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주택자 압박 이어 신규공급 돼야
1인 가구 증가로 주택수요 확대
공공뿐 아니라 민간도 분명한 역할 있어

[시론]민간 주택공급을 외면해선 안된다
AD
원본보기 아이콘

서울 강남 3구에서 시작된 집값 하락이 인근 구(區)로 확산하고 있다. 동작 등 한강벨트까지 상승세가 둔화하면서 내달 초엔 서울 전체 집값이 꺾일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부동산 관련 웹사이트를 보면 최근 강남, 송파에는 시세보다 적어도 1억원 이상 저렴한 매물이 나오고 있다. 아파트 정보사이트 등에 따르면 강남 3구 가운데 하나인 서초구에선 최근 열흘 새 매물이 8% 이상 늘었다.


매물이 늘어난 건 이재명 정부가 고강도 대책을 예고한 영향이 크다. 보유세는 물론이고 금융 부담을 키우겠다고 예고한 게 다주택자를 압박하는 카드가 됐다. 다주택자뿐 아니라 비거주 1주택자들에게도 압박 신호를 보내고 있다. 5월 양도세 중과 시행 이후에도 매물이 여전히 시장에 나올 가능성은 커 보인다.

정부가 다주택자 등을 정조준한 건 주택 구입 쏠림 현상이 시장가격을 왜곡하고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그 기저에는 주택 보급 총량 자체는 문제가 없다는 인식이 자리 잡고 있다. 여당 국회의원은 사석에서 "주택 수만 놓고 보면 충분히 공급돼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분배만 제대로 되더라도 집값 안정에 크게 기여할 수 있다는 의미로 읽힌다.


하지만 신규 주택 공급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집값 하락세를 이어가긴 쉽지 않다. 인구가 정체돼 있다고 해도 세대수는 오히려 늘고 있다. 1인 가구 영향이 크다. 국가데이터처 주택통계에 따르면 2020년 전국 아파트 공급규모는 1166만1851가구에 달했다. 이 가운데 1인 가구는 214만6117가구로 전체의 18.4%를 차지했다. 5년 후인 2024년에는 그 비중이 22.5%로 커졌다. 공급이 늘었지만 1인 가구 증가 속도가 더 빨라진 결과다.

1인 가구주들은 점차 넓은 집을 원하고 있다. 20평대 후반인 연면적 85~100㎡ 규모의 아파트를 보유한 1인 가구 비중은 최근 5년 새 0.16%에서 0.19%로 확대됐다. 소득수준이 높아질수록 주택을 바라보는 눈높이는 달라질 수밖에 없다.


관심은 사람들이 원하는 주택을 어떻게 공급할 것인가에 모아진다. 정부는 지난해와 올해 초 두 차례에 걸쳐 공급대책을 발표했지만 기대에 크게 부응하지 못했다. 지난 1월 자투리땅까지 긁어모아 6만가구 이상을 제공하겠다고 밝힌 건, 수도권에서 더 이상 신규 부지를 찾는 게 쉽지 않다는 의미로 해석됐다.


결국 노후주택을 허물거나 리모델링을 통해 공급량을 늘리는 게 현실적이다. 정부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 공공부문이 재건축을 주도해 주택 공급을 늘리겠다는 입장이다. 앞서 여당은 공공 재건축만 용적률을 상향하는 법안을 국회에서 처리했다. 반면 민간부문이 정비사업에 참여할 유인을 높이자는 야당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정부여당이 민간 공급을 애써 외면한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그러나 공공주도 재개발로는 한계가 있다. 공공 재건축의 핵심적인 역할을 해야 할 LH는 부채 규모만 160조원을 훌쩍 넘는다. 직접 시행에 나서려면 LH에 재정을 투입해야 하는데, 국민부담도 따져봐야 한다.


개발업계에선 민간을 묶고 공공만으로 재건축 활성화를 기대하는 건 쉽지 않다고 본다. 업계 관계자는 "더 좋은 집에 살고 싶은 욕망도 분명히 있는데, 국가에서 공급하는 주택이 그런 수요까지 충족할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공급 규모도 중요하지만 질도 무시할 수 없다는 뜻이다.

AD

정부는 민간 참여가 집값을 자극할까 우려한다. 하지만 민간 주택의 순기능을 무시할 순 없다. 집값과 주거의 질이라는 두 가지 지향점 사이에서 균형을 찾는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


최일권 경제금융 매니징에디터 igchoi@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함께 보면 좋은 기사

새로보기

내 안의 인사이트 깨우기

취향저격 맞춤뉴스

많이 본 뉴스

당신을 위한 추천 콘텐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