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법 개정 이어 상증세까지…지배구조 논의 확산
주주가치 제고 vs 승계 부담…"한국 구조적 딜레마"
세율 인하·제도 개편 놓고 전문가 의견 엇갈려

편집자주개정 상법 시대를 맞아 한국 자본시장이 '주주자본주의'라는 새로운 전환점을 맞고 있다. 법 시행에 따른 제도적 변화는 기업 지배구조와 자본시장 관행 전반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본지는 5회에 걸쳐 개정 상법이 가져올 변화와 이에 대비한 움직임, 향후 주주자본주의 정착을 위한 제도적 과제들을 짚어본다.

①개정상법 시대 열렸다…3월 주총 키워드는
②"지금이 마지막"…상법 개정에 기업들 '지배력 방어' 총력
③'주가누르기 방지법' 본격화…전문가들 "핵심은 상증세 개편"
④"결국 기관이 움직여야" 스튜어드십 코드의 현실
⑤마지막 퍼즐은 공시제도…"주주 배제한 '결과 공시' 뜯어고쳐야"

정부와 여당이 이른바 '주가누르기 방지법'을 앞세워 상속·증여세법 개정을 추진하면서 기업 지배구조와 승계 구조를 둘러싼 세제 논쟁도 점화하고 있다. 주주권 강화에 무게를 둔 개정 상법을 계기로 촉발된 기업 지배구조 개편 논의가 상속·증여세 제도 개편으로까지 확산하는 양상이다.


특히 한국 기업들이 주주가치보다 승계 부담을 먼저 고려할 수밖에 없는 구조적 배경으로 고율의 상속·증여세가 지목되면서, 제도 전반을 개편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다만 상속세 완화가 '부자 감세' 논란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향후 논의 과정에서 적지 않은 진통이 예상된다.

"상증세 개편 논의 피할 수 없어"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달 3차 상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자마자 후속 입법 1순위로 상속·증여세법 개정을 꼽았다. 기업 승계 과정에서 상속세 부담을 줄이기 위해 주가를 인위적으로 억누르는 주가누르기 행태를 막겠다는 취지로 발의된 이소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안(상속세 및 증여세 개정안)에 재차 힘을 실은 것이다.


해당 법안은 주가순자산비율(PBR) 0.8배 미만인 상장사에 대해서는 상속·증여 시 '주가'가 아닌 비상장회사 평가 방식(자산+수익 공정가치평가)으로 과세하도록 한 것이 골자다. 여기에 이달 들어 PBR이 2년 이상 1배 미만인 상장사를 대상으로 기업가치 제고계획을 의무 공시하도록 한 '자본시장법 개정안'(김현정 의원안)까지 발의되는 등 인위적인 주가누르기를 막기 위한 투트랙(상증법·자본시장법) 행보가 확인된다.

'주가누르기 방지법' 본격화...전문가들 "핵심은 상증세 개편"[주주자본주의]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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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시장 안팎에서는 단순히 승계 과정의 주가 억누르기 관행을 규제하는 것만으로 그쳐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잇따른다. 국내 기업들이 주주가치보다 승계 부담을 먼저 고려할 수 밖에 없는 구조인만큼, 세제 구조가 바뀌지 않는 한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결국 주주자본주의로 향하는 길에서 상증세 개편 논쟁은 피할 수 없는 과제인 셈이다.


이남우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회장은 지배주주와 일반주주 사이 이해관계가 엇갈리는 배경 중 하나로 높은 상속세 부담을 꼽으면서 "주가누르기 방지법도 필요하지만 궁극적으로는 상속·증여세 합리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상속세 부담을 낮추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면서도 "(개정 상법 시행으로) 운동장이 평평해진 이후"라고 기업 지배구조 개선이 선행돼야 함도 덧붙였다.


"상속세 부담이 지배구조 왜곡" vs "부자 감세"

세제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상속세 개편 필요성이 제기된다. 우리나라 상속세 최고세율(50%)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두 번째로 높다. 특히 기업 주식에 대해서는 최대주주 할증 과세(20%)가 적용돼 최대 60%를 내야 한다. 재계를 중심으로 '징벌적 과세'라는 하소연이 쏟아지는 배경이다.


홍기용 인천대 경영학부 교수는 "상속세는 개편해야만 한다"며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만들어야 하는데 상속세율이 60%면 누가 한국에 남겠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홍 교수는 "(현행 법안은) 글로벌 스탠더드에도 맞지 않다"며 "OECD 회원 38개국 중 14개국이 상속세율이 없다"고 지적했다. 현재 OECD 회원국 중 상속세가 있는 국가들만 평균을 낼 경우 25% 수준이다. 그는 "평균에 맞게 낮추는 게 어렵다면, 미국(40%) 수준으로라도 내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 역시 "현 상속세로는 기업 경영 승계가 어렵고, 잠재 성장률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개편 필요성에 무게를 실었다. 그는 "대주주 할증 과세까지 더해 (세율이) 높은 게 근본적인 문제"라며 "기업에 징벌적인 부분도 문제다. 해외처럼 부담을 낮춰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OECD 수준만 가도 좋다. 일단 세율 체계부터 손보는 게 중요하다"고 부연했다.


반면 비판적 시각도 적지 않다. 강병구 인하대 경제학과 교수는 "상증세는 강화해야 한다"며 "세율도 세율이지만, 피상속인 가운데 실제 상속세를 내는 이들은 5%에 불과하다"고 반박했다. 강 교수는 "우리나라는 (다양한 공제, 감면으로 인해) 실효세율이 낮고 지하경제 규모가 크다"면서 "상속세 세율보다는 일단 과세 표준을 현실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호림 강남대 세무학과 교수 역시 "상증세가 나쁘단 것은 자본의 논리로, 조세정의, 헌법 가치 측면에서 어긋난다"고 선을 그었다. 결국 부자감세가 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세율 인하 대신 절충안도 부상

이처럼 상속세율 인하를 둘러싼 논쟁이 이어지는 가운데 절충안이 힘을 얻고 있다. '최대주주 20% 할증 폐지', '상장주식 물납 허용' '가업승계 제도 확대' 등이다. 상속세율 인하가 정치적으로 쉽지 않은 만큼 기업 승계 부담을 완화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먼저 마련하자는 취지다. 박훈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우리나라 상속·증여세가 높지만 실효세율이 다르다는 반론도 있고, 최고세율 완화는 정치적으로 극명히 갈리는 사안이라 추진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그렇다면 이미 중소기업에는 풀어준 최대주주 할증 평가 등을 전반적으로 풀어주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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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제 개편이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로 이어질지를 두고서도 전문가들의 의견은 엇갈린다. 홍 교수는 "상속세 개편을 해야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증시 저평가)도 해소 가능하다"고 말했다. 반면 김 교수는 "주가 부양과의 관계성은 크지 않다"면서도 "상속세는 본연의 원칙, 원리에 맞게 개편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조슬기나 기자 seul@asiae.co.kr
박승욱 기자 ty1615@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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