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잘하는 부처' 금융위 인사 적체 심각
국·과장 인사 막히고 서기관 승진도 지연
타 부처보다 3~4년 늦어 조직 사기 저하

금융위원회의 인사 적체가 심화하면서 조직 사기가 크게 저하되고 있다. 고위직 인사는 물론 정부 포상을 받은 '에이스 직원'조차 타 부처 동기들보다 수년 늦게 승진할 정도로 인사가 막히면서, 한때 행정고시 재경직 수석들이 선호하던 금융위의 위상도 흔들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총리상 받은 금융위 에이스여도…행시 동기 중 승진 '꼴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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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위는 이달 초 행정고시 56회 출신 5급 사무관 2명을 4급 서기관으로 승진시키는 인사를 단행했다.

이번에 승진한 인물은 김기태 국민성장펀드총괄과 서기관과 윤영주 가상자산과 서기관이다. 특히 김 서기관은 올해 초 국무총리 표창을 받은 인물로, 150조원 규모의 국민성장펀드 출범을 통해 생산적 금융 전환 기반을 마련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금융위가 올해 초 정부 포상 보도자료를 내 홍보하며 승진 인센티브를 주겠다고 한 직원 중 한 명이다.


그러나 행시 56회 동기들과 비교하면 승진 시점은 상당히 늦은 편이다. 금융위가 올해 행시 56회 첫 서기관을 배출한 반면 다른 부처에선 이미 3~4년 전부터 같은 기수의 서기관 승진이 이뤄졌다. 국세청, 관세청, 기후에너지환경부 등에선 행시 56회 동기들이 이미 과장급으로 승진했다. 같은 재경직 가운데 승진이 늦기로 유명한 기획예산처조차 이미 행시 57회 서기관을 배출한 상태다.

금융위 관계자는 "전반적인 인사 지연이 누적되면서 이젠 서기관 승진까지 밀리는 분위기"라며 "젊은 직원들의 자괴감이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행시의 꽃'으로 불리는 재경직 수석들은 과거 재정경제부나 기획처 등을 선호했지만, 약 10년 전부터는 금융위가 1순위 희망 부처로 자리 잡았다. 주요 경제부처가 세종으로 이전한 이후에도 금융위는 서울에 남아 있고, 금융 정책을 총괄하며 전문성을 쌓을 수 있다는 점이 인기 요인이었다. 그러나 승진 지연이 서기관급까지 내려오면서 젊은 직원들의 사기도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는 평가다. 여기에 지난해 추진됐다 무산된 금융위 조직 개편과 세종 이전 논의의 불씨가 재점화될 가능성도 불안 요인이다.


고위 공무원 인사 역시 꽉 막힌 상태다. 현재 자본시장국장은 5개월째 공석이고, 대변인 보직도 국민성장펀드 추진단장이 2개월 넘게 겸직 중이다. 금융위는 고위 공무원단 정원이 9명으로 제한돼 있어 인사 폭이 넓지 않은 구조다. 특히 현 정부 들어 주요 금융 공공기관장이나 유관기관장 인사에서 관료 출신이 배제되면서 외부 기관으로 이동해야 할 국장급 인력들이 본부에 남아 정원을 차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 본부로 복귀한 금융위 국장급 인사 1명이 사표를 제출하면서 조만간 자본시장국장이나 대변인 인사가 이뤄질 예정이지만, 추가적인 외부 이동이 뒤따라야 국장 인사가 본격적으로 정리될 걸로 보인다.


인사 적체가 장기화되자 인재 유출도 이어지고 있다. 송병관 전 서민금융과장은 최근 삼성증권 상무로 자리를 옮겼고, 윤현철 전 자산운용과장 직무대리(부이사관)도 메리츠증권 상무로 이동했다.


금융위가 현 정부 들어 정책 성과 면에서 높은 평가를 받아 왔다는 점에서 내부 직원들이 느끼는 괴리는 더 크다. 이재명 대통령이 '6·27 대책' 가계대출 규제와 주가조작 신고 포상금 확대 등을 두고 여러 차례 공개 칭찬하면서, 금융위는 관가에서도 대표적인 '일 잘하는 부처'로 꼽힌다. 하지만 정책 성과와 달리 인사 적체는 해소되지 않자 직원들이 체감하는 조직 분위기는 좀처럼 나아지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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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 관계자 "대한민국 금융을 이끈다는 자부심만으로 버티기엔 공직 환경이 너무 열악하다"며 "능력 있는 직원들의 민간 이직을 만류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권해영 기자 rogueh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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