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원전] 국내선 신규 원전 유치전…해외선 "원전 짓자" 제2의 붐
중동 위기 속 원전 발전단가 재조명
울산·영덕 등 신규 원전 유치 움직임…SMR 놓고도 지역 경쟁
체코 두코바니 수주 계기 원전 산업 생태계 기대감 확대
중동 사태로 국제 에너지 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지며 원자력 발전이 다시금 핵심 에너지원으로 부상하고 있다. 고유가 시대의 가격 경쟁력과 탄소중립이라는 시대적 과제를 동시에 해결할 '에너지 안보의 보루'로 재평가받고 있다.
"기름값 무서운데 원전이 효자"…15년 만에 최대 발전 비중
원전이 재조명받는 일차적 이유는 압도적인 '가격 경쟁력' 때문이다. 원전은 연료비 비중이 낮아 국제 유가나 천연가스(LNG) 가격 변동에 휘둘리지 않는다. 에너지 대란 속에서도 전력 생산 비용을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카드인 셈이다.
국내 전력 시장에서 원전의 존재감은 독보적이다. 전력거래소에 따르면 최근 원전 발전 비중은 약 32%를 기록하며 액화천연가스(LNG)와 석탄을 제치고 최대 발전원으로 올라섰다. 이는 15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으로, 에너지 안보 차원에서 원전의 전략적 가치가 입증된 결과다.
"우리 동네에 지어달라"…지자체, '수조원대' 경제 효과 기대
과거 기피 시설로 인식되기도 했던 원전은 이제 지자체들이 앞다투어 유치하려는 '지역 경제의 구원투수'가 됐다. 한국수력원자력의 신규 원전 부지 공모를 앞두고 지자체 간 수주전이 뜨겁다. 대상은 대형 원전 2기와 소형모듈원전(SMR) 1기다. 대형 원전은 기존 인프라가 갖춰진 울산 울주군과 과거 건설 계획이 중단됐던 경북 영덕군이 강력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SMR은 차세대 기술 선점을 위해 경북 경주시와 부산 기장군이 유치 경쟁에 뛰어들었다.
지자체들이 적극적인 이유는 명확하다. 원전 1기 건설에 투입되는 수조원 규모의 자금은 곧 지역 일자리 창출과 산업 생태계 활성화로 직결되기 때문이다. 운영 기간 내내 유지보수 인력이 상주하며 발생하는 경제적 파급 효과도 무시할 수 없는 이점이다.
대미 투자·통상 카드 된 원전
대미투자특별법 통과로 총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에 본격 시동이 걸렸다. 한국의 1호 투자 프로젝트 후보군에는 LNG 수출 터미널 건설 또는 신규 원전 건설 등의 사업이 거론되고 있다. 미국은 웨스팅하우스를 중심으로 독보적인 원전 설계 기술을 보유하고 있지만 원전 건설 능력과 기자재 공급은 우리나라보다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는다.
미 현지에서는 텍사스 하이퍼그리드 프로젝트, 미시간 소형모듈원자로(SMR) 건설 프로젝트, 테네시 SMR 상업화 프로젝트, 남동부 원전 벨트 등을 한국이 협력할 수 있는 원전 건설 후보 지역으로 꼽는다. 트럼프 대통령은 오는 2030년 대형 원자력발전소 10기를 착공한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유럽·베트남·필리핀서 원전 수주전
최근 한수원을 필두로 한 '팀코리아'가 26조원 규모의 체코 두코바니 원전 사업을 수주하며 한국 원전 기술의 경쟁력을 다시 확인했다. 이 사업은 단순한 발전소 건설 프로젝트를 넘어 국내 원전 산업의 수출 가능성을 확대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이 프로젝트에서 약 5조6000억원 규모의 주기기 공급 계약을 체결하며 대형 수주 성과를 거뒀다. 여기에 원전 설계를 담당하는 한전기술과 발전소 정비를 맡는 한전KPS 등이 참여하며 하나의 산업 생태계를 형성한다.
또 우진, LS ELECTRIC, 효성중공업, 비에이치아이 등 계측·전력기기·플랜트 기자재 기업들도 원전 공급망에 참여하고 있다. 발전소 한 기를 건설하는 과정에서 수많은 기업이 참여하는 만큼 원전 수주 확대는 관련 산업 전반에 파급 효과가 큰 사업으로 평가된다. 업계에서는 체코 프로젝트를 계기로 유럽 시장 진출 가능성도 주목하고 있다.
체코는 두코바니 외에도 테믈린 원전 추가 건설을 검토하고 있다. 업계는 필리핀 원전 시장도 문을 두드리고 있다. 한수원과 수출입은행, 필리핀 최대 배전회사 메랄코(Meralco)는 지난 4일 신규 원전사업 협력을 위한 3자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이번 협력은 한수원의 원전 건설·운영 경험과 수은의 금융 지원 역량, 메랄코의 현지 전력 사업 경험을 결합한 통합적 협력 모델로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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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주현 단국대 에너지공학과 교수는 "유럽은 러시아 가스 의존 이후 에너지 가격이 급등하면서 큰 어려움을 겪었고, 그 경험이 원전 재검토로 이어지고 있다"며 "전기요금이 급등하면서 에너지 가격을 낮추지 않으면 생활이 어려운 상황까지 간 국가들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상황에서는 안정적인 전력 공급이 가능한 원전을 다시 고려할 수밖에 없다"며 "에너지 안보와 가격 문제 때문에 원전을 다시 보는 흐름이 글로벌하게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세종=이동우 기자 dwle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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