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시험대 선 K-바이오]①AI신약, 물결이 아닌 조류
편집자주 인공지능이 제약·바이오 시장의 판도를 뿌리째 뒤흔들고 있다.
특히 올해는 AI 기반으로 발굴된 파이프라인들의 후기 임상 유효성 데이터가 본격적으로 발표되며, 세계 최초의 'AI 신약 1호' 탄생이 가시화되는 상용화의 원년이 될 전망이다.
18일 아시아경제가 미국 국립보건원 산하 국립의학도서관의 임상시험 데이터베이스를 통해 제너레이트 바이오메디슨·인실리코 메디슨·리커전 파마슈티컬스·릴레이 테라퓨틱스·앱사이·베네볼런트AI·아이엠빅 테라퓨틱스 등 글로벌 주요 AI 신약 개발사 7곳의 파이프라인을 추적한 결과, 이들이 주도하는 임상시험은 총 32건, 1차 평가지표 달성을 위한 '자료 수집 종료일'까지 소요되는 전체 평균 기간은 25개월로 나타났다.
주요 AI 신약 개발사 7곳
임상 32건 분석했더니
임상 2상부터 속도 배가되는 AI 신약
年 164조 경제적 가치
R&D 비용 최대 40% 줄여
글로벌 인공지능(AI) 신약 개발 기업들이 주도하는 임상시험이 30건을 돌파하며 신약 상용화의 물리적 한계를 빠르게 허물고 있다. AI신약 개발 기업들의 신약 후보 도출·임상 진입 속도는 AI고도화에 따라 더욱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특히 올해는 AI 기반으로 발굴된 파이프라인들의 후기 임상(3상) 유효성 데이터가 본격적으로 발표되며, 세계 최초의 'AI 신약 1호' 탄생이 가시화되는 상용화의 원년이 될 전망이다.
임상 2상부터 속도 배가되는 AI 신약
18일 아시아경제가 미국 국립보건원(NIH) 산하 국립의학도서관(NLM)의 임상시험 데이터베이스를 통해 제너레이트 바이오메디슨·인실리코 메디슨·리커전 파마슈티컬스·릴레이 테라퓨틱스·앱사이·베네볼런트AI·아이엠빅 테라퓨틱스 등 글로벌 주요 AI 신약 개발사 7곳의 파이프라인을 추적한 결과, 이들이 주도하는 임상시험은 총 32건, 1차 평가지표 달성을 위한 '자료 수집 종료일(Primary Completion Date)'까지 소요되는 전체 평균 기간은 25개월(약 2.1년)로 나타났다.
2021년 단 2건에 불과했던 신규 임상 진입 건수는 2023년 8건, 2024년 7건으로 급증한 데 이어 지난해에도 8건의 임상이 새롭게 개시되는 등 우상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임상시험에서 자료 수집 종료일은 약물의 주된 효능과 안전성 목표가 달성됐는지 확인하기 위해 마지막 환자의 필수 데이터 수집을 끝내는 시점을 말한다. 이를 기준으로 임상의 성패를 좌우하는 핵심 데이터인 '톱라인(Top-line) 결과'가 도출된다.
임상 단계별 타임라인은 보다 극적으로 변한다. 통상 전통적인 신약 개발 방식은 단계별 자료 수집에만 1상 1~1.5년, 2상 2~3년, 3상 3~4년가량의 긴 시간이 소요된다. 안전성을 확인해야 하는 AI 신약의 임상 1상 평균 소요 기간은 25.6개월로 나타났다. 통상의 신약 개발보다 임상 1상은 더 오랜 기간이 걸리는 것인데, 약물이 체내에서 대사되는 생물학적 관찰 시간 자체를 인위적으로 건너뛸 수 없는 데다 최근 임상 1상은 안전성뿐만 아니라 초기 유효성까지 함께 확인하는 '코호트 확장' 설계를 많이 쓰기 때문에 기간이 2년 남짓으로 외려 늘어났다.
환자 모집과 약효 입증이 본격화되는 2상부터 AI의 진가가 확연히 드러난다. 임상 2상은 전통적 제약사들이 방대한 임상 데이터 기반의 시뮬레이션 없이 무작위로 환자를 선별하느라 24개월에서 36개월이 넘는 기간까지 애를 먹는다. AI 파이프라인들은 약물이 가장 잘 들을 만한 최적의 바이오마커(생체 표지자) 보유 환자만 족집게처럼 선별함으로써 평균 19.5개월로 임상 기간을 대폭 압축했다. 나아가 대규모 환자 등록과 장기 추적 관찰이 필수적이라 평균 36~48개월 이상이 소요되는 임상 3상조차, AI를 통한 임상 디자인 최적화로 환자 모집 기간과 임상 실패 확률을 동시에 낮추며 1차 목표 달성 기간을 평균 32.1개월로 앞당긴 것으로 나타났다.
주요 타깃 질환들을 분석하면 그차이는 더욱 확연하다. AI 기반 신약 개발사들은 항암제부터 호흡기 질환, 환자 모집이 극도로 까다로운 희귀 신경계 질환까지 폭넓은 질환을 타기팅하는 신약을 개발 중이다. 릴레이 테라퓨틱스·아이엠빅 테라퓨틱스·리커전 파마슈티컬스 등 다수의 기업이 가장 높은 비중으로 타깃하고 있는 유방암·비소세포폐암 등 진행성·전이성 고형암 대상 임상시험 14건의 자료 수집 종료일까지 소요 기간은 평균 21.8개월(약 1.8년)에 불과했다. 통상 3년 이상 걸리는 기존 항암제 후기 임상의 목표 달성 기간을 1년 이상 앞당긴 수치다.
年 164조 경제적 가치…R&D 비용 최대 40% 줄인다
이러한 효율적인 임상 디자인 최적화 덕분에 가장 달성하기 어려운 후기 임상(3상) 진입 사례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릴레이 테라퓨틱스가 표적항암제 파이프라인으로 3상에 진입한 데 이어 생성형 AI 기반 단백질 설계의 선두주자인 제너레이트 바이오메디슨 역시 최근 중증 천식 치료제 후보물질(GB-0895)을 포함한 2건의 파이프라인을 임상 3상 궤도에 올렸다. 또한 세계 최초의 AI 주도 신약으로 불리는 인실리코 메디슨의 특발성 폐섬유증 치료제 'ISM001-055'가 임상 2/3상을 순조롭게 진행 중이다.
바이오 산업계에서 시간과 매몰비용은 돈으로 통한다. 글로벌 빅파마 '브리스톨 마이어스 스큅(BMS)'의 스티브 스기노 아태지역 부사장은 지난해 기자와 만나 AI 도입의 파급효과에 대해 "전임상·임상1상 단계의 기술적 성공확률을 5~6%포인트만 올려도 전체 파이프라인의 '수'와 '질'이 함께 개선되고, 개발 비용·기간은 크게 줄어든다"며 "결국 산업 전반의 생산성이 '두 배'가 되는 결과로 귀결될 수 있다"고 했다.
앨버트 불라 화이자 최고경영자(CEO)는 올해 세계 최대 바이오 투자행사인 'JP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 무대에서 "AI 도입을 통해 지난해에만 56억달러(약 8조2460억원) 규모의 비용 절감 효과를 달성했다"며 "올해는 특히 제조 공정을 중심으로 AI 접목을 확장해 전사적인 운영 효율성을 극대화하겠다"는 구체적인 비용 절감 성과를 공유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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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킨지 글로벌 연구소(MGI)가 발표한 '생성형 AI의 경제적 잠재력(The economic potential of generative AI·2023)' 보고서 등에 따르면, AI는 기존 신약 개발에 소요되는 10년 이상의 기간과 1조원 이상의 연구개발(R&D) 비용을 20~40%가량 획기적으로 절감할 수 있는 핵심 동력으로 지목됐다. 시장조사업체 마케츠앤드마케츠는 글로벌 AI 신약 개발 시장 규모가 2024년 18억6000만달러(약 2조7351억원)에서 연평균 29.9% 성장해 2029년 68억9000만달러(약 10조1317억원)에 이를 것이라 전망했다.
박정연 기자 jy@asiae.co.kr
곽민재 기자 mjkwak@asiae.co.kr
이성민 기자 minut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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