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 배럴당 100달러 재돌파
달러인덱스 100선 돌파 가능성 ↑
미국 금리 인하 기대감 후퇴…글로벌 성장 둔화·인플레이션 확대 우려

이란의 새 지도자가 '제2의 전선'을 언급하는 등 미국과 이스라엘에 강경 대응을 예고하면서 세계 경제가 시계(視界) 제로(ZERO) 상태에 빠졌다. 전쟁 장기화 우려에 국제 유가는 치솟았고, 달러를 비롯한 안전자산 선호도는 높아졌다. 유가가 배럴당 150달러까지 치솟을 수 있다는 전망에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우려가 커지면서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은 점차 사그라지고 있다.


이란의 도발, 블랙홀 빠진 세계경제…뛰는 '유가' 나는 '달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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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의 도발, 미국의 진정, 시장의 불신= 12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4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전장 대비 8.48달러(9.72%) 급등한 배럴당 95.73달러에 마감했다. 5월 인도분 브렌트유 선물은 전장 대비 9.2% 급등한 배럴당 100.46달러에 마쳤다. 국제유가 기준인 브렌트유가 종가 기준으로 100달러 선 위에서 마감한 것은 2022년 8월 이후 처음이다.

세예드 모즈타바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의 첫 공개 성명이 시장을 자극했다. 그는 "적을 압박하는 수단으로 호르무즈 해협을 계속 봉쇄해야 한다"며 "중동지역의 모든 미군 기지는 폐쇄돼야 하고 그렇지 않을 경우 공격받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적이 경험하지 못했고 취약한 '제2의 전선'을 형성하는 것에 대한 검토가 끝났다"고 강조했다.


이란의 도발에 유가가 뛰자 미 행정부는 시장 달래기에 들어갔다. 캐럴라인 레빗 미국 백악관 대변인은 "국가안보를 위해 백악관은 필수적 에너지 제품과 농산물이 자유롭게 미국 항구들에 유입될 수 있도록 존스법을 한시적으로 면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답했다. 미국 내 항구에서 승객과 물품을 운송하는 선박은 미국에서 건조해야 하고, 미국 선적이자, 미국 시민 소유여야 한다는 것이 존스법의 골자다. 이 규제를 풀면 외국 선박석유를 비롯한 에너지 제품을 미국으로 실어 나를 수 있게 된다.

스콧 베선트 미 재무부 장관은 다시 '선박 호위' 카드를 꺼냈다. 그는 이날 영국 스카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군사적으로 가능해지는 즉시 미 해군이 아마 국제 연합군과 함께 (호르무즈 해협에서) 선박 호위를 시작할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전쟁이 원유 수송에 미칠 영향을 "수개월, 수주에 걸쳐 다양한 시나리오 분석을 해왔다"며 "해군 호위를 통해 유조선의 안전한 통과를 보장할 수 있게 되는 즉시 그렇게 할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수출 제한이나 존스법 유예, 전략비축유 방출 같은 긴급 조치는 일시적인 처방책으로 꼽힌다. 알렉스 자케즈 그라운드워크 컬래버레이티브 정책국장은 "(존스법이) 소매 휘발유 가격에 미치는 영향은 갤런당 2센트도 안 된다"면서 "미미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특히 미 해군의 호위 여부는 불분명한 측면이 있다. 이날 크리스 라이트 에너지부 장관은 CNBC 인터뷰에서 미 해군이 현재로서는 유조선을 호위할 준비가 돼 있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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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 상승 우려에 물 건너간 금리 인하= 미국의 조치에도 시장의 불안감은 가실 기미가 안 보인다. 골드만삭스는 올해 유가 전망치를 상향 조정했다. 호르무즈 해협을 통한 원유 흐름이 3월 내내 감소한 상태로 유지될 경우 국제 유가가 2008년 정점 수준(배럴당 147.5달러)을 넘어설 수 있다고 경고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현재의 원유 공급 차질이 사상 최대 규모라고 경고했다.


국제유가의 급등에 달러 가치도 상승하고 있다. 주요 6개 통화에 대한 달러 가치를 반영하는 달러인덱스(DXY)는 지난해 11월 이후 처음으로 100을 넘어설 가능성이 커졌다. 이 지수는 이날 전 거래일 대비 0.5% 오른 99.74를 기록했다.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을 공격하기 직전이었던 지난달 27일 97.61이었으나 이달 2일 98.38로 뛰더니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다.


유가 급등에 안전자산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진 것도 있지만 유가 결제 통화인 달러에 대한 수요가 많아진 영향으로 보인다. 4월 인도분 금 선물 가격은 전 거래일 대비 소폭 하락한 온스당 5100달러 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미국은 세계 최대 산유국으로, 원유 수요가 늘면 달러 수요도 증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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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러 가치가 높아지면서 아시아 국가들의 경제에는 악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ING의 글로벌 시장 부문 책임자 크리스 터너는 "유가가 지금처럼 높은 수준을 오래 유지할수록 유럽과 아시아의 에너지 수입국들의 성장세를 더 갉아먹게 된다"며 "이는 미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보다 훨씬 크다"고 말했다.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도 점차 낮아지고 있다. 글로벌 투자은행(IB) 골드만삭스는 연방준비제도(Fed)가 기준금리를 올해 9월과 12월에 인하할 것으로 전망했다. 기존 6월과 9월 내릴 것으로 예상한 것보다 시계(時計)가 늦춰졌다. 골드만삭스는 "상향 조정된 인플레이션 전망을 고려할 때 6월 금리 인하 시작은 너무 이르다"고 설명했다.


시장은 더 보수적으로 바라보고 있다. CME그룹의 페드워치(FedWatch)에 따르면 시장은 오는 6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기준금리가 3.50~3.75% 수준에서 동결될 확률을 79.8%로 보고 있다. 이는 한 달 전 37.7% 대비 크게 높아진 것이다. 9월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도 낮아졌다. 한 달 전에는 기준금리를 3.00~3.25%로 낮출 확률이 36.4%, 3.25~3.50%가 32.7%였지만 현재는 각각 7.0%와 34.1%로 변했다. 반면 동결 가능성은 10.15%에서 58.4%로 크게 높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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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페르시아만의 원유 생산이 장기간 차단되면 세계 경제에 심각한 인플레이션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장기적인 에너지 공급 차질은 식료품 가격과 같은 일상적인 물가에 반영된다. 골드만삭스는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 수준에서 유지될 경우 향후 1년 동안 글로벌 성장률을 약 0.5%포인트 낮추고 인플레이션은 약 1%포인트 가까이 끌어올릴 것으로 전망했다. 밀러 타박의 맷 말리는 "현재 시장이 직면한 가장 큰 문제는 분명 전쟁"이라며 "중동의 분쟁이 진정될 기미를 보이지 않으면서 원유 가격이 급등했고 신용시장에 대한 스트레스도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뉴욕 특파원=황윤주 기자 hyj@asiae.co.kr
유현석 기자 guspower@asiae.co.kr
오수연 기자 syo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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