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거래소가 나서서 중복상장 해소 시도"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중복상장 관련 세미나
日 밸류업 주목…시장 주도 개혁 성공
문화·구조적 차이도…"日 재벌·오너 없어"
코스피가 6000선을 오갔음에도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원흉으로 꼽히는 자회사 상장이 여전히 한국 증시의 병폐로 남아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도쿄증권거래소(TSE)가 나서 자회사 중복상장을 해소한 일본의 경우를 본받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정남 전 네덜란드연기금자산운용(APG) 매니징디렉터 겸 대표는 12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에서 열린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의 '중복 상장과 소수주주 보호, 일본 사례를 통한 정책적 시사점' 세미나에서 이같이 지적했다.
김 전 대표는 일본이 자회사 중복상장 문제를 법이나 정부 규제가 아닌 시장 주도로 줄여온 대표적인 사례로 꼽았다. 일본 내 상장 자회사는 2007년 467개에서 지난해 7월 기준 215개로 절반 넘게 줄었다. 고(故) 아베 신조 총리 시절 이후 기업 지배구조 개혁 논의를 추진한 영향이다. 김 전 대표는 특히 이런 문화와 인식을 일본 금융청(FSA)과 도쿄증권거래소가 주도한 점에 주목했다.
도쿄증권거래소는 2023년 주가순자산비율(PBR) 1배 미만 기업에 기업가치 개선 계획 공시를 요구하는 정책을 추진했다. 이듬해에는 이를 이행하지 않은 기업을 공개하면서 압박했다. 또한 도쿄증권거래소는 소수주주 보호 관련 공시 기준을 정비하고 우수·불량 공시 사례를 공개하고 있다. FSA도 자회사 중복상장을 과제로 규정하고 올해 상장 규칙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현재도 이 과제는 자회사 중복상장 축소와 이사회 독립성 강화라는 두 축을 중심으로 진행 중이다. 김 전 대표는 "한국이 물적분할이나 자회사 기업공개(IPO) 등 일시적 피해에 집중하는 경향이 있는 반면, 일본은 자회사 이익의 모회사 이전, 자기자본이익률(ROE)과 PBR 저하, 지배주주의 이사 선임권 집중 등 구조적 문제에 주목했다"고 강조했다.
일본 히타치는 자회사 중복상장 문제를 안정적으로 해소한 대표 사례로 꼽힌다. 2008년 금융위기 이전 상장 자회사가 22개에 달했지만 현재 1개에 불과하다. 히타치금속, 히타치건설 등 상장 자회사의 지분을 100% 사들이거나 매각하면서 중복상장을 정리했다. ROE와 PBR도 대폭 개선되는 긍정적인 효과도 뒤따랐다.
일본과 한국의 문화 차이도 주효했다. 김 전 대표는 "한국은 정치권·금융위원회 중심으로 입법과 강제 규범이 먼저 만들어지고, 거래소 수장도 금융 관료들 출신으로 채워진다"며 "일본은 이제 민간 출신 거래소 수장이 등장해 개혁을 이끌고, 투자자 참여를 유도하고 기업 인식 변화를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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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균 차파트너스 상무는 "일본은 2차 세계대전 당시 국가 경제의 많은 부분이 정리되면서 한국처럼 재벌, 오너도 함께 사라져 기업의 지배구조가 다르다"며 "일반 주주들에게도 합리적인 프리미엄을 얹어주면서 공개매수를 진행한 뒤 상장폐지해도 한국처럼 대주주가 반발하는 경우가 적었다"고 설명했다.
이창환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 대표는 자회사, 손자회사로 이어지는 대주주의 지분율 레버리지 효과가 한국 증시의 불합리성을 상징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모회사의 소수 지분만으로도 손자회사 이사회를 모두 좌우하는 지분 과대평가가 횡행한다"며 "일반주주들의 지분가치와 의결권은 축소되고, 사업적으로 이해상충 문제도 발생하는 등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모든 병폐가 시작된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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