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이스라엘은 이란과 싸우고 있지만, 이란은 세계 경제와 싸우고 있다.”


미국 외교·안보 싱크탱크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나빈 기리샨카르 경제안보 및 기술(Economic Security and Technology) 부문장은 지난 11일(현지시간) 홈페이지에 올린 ‘이란의 진짜 전쟁은 세계 경제를 겨냥하고 있다(Iran’s Real War Is Against the Global Economy)’는 제목의 글에서 미국-이란 전쟁을 이 한 문장으로 표현했다.

미국과 이스라엘이 군사적으로는 이란을 압도하고 있지만, 이란이 미국 경제 뿐 아니라 동맹국을 포함한 세계 경제에 타격을 주고 있기 때문에 “미국은 목표를 좁히고, 이란의 공격 능력 약화를 전략적 결과로 선언하며, 정권 교체의 논리가 자리 잡기 전에 긴장을 완화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다음은 주요 내용을 요약 정리한 것이다.

“이란은 세계 경제와 싸우고 있다”-CS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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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은 미국과의 군사적 경쟁에서 패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란은 다른 전쟁을 치르고 있다. 바로 세계 경제를 겨냥한 전쟁이다.

지난 12일 동안, 미국은 명확한 군사적 우위를 보여줬다. 이란의 해군은 심각하게 약화되었고, 50척 이상의 선박이 침몰하거나 피해를 입었으며, 보복 미사일 발사는 90% 이상 감소했다. 이란의 공군은 작전이 중단됐다. 전장에서의 성적표만 보면 미국이 우세하다. 물론 확전 위험은 여전히 존재한다.

그러나 전략적 차원에서는 상황이 훨씬 불확실하다. 트럼프 행정부가 이란 지도부의 제거, 이란의 핵 능력 파괴, 또는 정권 교체 등 목표를 정의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가운데, 새로운 현실에 직면하고 있다.


미국과 이스라엘은 이슬람 공화국과 싸우고 있다. 그러나, 이란은 세계 경제와 싸우고 있다.


이란의 경제 전쟁

전쟁이 시작된 이후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을 통한 상업 운송을 마비시켰다. 이 해협은 세계 석유의 약 25%, 질소 기반 비료 무역의 약 25%, 전 세계 LNG의 약 20%가 매일 통과하는 핵심 해상 통로다.


현재 이란은 이 해협에 기뢰를 설치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또 이란은 소형 해군 함정과 기뢰 부설선 대부분을 여전히 보유하고 있다. 즉 군사 전쟁이 약화되더라도 경제 전쟁은 더욱 심화될 수 있다.


현재 하루 약 300만 배럴의 이라크 석유 생산이 수출되지 못하고 묶여 있다. 석유 가격은 일주일 사이에 배럴당 77달러에서 119달러 사이를 오갔다. 이러한 극심한 변동성은 투자 결정을 마비시키고 모든 연결된 경제에 연쇄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미국 소비자들은 이미 주유소 가격 상승으로 이를 체감하고 있으며, 미국 주식 시장도 전쟁 이후 크게 하락했다.


호르무즈 해협 밖에서도 이란의 미사일과 드론이 걸프 지역의 경제 인프라를 공격했다. 이것은 무작위 보복이 아니라 명확한 전략이다. 목표는 미국과 걸프 동맹국, 그리고 세계 경제 전체에 대해 전쟁을 경제적으로 지속 불가능하게 만드는 것이다.


현재 테헤란은 이웃 국가들의 에너지 시설뿐 아니라 물류, 에너지 생산, 데이터 센터, 수자원, 관광, 금융 등 2030년 경제 다각화 전략의 핵심 산업까지 체계적으로 공격하고 있다. 수십 년 동안 걸프 국가들은 석유 중심 경제에서 글로벌 물류 허브, 금융 중심지, 기술 플랫폼 경제로 전환하려고 노력해 왔다.


이란의 전략은 이러한 경제 전환 자체를 위험에 빠뜨리는 것이다. 전쟁이 확대될수록 이란의 군사 작전 효과는 점점 줄어들 것이다. 이란의 군사 공격 능력은 매일 줄어들고 있다. 하지만 경제 전쟁은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보험료 상승, 해상 운송 경로 변경, 계약 파기, 투자자 신뢰 붕괴 등이 연쇄적으로 발생한다.


미국 경제에 미치는 3가지 영향

이런 상황은 미국의 경제력에 대한 세 가지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 첫째, 미국 안보 우산의 신뢰성이 의문시되고 있다. 페트로(석유) 달러 체제가 등장한 이후 미국은 걸프 지역의 안보를 보장해왔으며, 이 보장은 수조 달러의 국부펀드가 달러로 투자되는 기반이 됐다. 그러나 걸프 국가들이 미국의 미사일 요격 재고 감소, 지속적인 공격 속 방어 부담을 보면서 그 신뢰가 빠르게 약화될 수 있다. 대규모 투자를 약속한 걸프 국가들은 이제 국부펀드를 재건 및 재무장 쪽으로 전환할 수 있다.


둘째, 이런 혼란은 미국의 가장 중요한 동맹국들로 이어진다. 세계 반도체 공급망의 중심인 일본과 한국은 80%의 석유를 걸프 지역에 의존하고 있다. 이미 한국 반도체 기업들은 카타르의 공급 중단으로 헬륨 부족을 보고하고 있다. 또 미국이 한반도에서 요격 미사일을 중동으로 이동시키는 상황은 한국의 안보 불안을 키우고 있으며 한국이 중국과 관계를 조정하려는 유인을 만들 수 있다. 글로벌 사우스에서는 식량 가격 상승, 에너지 가격 상승, 무역 불확실성, 지속불가능한 부채 부담이 결합되면서 대안 파트너를 찾으려는 움직임이 커질 것이다. 그리고 중국은 그 대안을 제공할 준비가 되어 있다.


셋째, 러시아와 중국 등 미국의 주요 경쟁국에게 기회를 줄 수 있다. 치솟는 석유 가격은 러시아에 이익이 되고, 미국 재무부가 인도에 대한 러시아 석유 판매 제재를 완화할 것이라는 조짐은 푸틴에게 유리한 고지를 제공한다. 중국은 이란 석유의 80% 이상을 할인 가격으로 구매하고 미국이 중동에 집중하는 동안 인도·태평양에 영향력을 확대하려 할 것이다. 또 드론 부품 공급을 계속하고, 인도-태평양 지역에서의 입지를 강화할 것이다. 이란의 경제 전쟁이 확장됨에 따라 러시아와 중국은 그 이익을 거두려 할 것이다.


미국 내부 경제적 비용

전쟁의 비용은 걸프 지역에 국한되지 않는다. 이 비용은 이미 주유소 가격, 식료품 가격, 기업 재무제표를 통해 미국 경제 전반에 확산되고 있다. 분쟁이 지속될수록 미국의 경제 안보에 대한 피해는 더 깊어질 것이다.


전쟁 비용은 현재 미국 납세자에게 하루 약 9억 달러 수준이다. 군수비 증가는 반도체 생산, 핵심 광물 가공, 전략 산업 투자 등과 경쟁하게 된다. 유가 상승은 운송비, 식품 가격, 제조 비용을 빠르게 상승시킨다. 또 전쟁 지출과 높은 국가 부채가 결합되면서 재정 압박과 인플레이션이 심화될 가능성이 있다.


미국은 지난 세 행정부 동안 중국과 경쟁하기 위한 경제안보 체계를 구축해 왔다. 대표적인 정책은 반도체지원법(CHIPS and Science Act), 핵심 광물 확보 전략, AI(인공지능) 경쟁 전략 등이다.


그러나 이들 정책은 아직 초기 단계다. 이 전략이 성공하려면 지속적인 정책 집중, 재정 지원, 공공·민간 협력이 필요하다. 장기적인 전쟁은 이런 정책의 초기 단계에서 이를 좌초시킬 수 있다.


미국이 중동에 집중하는 동안 중국은 사이버 공간, 공급망, 군사 억지력 등에서 취약점을 탐색하고 있다. 미국이 불안정성을 만드는 동안 중국은 아프리카와 남아시아에서 안정적 경제 파트너로 자신을 포지셔닝하고 있다.


전략이 필요한 시점

군사 작전은 성과를 냈지만 전쟁은 끝나지 않았다. 확전 위험도 여전히 존재한다. 특히 미국이 장기적인 지상전에 끌려 들어갈 가능성도 있다.


따라서 전략적 절제가 필요하다. 현재의 군사 성과는 전략적 전환의 기반이 될 만큼 충분히 크다. 미국은 목표를 축소하고, 이란 공격 능력 약화를 전략적 성과로 선언하며, 정권 교체 전략으로 확대되기 전에 긴장을 낮춰야 한다. 정권 교체는 수십 년과 수조 달러가 필요한 전략이다.


이미 이란은 새 최고지도자를 지명했고 정권 재구성을 시작했다. 군사 성과를 전략적 지렛대로 전환할 수 있는 시간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


미국의 경제안보 전략은 기술력, 산업 기반, 동맹 네트워크에 의존한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수십 년에 걸친 전략적 집중력이다. 행정부의 재산업화 전략, AI 액션 플랜, 제네시스 미션(Genesis Mission) 등은 이런 장기 전략을 반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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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끝이 보이지 않는 전쟁은 이 모든 전략을 약화시킬 수 있다. 미국이 성공하려면 국가적 역량을 분산시키지 않고 전략적 집중을 유지해야 한다.


정재형 경제정책 스페셜리스트 jj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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