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여성 83% "전업주부 원해"
전문가 "사회 구조 영향 반영" 분석

아시아에서 성평등 수준이 가장 높은 국가로 평가받는 필리핀에서 여성 상당수가 여전히 사회 진출보다 가정에 더 큰 가치를 두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회가 현대화되고 여성의 권익이 신장했음에도 오히려 전통적인 성 역할에 만족하며 가정의 가치를 높게 평가하는 경향이 강화된 것이다. 이는 필리핀의 문화적·경제적 구조가 반영된 결과라는 해석이 나온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사진.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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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현지시간)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필리핀 여론조사기관 소셜웨더스테이션스(SWS)의 조사 결과를 인용해 다수의 필리핀 여성들이 "여성의 역할은 가정에 있다"는 인식에 동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보도했다.

"전업주부도 직장만큼 성취감"

조사 결과 여성 응답자의 83%가 '남성은 돈을 벌고 여성은 집과 가족을 돌본다'는 의견에 동의했다. 이는 약 30년 전인 1994년 동일한 질문에 대해 70%가 동의했던 것과 비교하면 13% 상승한 수치다.


해당 조사에서 81%의 여성은 '전업주부가 되는 것이 보수를 받는 직업을 갖는 것만큼이나 성취감이 있다'고 답했고 '직장도 좋지만 대부분의 여성은 결국 가정과 아이를 원한다'는 의견에도 75%가 동의했다.

성평등 국가의 '역설'

흥미로운 점은 이러한 인식이 국제 사회에서 평가되는 필리핀의 성평등 수준과 일정 부분 대비된다는 점이다. 필리핀은 세계경제포럼(WEF)의 성격차지수에서 아시아 국가 가운데 꾸준히 상위권을 기록해 왔다. 특히 2018년에는 아시아 국가 가운데 성평등 수준 1위를 차지했고, 여러 국제 조사에서도 성평등 국가로 평가돼 왔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사진.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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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이를 단순히 여성의 '선택'으로만 보기는 어렵다고 지적한다. 필리핀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율은 지난해 기준 약 53.5%로 남성(75.8%)보다 크게 낮은 수준이다. 노동시장 구조와 임금 격차가 존재하는 현실 속에서 많은 여성들이 가사와 돌봄을 동시에 부담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사회·경제적 구조가 만든 인식

필리핀 여성단체 가브리엘라 여성연합(GABRIELA)은 이번 조사 결과가 개인의 자유로운 선택이라기보다 사회 구조 속에서 형성된 인식일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교육과 미디어, 가정환경 등을 통해 여성의 역할을 가정 중심으로 규정하는 문화가 반복적으로 강화돼 왔다는 설명이다.


또한 여성에게 상대적으로 제한적인 일자리와 낮은 임금 수준 역시 이러한 인식을 공고히 하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안정적인 고용 기회가 부족한 상황에서는 무급 돌봄 노동이 사실상 현실적인 선택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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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전문가들은 정치권의 성차별적 문화도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을 언급한다. 일부 정치인의 여성 비하 발언 논란 등이 여성 인식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서지영 기자 zo2zo2zo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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