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산길 산책]AI 시대, 우리가 집중해야 할 것은 감성
AI 영화제가 보여준 새로운 창작 환경
기술보다 중요한 것은 결국 사람의 '감성'
최근 사람들이 모이면 인공지능(AI)의 가능성과 두려움이 자연스럽게 화제가 된다. AI가 인간의 일을 대체하게 될 것인지, 창작의 영역까지 넘어올 것인지에 대한 질문들이 이어진다. 필자의 회사 역시 최근 AI 도구를 활용해 영상을 제작하며 이러한 변화를 직접 체감하고 있다. 지난 6일 개최된 세계 AI 영화제 WAIFF(World AI Film Festival) Seoul에 참여하면서 AI 시대의 창작 환경이 얼마나 빠르게 변하고 있는지를 실감할 수 있었다.
이번 영화제 단편영화 부문 대상의 영예는 영화 '알 수도, 모를 수도'를 만든 김원경씨에게 돌아갔다. 흥미로운 점은 김씨가 영화 전공자가 아니라는 사실이다. 그는 제주에서 근무하는 마케터로, 전문 영화 제작자가 아닌 개인 창작자다. 더욱 놀라운 것은 이 작품이 거대한 제작 시스템이나 영화 스튜디오의 지원 없이, 오로지 혼자서 AI 도구를 활용해 제작된 작품이라는 점이다.
AI 영상 콘텐츠의 잠재력을 보여주는 사례는 최근 중국에서도 등장했다. 중국에서 제작된 AI 단편 사극 드라마 '훠취빙'은 공개 한 달 만에 온라인에서 약 5억뷰를 기록했다며 큰 화제를 모았다. 제작비는 약 3000위안, 우리 돈으로 약 60만원 정도에 불과했고 제작 기간도 약 48시간 정도였다고 알려졌다. 물론 이러한 조회수 수치에는 플랫폼 특성상 과장된 측면이 있을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숫자 자체보다 이 사례가 보여주는 방향성이다. 기존 영화 제작이 거대한 제작비와 긴 제작 기간이 필요했다면, AI 기반 콘텐츠는 훨씬 적은 비용과 시간으로 제작될 수 있으며 개인 창작자나 소규모 팀도 영상 콘텐츠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이러한 사례들은 AI 영화 시대의 특징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과거 영화 제작은 전문 교육, 장비, 제작비, 그리고 수많은 스태프가 필요한 산업이었다. 하지만 생성형 AI 기술의 등장으로 이제는 한 명의 창작자도 자신의 상상력을 영화로 구현할 수 있는 시대가 열리고 있다. AI 기술은 영화 제작의 문턱을 낮추고 창작의 가능성을 확장하고 있다. 이제 영화는 특정 산업의 전유물이 아니라 누구나 자신의 이야기와 상상을 영상으로 구현할 수 있는 새로운 예술 형식으로 변화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영화뿐 아니라 디지털 아트, 광고 제작, 콘텐츠 산업 전반에도 큰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여기서 중요한 것은 기술 자체가 아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그 안에 담겨 있는 스토리와 창의성이다.
AI가 기술적 능력에서 인간을 능가할 수는 있을지 모르지만, 인간이 오랜 시간 축적해 온 감성과 경험, 그리고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창의적 감각을 완전히 대체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인간의 감정을 건드리는 이야기, 예상하지 못한 역발상의 상상력, 그리고 사람들의 마음 깊은 곳에 공감을 일으키는 감성적 창작은 여전히 인간에게서 비롯된다.
따라서 AI가 모든 영역을 점령할 것이라는 두려움에 집중하기보다, 인간으로서의 감성을 어떻게 드러내고 사람들의 공감을 이끌어낼 것인가에 더 집중해야 하지 않을까.
그런 점에서 영화 전공자도 아닌 한 명의 개인 마케터가 AI 영화제 대상을 수상한 사실은 오히려 자연스럽게 이해된다. 마케터는 본래 사람들의 마음과 감성을 읽고, 사람들이 좋아할 메시지를 전달하는 일을 하는 직업이다. 결국 사람의 마음을 이해하는 능력이 있었기에 많은 사람이 공감할 수 있는 창의적인 결과물을 만들어낼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번 AI 영화제 시상식을 지켜보며 막연하게 생각해왔던 한 가지 사실이 더욱 분명해졌다. AI 시대에도 결국 남는 것은 기술이 아니라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창의력이라는 점이다. 실제로 다른 수상작들에서도 한결같이 강조된 것은 기술의 화려함보다 스토리의 창의성과 공감력이었다.
결국 가장 인간적이며 가장 많은 공감을 이끌어낼 수 있는 창의력만이 AI 시대에 우리가 살아남을 수 있는 궁극적인 기반이 아닐까 생각한다. AI를 두려워하기보다, 오히려 지금이야말로 가장 인간다운 감성을 어떻게 드러낼 것인가를 고민해야 할 시점인지도 모른다.
AI가 점점 더 많은 영역을 차지해가는 이 시대에, 어쩌면 우리가 해야 할 일은 기술을 두려워하는 것이 아니라 더 인간다워지는 일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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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지숙 아트토큰 대표·융합 콘텐츠 기획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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