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박' 노린 VC의 모험적 투자 환경 흔들
PE, 확실한 기술력·현금흐름 좋은 기업 픽
인수가-엑시트 차액보다 운영 효율화 승부

사모펀드(PEF) 운용사 IMM프라이빗에쿼티는 이달초 대웅그룹의 재생의료 계열사 시지바이오의 매각 우선협상권을 따냈다. 시지바이오 최대주주인 에이하나가 보유한 지분 51%가 매각 대상이다. 시지바이오의 기업가치가 1조원대임을 고려하면 거래 규모는 6000억원 안팎으로 추산된다. 이 딜은 대웅그룹이 별도 주관사 없이 자체적으로 원매자를 찾아 나섰다는 점에서 대웅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에 초점이 맞춰졌으나, 사모펀드 시장의 새로운 트렌드를 보여주는 장면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VC 전유물이던 바이오…옥석 가려내는 사모펀드

조연에서 주연으로…사모펀드의 달라진 바이오 셈법[PE는 지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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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 투자는 오랫동안 벤처캐피탈(VC)의 전유물로 취급되는 면이 있었다. 결과를 담보할 수 없더라도 기술력, 잠재력만으로도 투자 유치와 상장이 가능했다. 한국벤처캐피털협회에 따르면 2018년부터 2020년까지 VC 신규 투자 비중 1위는 바이오·의료 업종이 차지했다. 그러나 팬데믹을 거치면서 고평가 거품이 걷히고 자본시장에서 바이오 기업에 대한 신뢰도 흔들리면서 VC의 투자 비중도 줄었다. 그 빈자리를 채운 것이 사모펀드다. 2022년에만 클래시스, 메디포스트, 랩지노믹스 등이 사모펀드로 경영권이 넘어갔다.

과거 사모펀드가 바이오를 외면했던 핵심 이유는 단순하다. 신약 개발은 기간이 길고 결과를 예측하기 어려웠다. 반면 요즘 사모펀드가 눈독 들이는 바이오는 성격이 다르다. 의료기기, 재생의료, 위탁생산(CMO) 등 확실한 기술 우위와 경쟁력을 갖추고 안정적인 현금흐름이 확보된 기업들이다. 시지바이오가 대표적이다. 한 사모펀드 관계자는 "현금 흐름이 좋은 기업을 선호하던 사모펀드 입장에서 바이오는 투자는 모험적이고 리스크가 큰 분야였다"면서도 "바이오 기업에 자본을 공급하고 성장을 지원하는 사모펀드도 늘어나고 있는 추세"라고 말했다.


시지바이오는 골대체재 시장에서 국내 점유율 1위를 달리며 연매출 2000억원을 달성했고,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은 400억~500억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글로벌 골대체재 시장은 6조원 규모로 추산된다.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도 대기 중인데, 업계에서는 승인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시지바이오는 이후 중국 등 주요국으로 시장을 확대해나갈 계획이다. IMM PE 측은 향후 골대체재 부문 글로벌 승인이 가시화할 경우 보수적으로 잡아도 기업가치가 2조~3조원에 달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싸게 사서 비싸게 판다'는 끝…"인수 후 운용 역량이 경쟁력"

시지바이오 '노보팩토리'와 'S-캠퍼스' 전경. 시지바이오

시지바이오 '노보팩토리'와 'S-캠퍼스' 전경. 시지바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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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 투자 시장의 새로운 머니무브도 관측되고 있다. 국내외 VC의 바이오 투자는 총액 기준으로는 회복세지만 건수는 줄고 소수 기업에 자금이 집중되는 양극화가 심화하고 있다. 시드 단계 투자 비중이 급감하고, 불투명한 기술성만으로는 투자를 받기 어려운 구조가 고착화되는 환경이다. 이는 역설적으로 우량 자산을 골라 바이아웃(경영권 인수)하는 사모펀드에는 유리한 조건이 되고 있다.


다만 업계는 단순히 저평가된 바이오를 사는 시대는 끝났다고 본다. 사모펀드의 전통적인 공식은 '싸게 사서 비싸게 판다'였다. 바이오 거품이 꺼진 2022년 이후 저평가 매물이 쏟아지면서 사모펀드의 진입이 시작된 것도 그 연장선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지금은 그 공식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인식이 사모펀드 업계 전반에 퍼져 있다.


IB업계 관계자는 "싸거나 저평가된 기업을 사는 게 아니라, 기본기를 갖춘 기업을 인수한 뒤 운영으로 성과를 극대화해 수익을 뽑아내는 시장으로 변화하는 흐름 속에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인수 가격과 엑시트 가격의 차액으로 수익을 만드는 게 아니라, 인수 이후의 경영에서 수익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생산·공급망 효율화, 글로벌 확장 로드맵 설계, EBITDA 구조 개선 등 '애프터 딜'의 역량이 핵심 경쟁력이 됐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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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자금의 시선도 한국 바이오를 향한 기대감을 감추지 않고 있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은 최근 HLB 지분 5%를 취득해 2대 주주에 올랐고, 글로벌 제약사 일라이릴리와 로슈는 각각 7000억원 규모의 한국 바이오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K-바이오의 몸값 재평가는 사모펀드의 진입 논리를 더욱 단단하게 만들고 있다.


김동표 기자 letme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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