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례 없는 안전 통제 꼼수 관람
성숙한 K-팬텀, 규모보다 품격
세계적 공연 완성 '마지막 퍼즐'

이광호 문화스포츠팀장

이광호 문화스포츠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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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열리는 방탄소년단(BTS)의 컴백 공연은 단순한 콘서트를 넘어선 초대형 문화 이벤트다. 정규 5집 '아리랑(ARIRANG)' 발표와 함께 진행되는 이번 공연에는 최대 26만명의 인파가 몰릴 것으로 예상된다. 현장에는 전 세계 팬들이 모이고, 온라인으로도 수억 명이 지켜볼 전망이다. 이미 서울 주요 호텔은 예약이 가득 찼고, 유통업계 역시 'BTS 특수'를 기대하며 다양한 이벤트를 준비하고 있다. 한국 대중문화의 위상을 보여주는 상징적 장면이 될 것이다. 하지만 동시에 이 공연은 우리 사회에 또 다른 질문을 던진다. 세계적인 공연을 맞이하는 우리의 문화 시민 의식이 그 위상에 걸맞은 수준인가 하는 점이다.


서울시와 경찰은 이번 공연을 앞두고 전례 없는 수준의 안전 통제를 준비하고 있다. 광화문 인근 31개 건물을 집중 관리 대상으로 지정하고, 건물 출입구와 옥상 진입을 통제하는 방안까지 검토 중이다. 티켓을 구하지 못한 팬들이 건물 옥상이나 발코니에 무단으로 올라가 공연을 보려다 발생할 수 있는 사고를 막기 위해서다. 공연장 주변 31개 출입구에는 인파 관리 장치가 설치되고, 1㎡당 2명 이상 밀집하면 유입을 차단하는 조치도 시행된다. 지하철 광화문·경복궁·시청역은 무정차 통과가 예정돼 있으며 금속 탐지기와 경찰 검색도 강화된다.

이러한 조치는 대규모 행사에서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씁쓸한 현실을 보여주기도 한다. 공연을 보기 위해 안전 규칙을 우회하거나 '꼼수 관람'을 시도할 가능성까지 고려해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공연을 즐기는 문화가 아니라 '어떻게든 가까이서 보겠다'는 과열된 관람 행태가 안전 문제로 이어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


대중문화가 성숙하려면 팬덤 역시 성숙해야 한다. 공연은 단지 무대 위 아티스트만으로 완성되는 것이 아니다. 관객의 태도와 시민 의식이 함께 만들어가는 공동의 문화 경험이다. 특히 BTS 공연처럼 세계가 주목하는 현장이라면 더욱 그렇다. 질서를 지키지 않는 행동 하나가 국가 이미지로까지 확장될 수 있다.

해외에서는 이미 대규모 공연에서 성숙한 문화 시민 의식을 보여주는 사례가 적지 않다. 영국 글래스턴베리 페스티벌이나 독일의 록암링 페스티벌에서는 공연이 끝난 뒤 관객들이 스스로 쓰레기를 치우고 질서를 유지하는 문화가 자리 잡았다. 일본의 대형 콘서트 현장에서도 공연이 끝난 뒤 관객들이 좌석 주변을 정리하는 모습이 자연스럽게 나타난다. 팬덤 문화 자체가 '함께 만드는 공연'이라는 인식 속에서 형성된 결과다.


BTS 역시 음악뿐 아니라 메시지로 세계적인 영향력을 만들어온 팀이다. 그들의 공연 현장이 단지 규모만 큰 이벤트가 아니라 한국의 성숙한 문화 시민 의식을 보여주는 장이 된다면 더욱 의미 있을 것이다. 세계적인 아티스트의 공연을 성공적으로 치르는 일은 행정과 경찰만의 몫이 아니다. 공연을 찾는 관객 한 사람 한 사람의 태도가 그 행사를 완성한다. 질서를 지키고 안전을 존중하는 태도, 그것이야말로 문화 강국이 갖춰야 할 가장 기본적인 조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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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에 모일 수십만 명의 팬들이 단지 '아미(ARMY·방탄소년단 팬클럽)'가 아니라 성숙한 문화 시민으로서 공연을 즐길 때, 이번 BTS 공연은 또 하나의 기록이 될 것이다. 단순히 규모만 큰 공연이 아니라 한국 사회의 문화 수준을 보여준 공연으로 말이다.


이광호 기자 kwa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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