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당 국민소득 4만달러 시대 연 대만
편중된 산업구조, 심각한 양극화 함께 불러와

건강한 경제성장, '숫자 너머의 삶' 고려해야
대안 담은 구조개혁 연구, 떠들썩하고 치열한 공론화 필요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 1월15일 오전 서울 중구 한은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결정 회의 후 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 1월15일 오전 서울 중구 한은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결정 회의 후 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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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이나 일본과 비교하면 어떤가요?" "4만달러 시대는 언제쯤 가능하다고 보십니까?" 한국은행에서 연간 국민소득 잠정치 발표가 있던 지난 10일. 현장에선 우리나라 1인당 국민총소득(GNI)과 관련한 질문이 이어졌다. 이후 쏟아진 관련 기사 제목은 '대만·일본에 밀린 한국의 1인당 국민소득' '12년째 3만달러대 정체' 등으로 도배됐다.


일본은 기준년 개편으로 경제 규모가 커진 영향이라지만 대만은 빠른 속도로 규모를 키워 우리나라보다 먼저 1인당 GNI 4만달러 시대를 열며 이목을 끌었다. '반도체 슈퍼사이클'의 직접적인 혜택을 받은 결과다. TSMC·폭스콘 등을 앞세운 대만은 전체 산업에서 IT 제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우리나라보다 3배가량 높다. 1인당 GNI의 국제비교를 위해 시장환율로 환산, 미국 달러화로 표시하는 과정 역시 플러스 요인으로 작용했다. 지난해 대만의 연평균 환율은 전년 대비 2.9% 내리며 달러 환산액 상승에 기여했다.

그러나 여기엔 명과 암이 함께 있다. 1인당 GNI는 한 해 동안 해당 국가 국민이 국내외에서 벌어들인 총소득을 인구로 나눈 것이다. '국민의 평균적인 생활 수준'을 가늠하는 지표로 활용할 수 있지만, 숫자 너머 각자의 삶까진 반영하지 못한다. 편중된 산업구조심각한 양극화도 함께 불러오고 말았다. 2024년 이후 최근까지 대만의 IT 제품 수출은 2배 이상 늘었으나 비IT 제품 수출은 정체됐다. 대만 고용의 90% 가까이 되는 비IT 제조업은 부진을 지속하면서 전체 가계의 실질 구매력은 크게 개선되지 못했다. 반도체 경기 호조로 달성한 성장의 온기가 충분히 파급되지 못한 것이다.


이런 맥락에선 우리나라 경제도 위기의식을 가져야 한다. 한국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2% 수준이다. 그러나 IT 부문을 제외하면 1.4%에 그칠 것으로 분석된다. 잠재성장률(1.8~2.0%)을 크게 밑도는 수준이다. K자형 회복은 양극화를 수반한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달 통화정책방향 결정 회의 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안타깝게도 우리나라의 양극화는 심화할 가능성이 커졌다"고 지적했다. IT 중심의 경제 성장으로 IT와 비IT의 간극이 커질 것이라는 점뿐 아니라 최근 주가 상승의 혜택이 상당 부분 상위 소득자 중심으로 돌아갈 것이라는 점, 빠른 속도로 발전하는 인공지능(AI) 기술의 영향이 커질 것이란 점 등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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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이후 3만달러 선에서 정체된 우리나라 1인당 GNI가 4만달러 시대를 여는 것도 의미가 있다. 그러나 근본적으로 이를 탄탄히 뒷받침해야 할 '숫자 너머의 삶'을 들여다보는 데도 못지않은 관심이 필요하다. 노동가능인구의 건강한 성장을 위해 일·가정 양립 문화가 정립돼야 하고, 지나친 경쟁에 노출된 교육 구조 역시 바꿔야 한다. 신산업 육성으로 특정 부문에 편중된 성장과 회복 패턴이 반복되지 않도록 해야 하고, 자산 양극화와 AI 기술 진보가 가져올 수 있는 부작용을 최소화할 정책도 마련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통화정책 외에도 우리 경제와 사회의 구조 전환 필요성을 논하는 '시끄러운 한은'은 필요하다. 오히려 지금보다 더 시끄러워야 한다. 대안을 담은 구조개혁 연구가 실질적인 변화로 이어질 수 있도록 보다 떠들썩하고 치열한 공론화를 기대한다.


김유리 금융부 차장 yr6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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