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문기 포함 여부 두고 역사 해석 충돌
물리적 충돌·소송까지…화해 시도는 무산

충신의 상징으로 불리는 '사육신' 후손들의 갈등이 반세기 가까이 이어지며 올해도 제사가 따로 치러질 전망이다.


연합뉴스는 다음 달 12일 서울 동작구 노량진 사육신묘에서 열리는 춘향제에 후손 단체인 사육신선양회와 사육신현창회가 각각 다른 일정으로 참여할 예정이라고 15일 보도했다. 선양회가 사육신묘에서 제사를 주관하는 반면, 현창회 측은 참석하지 않는다. 두 단체는 매년 한글날에도 별도로 추계 제사를 지내고 있다.

사육신은 조선 시대 어린 왕 단종을 몰아내고 왕위에 오른 세조에 맞서 복위를 도모하다 처형된 충신들을 가리킨다. 일반적으로 성삼문, 박팽년, 하위지, 이개, 유성원, 유응부 등 6명이 주인공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노량진 사육신묘에는 이들 외에도 김문기의 가묘가 함께 조성돼 있어 논란의 단초가 됐다.

서울 동작구 노량진의 사육신 역사관 전경.

서울 동작구 노량진의 사육신 역사관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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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등의 시작은 197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국사편찬위원회가 김문기를 사육신과 함께 현창해야 한다는 결정을 내리면서다. 김문기는 단종 복위 운동 당시 군사 동원을 맡았던 인물로, 거사가 실패한 뒤 처형된 것으로 기록돼 있다.


그러나 일부 후손들은 이 결정에 강하게 반발했다. 사육신 전기인 '육신전'을 쓴 남효온의 기록에 김문기의 이름이 등장하지 않는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또한 김문기의 후손인 김재규 전 중앙정보부장의 영향력이 작용했을 가능성을 제기하기도 했다.

반면 김문기의 후손들이 중심이 된 현창회 측은 조선왕조실록에 김문기의 활동이 기록돼 있다며 정당한 평가라고 맞서고 있다. 이같은 역사 해석 차이는 후손 단체 간 분쟁으로 번졌다. 결국 기존 단체에서 갈라져 나온 선양회는 김문기를 제외한 '원래의 사육신'만 기려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들의 갈등은 물리적 충돌과 법적 다툼까지 이어졌다. 2011년 사육신묘에서 열린 제사를 두고 양측 후손들이 몸싸움을 벌이며 제사상이 뒤엎어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당시 제사를 방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현창회 회원은 법원에서 벌금 50만원을 선고받았다.


단종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 ‘왕과 사는 남자’. 네이버 무비

단종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 ‘왕과 사는 남자’. 네이버 무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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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에도 선양회 측 인사가 김문기를 비판하는 글을 인터넷에 남겼다가 사자 명예훼손 혐의로 처벌받는가 하면, 유응부의 본관을 둘러싼 족보 분쟁이 법정 다툼으로 번지기도 했다. 2019년 제기된 관련 소송에서는 5년 심리 끝에 법원이 어느 쪽 주장도 확실한 근거가 없다며 원고 패소 판결을 했다.


2020년에는 당시 서울시장이 중재에 나서며 양측 간 합의를 시도했으나 사육신 평전의 인물 수록 순서를 둘러싼 갈등으로 무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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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단종 이야기를 다룬 영화 '왕과 사는 남자'의 흥행 이후 역사적 관심이 높아지면서. 후손들 사이에서도 화해 필요성을 언급하는 목소리가 조금씩 나오고 있다. 다만 수십년간 이어진 입장 차이가 쉽게 좁혀질 것인지는 미지수로 보인다.


최승우 기자 loonytuna@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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