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범죄자 라이더 못 거른다"
법·플랫폼 사각지대 여전
기존 배달기사는 그대로, 소급적용 '구멍'
플랫폼 재검증 절차 없이 범죄이력 방치
법원 판단 이유, 취업제한 사실상 무력화

서울 중랑구에서 초등학생 두 아이를 키우는 학부모 한모씨(49)는 요즘 배달 음식을 시킬 때마다 가슴이 조마조마하다. '성범죄자 알림e'에 뜬 인물이 동네에서 배달한다는 소문이 돌기 시작한 것이다. 한씨는 "공동현관 비밀번호까지 자유자재로 누르고 드나드는 배달기사가 혹시 강력범죄자는 아닐까 걱정스럽다"며 "아이들만 있을 때 사고가 날까 무섭다"고 털어놨다.


성범죄·마약 등 강력범죄자의 배달업 종사를 막는 법안이 시행된 지 1년이 지났지만, 소급 적용이 안 되거나 플랫폼에서 관련 절차를 마련하지 않아 사각지대가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제도적 보완은 물론, 플랫폼 차원의 책임 있는 검증 절차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2024년 9월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전자발찌를 찬 배달 라이더 목격담이 공개됐다. 사진은 온라인 커뮤니티 '보배드림'에 게재된 전자발찌를 찬 배달 라이더의 사진.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지난 2024년 9월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전자발찌를 찬 배달 라이더 목격담이 공개됐다. 사진은 온라인 커뮤니티 '보배드림'에 게재된 전자발찌를 찬 배달 라이더의 사진.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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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 바꿨지만 '소급 적용' 안 돼 사각지대

18일 법무부와 배달 업계 등에 따르면 지난해 1월 '생활물류서비스산업발전법(생물법)' 개정안이 시행됐다. 개정안에 따라 살인·강간·강도·유괴·마약 등 강력범죄 전력이 있는 자는 2~20년간 배달기사 등 소화물배송대행서비스사업에 종사할 수 없다. 배달 사업자는 기사를 채용할 때 범죄경력을 확인해야 하는 의무가 생겼다.

그러나 이 법 시행령은 '신규 채용'에 한해서만 이 같은 제한을 적용하고 있어 기존에 계약이 된 기사라면 계속 배달업에 종사할 수 있다. 소급 적용이 되지 않는 사각지대가 생긴 셈이다. 법 시행 전 이미 계약을 한 경우에는 범죄경력조회 대상에서도 제외된다. 플랫폼 특성상 계약 갱신 절차도 없어 과거 라이더로 등록했다면 강력범죄 전과자도 제약 없이 배달 일을 계속할 수 있는 것이다.


아시아경제가 인터뷰한 5년 차 이상 기사 10명은 모두 법 시행 이후로도 플랫폼에서 범죄경력 재확인을 요구받은 적이 없다고 밝혔다. "일단 등록하면 10년이고 20년이고 재확인 절차는 없다"는 것이다. 이렇다 보니 기사들 사이에서도 우려가 나온다. 국내 대표 배달기사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범죄자 몇 명 때문에 성실한 라이더들까지 의심받는다"고 토로하는 글이 적지 않다.

플랫폼들은 '현실적 어려움'을 이유로 뒷짐을 진 모습이다. 한 배달 플랫폼 관계자는 "전국 배달기사 규모가 40만명에 육박하는데 법적 강제성 없이 기존 종사자 전체를 전수조사하는 건 무리"라며 "개인정보 보호 때문에 범죄경력을 수시로 조회할 권한도 플랫폼에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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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발찌 대상자'도 우리집 현관 드나든다

문제는 고위험군으로 분류된 위치추적 전자장치(전자발찌) 착용 대상자까지 여전히 배달업에 종사할 수 있다는 점이다. 2019년 기준 감독 대상자 3296명 중 일용직 종사자가 633명(19.2%)으로 분류됐는데, 당시 국회에선 이들 중 상당수가 배달기사라는 지적이 제기된 바 있다.


이후 법무부는 관리 효율을 위해 배달기사를 '일용 노동'이 아닌 '기타' 항목으로 분류하기 시작했다. 올해 1월 기준 전자발찌 착용 대상자 3231명 중 기타 업종 종사자는 428명(13.2%)으로 집계됐지만, 이 중 배달기사의 정확한 수는 공개되지 않고 있다. 법무부 관계자는 "준수사항 위반 여부를 확인해 관리를 강화하고 있다"면서도 "여전히 일부 존재하는 게 사실"이라고 했다.


법무부는 야간 시간대 외출 제한이나 특정 지역 출입금지 등 '특정업종 근무제한' 준수사항으로 배달업 종사를 실질적으로 제한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이 사항들만 피하면 여전히 배달기사로 일할 수 있다. 법무부 관계자는 "법원이 상당한 이유가 있다고 인정해야 준수사항을 변경할 수 있는데 직업 선택의 자유 등을 이유로 기각하면 막을 근거가 없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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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는 이 같은 현실을 '심각한 모순'이라고 지적한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국가가 전자발찌를 채워 감시하면서도 정작 이들이 시민의 현관문 앞까지 접근하는 상황이 합법적으로 방치되는 건 심각한 모순"이라며 "플랫폼도 구조적 특성을 방패 삼아 사회적 책임을 외면할 게 아니라, 계약 갱신을 통해 범죄 이력을 재확인하는 등 허점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호수 기자 lak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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