양보험을 통해 약 150만원~190만원 수준의 비용을 지원하는데, 대부분의 요양시설이 국가 지원금에만 크게 의존해 운영되고 있기 때문이다. 시설들이 자체 수익을 충분히 내기보다 국가 지원금을 받아 운영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는 공용 공간이나 재활·건강 지원 시설이 충분히 갖춰지지 못하고 있는 배경이기도 하다. 80대 부모님의 요양시설을 알아보고 있는 50대 A씨는 일반 시설들을 둘러보면서 "누워서 죽을 날만 기다리며 시간을 보내는 공간이라는 인상을 지우기 어려웠다"며 "충분한 경제력이 있다면 고급형 시설에 부모님을 보내드리고 싶은 게 너무나 당연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높은 가격에도 금융지주들은 노인 요양 사업을 안정적인 순이익을 낳는 구조로 전환하기까지는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요양시설은 경우 직접 토지를 매입해야 하는 등 초기 투자 비용이 매우 큰 구조이기 때문이다. 규모의 경제를 달성해 이익을 내야 하는데 아직은 대부분 사업 초기 단계이기도 하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시간이 지나 더 많은 인프라를 투자하고 수십 개 이상 시설을 운영하게 되는 시기가 오면 확실한 이익으로 전환해 나갈 수 있는 시기가 올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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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금융지주들이 이 시장에 뛰어든 것은 단기 수익보다 계열사 고객에 대한 로열티 제고와 '락인 효과' 때문이다. 자산관리와 연금, 상속에 이어 요양 서비스까지 연결하면 고객을 수십 년 단위로 확보할 수 있는 구조를 구축할 수 있다. 예를 들어 KB금융지주는 서울 역삼센터 내 골든라이프센터에서 보험 서비스와 상속·은퇴 상담을 함께 제공하면서 요양시설 라인업도 함께 안내하고 있다. 센터 내 1인실 모델룸을 만들어 놓고, 관심이 있는 고객을 빌리지로 안내한다. 업계에서는 이를 고객 접점을 노년기 돌봄까지 확장하는 전략으로 보고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산업화 시기를 거치며 금융도, 고객도 함께 성장해왔다"며 "사망보험금만 지급하는 관계를 넘어, 생의 마지막 시기까지 케어를 제공하겠다는 의미도 두고 있다"고 말했다.


이은주 기자 golde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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