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이름으로 해고 변명…가치 상승 효과
기업 안팎 혼란 야기
'노동 총량 불변 오류' 부활
인공지능(AI)이 당신의 일자리를 위협할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든, AI는 이미 사회생활에서 쓰이는 한 가지 기술로 당신의 자리를 넘보고 있다. 바로, 공을 가로채는 기술이다.
핀테크 기업 '블록'의 사례를 보자. 이 회사의 주가는 지난달 말 전체 인력의 40%를 감축하겠다고 발표했다. 주가는 이후 22% 상승했다. 반면 같은 기간 주식 시장의 벤치마크인 S&P500 지수는 1.62% 하락했다.
잭 도시 블록 최고경영자(CEO)는 AI로 인해 인력을 줄였다고 설명했다. 도시 CEO는 "지능형 도구들이 회사를 설립하고 운영하는 방식을 바꿔놓았다"고 선언했다.
블록은 예외적인 사례가 아니다. 이는 하나의 증상일 뿐이다. 오픈AI의 샘 올트먼 CEO는 이런 현상에 대해 명확한 답을 내놨다. 그는 지난 2월 인도 AI 임팩트 서밋에서 기업들이 'AI 워싱'을 하고 있다고 인정했다. 어차피 단행했을 인력 감축을 AI 탓으로 돌린다는 의미다. 다시 말해, 그 기술을 판매하는 당사자조차 이러한 현상 중 일부는 허구라고 말한 것이다.
구직 정보 사이트 'Resume.org'가 채용 관리자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59%는 AI가 해고나 채용 동결의 원인이라고 강조하는 이유에 대해 "재정적 제약 때문이라고 말하는 것보다 이해관계자들이 더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실제로 어떤 직무가 AI로 완전히 대체됐다고 답한 비율은 9%에 불과했다. 이는 기술에 관한 이야기가 아니라 경영진의 솔직함에 관한 이야기다. 단지 그 이야기 속에 기술이 등장할 뿐이다.
이러한 방식이 효과적인 이유는 잘 알려져 있다. 수십년간 시장이 해고 발표에 어떻게 반응하는지 연구해온 결과, 일관된 패턴이 나타났다. 투자자들은 문제 해결을 위해 인력을 줄인다고 설명하면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같은 인력 감축이라도 문제가 닥치기 전, 선제적인 구조조정이라고 하면 부정적인 반응이 생기지 않았다. 즉, 해고 사실보다 어떻게 해고의 이유를 설명하느냐가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AI는 이러한 선제적 구조조정을 위한 가장 강력한 명분이 됐다. "우리는 AI를 중심으로 구조조정을 하고 있다"는 말은 성장 신호로 받아들여진다. "코로나19 팬데믹 동안 과도하게 채용했고 매출이 약화됐다"로 설명했다면 경영상 과오를 인정하는 신호로 읽혔을 것이다.
모든 것이 AI라는 블랙홀을 중심으로 도는 시장에서 AI라는 포장지로 인력 감축을 감싸면, 기업은 AI 도입 스토리를 통해 가치 상승 효과를 누릴 수 있다. 그 기술이 실제로 작동하지 않아도 된다. 그 기술이 작동할 것이라는 믿음만 있어도 충분하다.
이러한 경영진의 판단과 현실에는 상당한 격차가 있다. 이는 광범위한 데이터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지난 2월 발표된 전미경제연구소(NBER)의 연구에 따르면 미국, 영국, 독일, 호주 전역의 최고위 경영진 수천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거의 90%가 지난 3년간 AI가 고용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 답했다.
AI 워싱이 문제인 이유는 기업 안팎 모두에 혼란을 야기해서다. 아마존을 예로 들어보자. 지난해 6월 앤디 재시 CEO는 직원들에게 AI 덕분에 회사가 "더 적은 인력을 필요로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해 10월 아마존은 '혁신적인 기술'을 이유로 1만4000명의 직원을 해고했다. 그러나 며칠 뒤 실적 발표 컨퍼런스 콜에서 재시 CEO는 입장을 수정했다. 그는 "이번 감원은 AI 때문이 아니다. 기업 문화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이는 CEO가 투자자들에게 거짓말을 한 것이 아니라, 거품 논리에 지나치게 사로잡혀서 경영진조차도 일관성 있는 설명을 내놓지 못하는 사례에 가깝다. 그리고 이런 일관성 없는 설명이 늘어날 때마다 대중은 실제 데이터가 보여주는 것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AI가 일자리를 없애고 있다는 확신을 강화한다.
실제 AI로 인한 일자리 대체가 이미 시작됐음을 보여주는 징후도 있다. 스탠퍼드 대학교의 에릭 브린욜프손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AI의 영향을 받는 직무에서 입문 단계 근로자의 고용이 그렇지 않은 직무 대비 상대적으로 13%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영향이 나타나기 시작했을 수는 있지만, 그 연구 결과와 현재 기업들이 주장하는 내용 사이에는 엄청난 격차가 있다.
1987년 경제학자이자 노벨상 수상자인 로버트 솔로는 "컴퓨터가 생산성 통계를 제외한 모든 곳에 존재한다"고 말한 바 있다. 컴퓨터 사용은 늘었는데 생산성 통계에는 그 효과가 나타나지 않는다는 의미다. 이는 측정의 문제였다. 기술은 실제 존재했지만, 데이터가 따라잡지 못한 결과였다. 그러나 지금 벌어지는 일은 다르다. AI는 해고 통계를 제외한 모든 곳에 존재하고, 경영진이 그 공백을 그럴듯한 이야기로 메우고 있다. 1980년대에는 경기 침체로 인한 해고를 개인용 컴퓨터의 확산 탓으로 돌리는 사람은 없었다. 그러나 오늘날 기업들은 팬데믹 이후의 경기 조정, 관세 불확실성, 수요 둔화로 인한 감원을 AI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측정의 문제는 데이터가 확보되면 자연스럽게 해결된다. 그러나 경영의 문제는 시간이 지날수록 더 악화된다. 자신이 하는 일을 설명하기 위해 잘못된 이유를 내놓으면 투자자들을 오도할 뿐만 아니라 조직 내부의 현실을 진단할 능력까지 잃게 된다. 또한 모든 잘못된 귀인은 경제에 존재하는 일의 총량이 고정돼 있고 기술이 그것을 잠식하고 있다는 오래된 오류를 강화한다. 경제학자들은 이를 '노동 총량 불변의 오류(lump of labor fallacy)'라고 부른다. 이 이론은 이전의 모든 기술 혁신에서 틀렸다는 것이 이미 입증됐다. 그러나 AI 워싱은 이 이론에 필요 이상으로 신뢰성을 부여하고 있다.
이른바 '솔로의 역설'은 결국 해결됐다. 컴퓨터는 실제로 생산성을 혁신했지만, 그 시기는 약 10년 후였다. AI도 아마 그럴 것이다. 그러나 진정한 일자리 대체가 현실로 나타날 때, 우리는 그것을 허구와 구분할 방법이 없을지도 모른다. 기업 경영진들은 수년간 이 두 가지를 구분할 수 없도록 만들 것이기에, 선을 가를 길이 없을지도 모른다. AI의 실제 영향 그 자체보다 '기술은 불가피하다'는 이야기가 더 큰 힘을 갖게 될 때, 사람들은 아직 일어나지도 않은 일을 변명으로 써먹게 되는 것이 아닐까.
가우탐 무쿤다 예일 경영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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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블룸버그의 칼럼 The 'AI-Washing' of Job Cuts Is Corrosive and Confusing을 아시아경제가 번역한 것입니다.
※이 칼럼은 아시아경제와 블룸버그의 전략적 제휴를 통해 게재되었음을 알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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