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일 등 5개국, 트럼프 군함파견 요청에 진땀…신중론
英싱크탱크 "가장 적극적인 프랑스도
방어적 차원 조치 언급만" 평가
호르무즈 해협 호위 위험 부담 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으로부터 호르무즈 해협으로 군함을 파견해달라는 요청을 받은 한·중·일 등 5개국이 신중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고 NBC방송과 뉴욕타임스(NYT) 등이 1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국의 인도·태평양 지역 핵심 동맹인 일본은 아직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일본 외무성은 NHK 방송에 "일본은 자국의 대응을 스스로 결정하며 독자적 판단이 기본 원칙"이라며 즉각적인 해군 함정 파견 계획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문제는 오는 19일 워싱턴D.C.에서 열리는 트럼프 대통령과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 간 정상회담에서 논의될 가능성이 있다.
집권 자민당의 고바야시 다카유키 정무조사회장 역시 NHK 방송에 출연해 군함 파견 가능성을 배제하지는 않으면서도 "법적 문턱이 매우 높다"고 말했다고 교도통신 등이 보도했다. 정조회장은 총리를 제외한 자민당의 3대 요직(당3역) 중 하나로, 정책·법안을 총괄한다.
중국은 트럼프 대통령의 군함 파견 요구에 대한 공식 답변을 내놓지는 않으며 중동 지역 안정을 촉구하고만 있다. 주미 중국대사관 대변인은 CNN 방송에 "중국은 즉각적인 적대행위 중단을 촉구한다"고만 밝히고 트럼프 대통령의 요청에 대해서는 직접적인 언급을 하지 않았다.
한국의 경우 대통령실이 "한미 간 긴밀히 소통하면서 관련 상황을 신중히 검토해 판단해 나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청와대는 또 국제 해상교통로의 안전과 항행의 자유는 국제법의 보호 대상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프랑스도 명확한 답변을 하지 않은 상태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이전에 향후 호르무즈 해협에서 선박을 호위할 가능성을 언급한 바 있지만, 프랑스 외무부는 전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프랑스 함정들은 동부 지중해 일대에서 방어적 태세를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영국도 비슷한 상황이다. 에드 밀리밴드 에너지안보 장관은 이날 BBC 방송 인터뷰에서 "호르무즈 해협의 안전한 통항이 중요하다"며 "기뢰탐지 드론을 포함해 우리가 기여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이 있다"고 말했다. 다만 정부가 검토 중인 방안에 대한 언급을 피했다.
영국 국방부 대변인도 "이 지역 해상 운송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한 다양한 옵션을 동맹국 및 파트너들과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는 이날 트럼프 대통령과 통화하고 중동 상황을 논의했다. 영국 총리실은 두 정상이 글로벌 해운 차질을 해소하기 위해 호르무즈 해협을 재개방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4일 자신의 트루스소셜에 올린 글에서 중국, 프랑스, 일본, 한국, 영국 등 여러 국가가 해협을 개방되고 안전하게 유지하기 위해 군함을 파견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과 함께 중국·프랑스·일본·영국 등을 "이 인위적인 제약(호르무즈 해협 봉쇄)의 영향을 받는" 5개국으로 거론하며 자신의 다국적군 구상을 압박했다.
NBC는 각국이 결국 어떤 조치를 취할지는 아직 지켜봐야 하지만 현재까지의 미온적인 반응은 호르무즈 봉쇄 사태가 빠르게 해결될 것이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기대와는 거리가 있어 보인다고 평가했다.
영국 싱크탱크인 왕립합동군사연구소(RUSI)의 H.A. 헬리어 선임 연구원은 "트럼프가 언급한 국가들이 모두 침묵하고 있는데 이는 꽤 의미심장하다"고 NBC에 말했다. 그는 프랑스가 "가장 찬성에 가까운 나라"라면서도 마크롱 대통령조차도 "순전히 방어적인 차원"의 조치를 언급하고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 역시 호르무즈 해협에서의 군사 호위 작전이 상당한 위험을 수반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페르시아만과 외해를 연결하는 호르무즈 해협의 가장 좁은 구간의 폭은 약 39㎞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꼭 봐야 할 주요 뉴스
"화가 나서 바로 취소했다" 넷플릭스 구독 해지하...
지정학·안보 분석가인 마이클 호로위츠는 NBC에 "선박을 보호하는 것은 매우 큰 도박"이라며 "작전 측면에서 보면 매우 좁은 해협에 군사 자산을 배치하게 되는데 이는 이란에 근거리 공격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이런 위협을 억제하려면 공군력이나 해군력만으로는 부족하며 해안 지역에 지상 병력 배치까지 필요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