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관 산업장관 "시장 질서 해치는 가격 인상 용납 못해"
휘발유·경유·등유 대상
주유소 가격은 모니터링·단속 병행

이재명 대통령이 기름값 폭리 행위에 대한 엄정 대응을 지시한 지 하루가 지난 6일(오른쪽 사진), 서울 시내의 한 주유소에서 전날보다 20원 오른 가격에 기름을 판매하고 있다. 앞서 이 대통령은 5일 임시 국무회의를 열고 유류 가격 급등과 매점매석을 막기 위해 지역·유종별 석유류 '최고가격'을 신속히 지정할 것을 지시한 바 있다. 윤동주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기름값 폭리 행위에 대한 엄정 대응을 지시한 지 하루가 지난 6일(오른쪽 사진), 서울 시내의 한 주유소에서 전날보다 20원 오른 가격에 기름을 판매하고 있다. 앞서 이 대통령은 5일 임시 국무회의를 열고 유류 가격 급등과 매점매석을 막기 위해 지역·유종별 석유류 '최고가격'을 신속히 지정할 것을 지시한 바 있다. 윤동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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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국제유가 급등에 대응해 정유사가 주유소에 공급하는 석유제품 가격에 상한을 두는 '최고가격제'를 13일 자정부터 시행한다. 1997년 석유 가격 자유화 이후 정부가 정유사 공급가격을 직접 관리하는 것은 사실상 처음이다. 휘발유와 경유, 등유 등 민생과 직결된 유종을 대상으로 가격 급등을 억제하고, 시장 왜곡 행위에 대해서는 공표와 조사, 법적 대응까지 병행하겠다는 게 정부 구상이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12일 민생물가 특별관리 관계장관 TF 4차 회의에서 "정부는 석유가격을 안정화하고, 불합리한 가격 인상 등 시장 왜곡에 대응하며 정부와 기업, 국민이 석유가격 인상 부담을 함께 분담하기 위해 석유제품 최고가격제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김 장관은 "상황 발생 이후 국내 휘발유 가격이 200원 이상 급등했고 다행히 전날부터 하락세에 접어들었지만 아직 안심하기에는 이르다"면서 "모두 함께 힘을 모아 어려움을 극복해야 하는 시기에 시장 질서를 해치는 행위가 반복되는 것을 용납할 수 없다"고 최고가격제 도입 배경을 설명했다.


정부에 따르면 중동 상황 발생 이후 국제유가는 수급 불안 우려로 배럴당 100달러 수준까지 치솟았다가 현재는 90달러 안팎에서 등락을 반복하고 있다. 같은 기간 국내 가격도 급등해 휘발유는 리터당 약 200원, 경유는 300원 이상 상승했다.

이번 제도의 핵심은 정유사가 주유소와 대리점 등에 공급하는 도매가격에 상한선을 설정하는 것이다. 정부가 산식에 따라 '최고 공급가격'을 정하면 정유사는 이를 초과해 가격을 올릴 수 없다. 최고가격은 기준가격에 국제제품 가격 변동률을 곱한 뒤 제세금을 더하는 방식으로 산정된다. 기준가격은 중동 사태 이전 형성된 정유사의 주간 평균 공급가격을 사용하고, 국제 가격 변동률은 싱가포르 석유제품 가격(MOPS)을 반영한다.


양기욱 산업자원안보 실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원유 가격만 기준으로 하면 휘발유·경유 등 제품 가격 구조를 반영하기 어렵기 때문에 국제 석유제품 가격 변동률을 활용한다"고 말했다. 현재 정유사의 평균 공급가격은 세후 기준으로 휘발유 약 1830원, 경유 약 1930원, 등유 약 1730원 수준으로 파악되며, 정부는 최고가격을 이보다 낮은 수준에서 설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다만 구체적인 가격 수준은 아직 최종 확정되지 않았다. 양 실장은 "시장 상황을 반영해 가격 변동폭을 평탄화하는 방식으로 산정할 예정이며, 단순히 국제 가격 상승률을 그대로 반영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고가격은 2주 단위로 조정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시장 상황에 따라 조정 주기를 바꿀 수 있도록 했다.


적용 대상 품목은 보통휘발유와 경유, 등유이며 고급휘발유는 제외된다. 또 국내 공급물량이 해외로 빠져나가는 것을 막기 위해 수출도 제한한다. 김 장관은 "휘발유, 경유, 등유 등 민생과 직결된 품목을 대상으로 하고, 국내 공급물량이 해외로 전용되지 않도록 제한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정유사가 최고가격 적용으로 손실을 입을 경우 사후 정산 방식으로 보전할 방침이다. 다만 무제한 지원이 아니라 원가 입증과 외부 검증을 전제로 한다. 김 장관은 "재정에 과도한 부담이 되지 않도록 엄격한 심사와 객관적인 검증을 거쳐 손실을 보전하겠다"고 했다. 정유사가 자체 원가를 기준으로 손실액을 산정해 회계법인 검증을 거쳐 제출하면, 정부가 전문가로 구성된 정산위원회를 통해 검증한 뒤 분기별로 보전하는 구조다.


정부는 최고가격제 적용 대상에서 빠진 주유소 판매가격에 대해서도 별도 감시 체계를 가동한다. 김 장관은 "시민단체와 함께 가격과 물량 흐름을 모니터링하고, 가격 상승폭이 과도하거나 매점매석이 의심되는 주유소에는 공표와 조사, 법적 대응으로 이어지는 신속하고 엄정한 관리체계를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양 실장도 "관보 고시 이후 주유소 재고 상황에 따라 시차가 있지만 일반적으로 2~3일 정도 지나면 소비자가 체감할 수 있는 가격 안정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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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최고가격제와 함께 취약계층 지원도 검토하고 있다. 김 장관은 "이번 주 중 최고가격제 고시를 시행하고, 에너지 취약계층에 대한 추가 지원도 신속히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자영업자와 농민 등 에너지 비용 부담이 큰 계층에 대해서는 에너지 바우처 등을 통한 별도 지원 방안이 거론된다.


세종=강나훔 기자 nahu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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