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5성급 호텔경험"…페어몬트김, 한달 만에 '완판' 비결
이대건 페어몬트 앰배서더 서울 총주방장 인터뷰
5성급 호텔 최연소 총주방장의 PB실험
업계 최초 '페어몬트 김' 출시
외국인 관광객 '필수 쇼핑템' 주목
GS리테일과 협업 유통 채널 확대…수출도 검토
"호텔에서 김을 파는 곳은 없었습니다. 그래서 '한번 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죠."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에 위치한 페어몬트 앰배서더 서울의 이대건 총주방장은 '페어몬트 김'의 출발점을 이렇게 설명했다. 국내 5성급 호텔 최연소 총주방장이자 개관 초기부터 호텔을 이끌어온 그는 가장 익숙한 반찬인 김에서 오히려 새로운 가능성을 봤다.
아이디어는 비교적 단순했다. 그는 "관광객들이 김을 많이 사가는 만큼, '호텔이 만든 김'이라는 새로운 이미지를 만들 수 있겠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익숙한 식재료지만, 호텔이라는 맥락을 입히면 전혀 다른 상품이 될 수 있다는 계산이었다.
실제로 김은 최근 K푸드 열풍 속에서 외국인 관광객들이 '필수 쇼핑템'으로 꼽힌다. 휴대와 보관이 용이하고 가격 접근성이 높다는 점에서 기념품 수요가 꾸준히 늘고 있다. 이 셰프는 "집에서 먹다 '페어몬트 김'이라고 인식되는 순간, 호텔 경험이 이어진다"며 "편하게 즐길 수 있으면서도 호텔 브랜드를 자연스럽게 알릴 수 있는 아이템이라고 봤다"고 설명했다.
제품 개발은 빠르게 진행됐다. 지난해 10월 월간 경영 회의에서 처음 제안된 이후, 경영진 승인 이후 3개월만에 제품이 완성됐다. 출시 전부터 반응은 예상을 웃돌았다. 호텔 뷔페 레스토랑 '스펙트럼' 조식에 먼저 제공하자 고객들이 "어디서 살 수 있느냐"는 문의를 쏟아냈다.
정식 판매는 지난달 13일 시작됐다. 한 달 남짓한 기간 동안 약 200세트가 판매됐고, 봉수 기준으로는 5400봉에 달한다. 특히 초기 생산 물량 1만5000봉이 한달 만에 소진되면서 추가 생산에 들어갔다. 이 셰프는 "당초 4개월 판매를 예상했던 계획보다 훨씬 빠른 속도"라며 "스펙트럼에서 조·중·석식으로 지속 노출되면서 자연스럽게 구매로 이어지는 구조가 형성됐다"고 분석했다.
이 같은 성과는 '호텔식 개발 방식'에서 비롯됐다. 페어몬트 서울은 단순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이 아닌 직접 개발을 택했다. 김 생산업체 10여 곳을 대상으로 블라인드 테스트를 진행한 끝에 광천김을 최종 파트너로 선정했고, 이후 원초 경매가 이뤄지는 충남 서천 송석항까지 직접 찾아가 원재료부터 점검했다.
세부 공정에서도 호텔 기준이 적용됐다. 이 총주방장은 "김은 1~2초의 굽기 차이, 기름 배합, 염도에 따라 맛이 완전히 달라진다"며 "6~7차례 테스트를 거쳐 가장 균형 잡힌 지점을 찾았다"고 설명했다. 위생 관리 역시 생산 공정 전반을 직접 확인하는 방식으로 강화했다.
판매 채널도 확장 중이다. 현재 호텔내 판매를 중심으로, GS리테일과의 협업을 통해 오프라인 유통 진출도 검토하고 있다. 패키징을 달리해 가격대를 조정하는 방안이 논의 단계다. 전 세계 100여개 페어몬트 네트워크를 활용한 글로벌 확장도 추진하고 있다. 이 셰프는 "아시아 퍼시픽 줌 미팅 당시 필리핀과 싱가포르에서 높은 관심을 보였다"며 "광천김의 유통망을 바탕으로 수출도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시도는 호텔업계 전반으로 확산되는 흐름이다. 객실 매출 의존도를 낮추고 브랜드 경험을 외부로 확장하기 위한 전략으로, PB 상품 경쟁이 본격화하고 있다. 이미 호텔업계 김치는 성과를 내고 있다. 조선호텔앤리조트는 김치 사업으로 지난해 540억원 매출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23.8% 성장했고, 워커힐도 김치를 앞세워 미국 수출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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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어몬트 서울 역시 PB 상품을 단순 매출원이 아닌 '브랜드 마케팅' 수단으로 보고 있다. 이 셰프는 "매출도 중요하지만, 페어몬트라는 이름을 더 많은 고객에게 알리는 것이 더 큰 목적"이라며 "호텔이 가진 경험을 일상으로 가져가는 시도를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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